우리가 원하는 인생을 사는 가장 단순하고 명확한 방법
듀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하루 동안 하는 행동의 40%가 습관으로 채워진다고 한다. 거의 하루의 반이 습관으로 채워진다는 얘기다. 동의하나? 아니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습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이게 습관의 사전적 정의다. 이 정의처럼 우리는 살면서 이 단어 자체를 오랫동안 되풀이해서 들어왔다. 왜? 당연하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습관은 우리를 빛낼 수도 있고,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습관이 있다. 잠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다시 잠이 드는 순간까지 수많은 사소한 습관들이 자신의 하루를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자기는 습관이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자신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안팎으로 말이다.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크건 작건, 많건 적건, 습관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한 번이라도 자신이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공들여서 따져본 적이 있는가? 한 번이라도 그 습관들이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이걸 읽고 난 후든 지금 당장이든 따져봐라. 여행 갈 때, 비행기나 호텔 예약할 때 들이는 노력 정도면 충분하다. 비행기나 호텔의 영향은 여행 때뿐이지만, 습관의 영향은 평생이다. 근데 그게 나쁜 습관이었고 당신이 오랫동안 겪고 있는 문제, 불안, 고통의 숨은 원인이라면? 인생에 하루 정도는 투자해서 자세히 살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습관은 자동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수행된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게 우리를 만든다'라고 한 철학자가 말했다. 습관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를 결정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긍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습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습관을 기르고 이를 방해하는 습관에서 멀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나쁜 습관들은 어떻게 없앨 수 있나? 오늘의 스토아깡은 이 질문들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습관이란 사슬은 너무나 미묘해서 이미 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기 전까지는 느끼지 못한다.
-사무엘 존슨-
현대 심리학, 뇌과학에 따르면 습관이 형성되는 원리는 단순하게 말해서 우리가 특정한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뇌가 어느 순간부터 그 행동을 의식하지 않아도, 별 노력 없이도 자동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게 다다. 그냥 그렇게 간단하게 습관은 형성될 수 있다. 습관의 거창한 중요성에 비해 만드는 방법이 한없이 하찮지 않은가? 그래서 위험하다. 별생각 없이 그저 한 순간의 안락 혹은 쾌락 때문에 한 행동이 나쁜 습관으로 이어져 우리의 인생을 평생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쁜 습관들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크게 3단계로 나누어서 보면 다음과 같다.
1) 신호(Cue)
습관이 될 수 있는 행동을 유발하는 자극을 신호라 한다.
핸드폰이 울린다 ➡ 전화를 받는다.
카페 옆을 지나다 커피 향을 맡는다 ➡ 커피를 마신다.
책상 위에 올려둔 담뱃갑이 눈에 들어온다 ➡ 담배를 피운다.
화살표 왼쪽이 신호다.
신호와 행동은 아래처럼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자려고 누웠는데 핸드폰이 반짝인다 ➡ 핸드폰을 확인한다 ➡ 구독한 유튜브 채널에서 새로운 비디오 알림이 왔다 ➡ 비디오를 본다 ➡ 추천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 비디오를 본다 ➡ 또 다른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 비디오를 본다 ➡ 새벽까지 유튜브, 틱톡을 반복해서 본다 ➡ 잠을 설친다 ➡ 늦게 일어 난다 ➡ 밤에 잠이 안 온다 ➡ 반복
2) 행동(Behavior)
신호에 의해 유발된 행동이다. 위 예시에서 화살표 오른쪽에 해당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습관성 행동을 떠올려보라.
3) 보상(Reward)
행동의 결과로 받는 보상이다. 보상은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다. 보상을 받을수록 습관성 행동의 자극이 강해진다. 즉, 보상은 다음 신호를 강화한다. 핸드폰이 울려서 전화를 받으면 친구와 수다를 떨 수 있다. 수다가 즐거울수록 다음 통화가 기다려진다. 커피 향을 맡고 커피를 마시면 각성이 된다. 각성이 잘 될수록 점점 더 진한 커피를 더 자주 마시게 된다. 담뱃갑을 보고 담배를 피우면 기분이 좋아진다. 효과가 좋을수록 점점 더 진한 담배를 더 자주 피우게 된다.
이렇게 신호 ➡ 행동 ➡ 보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습관 고리(Habit Loop)라고 한다. 신호는 행동을 유발하고 행동을 보상을 주고 그럼 그 보상에 의해 다음 신호가 강화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고리가, 이 순환이 반복되면서 강해지고 굳어지고 끝내는 자동화가 된다. 이렇게 습관이 만들어진다.
불현듯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개가 떠오른다.
파블로프의 개.
습관 고리에 대해 추가로 알아두면 좋은 것은 이게 상황이나 환경에 영향을 잘 받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집에서보다 짐(Gym)에서 운동에 대한 신호를 받기가 더 수월하고 혼자 있을 때보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술을 더 자주, 많이 마시게 되는 것이다. 업무 공간과 휴식 공간을 구분하라는 전통적인 조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혹시 당신이 집에서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인데 밤에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돌아봤을 때, 일 한 것도 아니고 공부한 것도 아니고 쉰 것도 아니고 논 것도 아닌 것 같은, 특별히 뭘 한 것 같지도 않은데 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버린 것 같다면, 그런데 그 원인을 잘 모르겠다면, 환경 측면에서 이유를 찾아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은 이미 습관이란 장치의 기본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이제 다음에 할 일은 자명하다. 자신의 습관을 이 습관 고리에 대입해 보는 것이다. 좋은 습관이면 어떻게 하면 강화할 수 있을지, 나쁜 습관이면 어떻게 약화할 수 있을지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 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존 드라이든-
자기 습관을 습관 고리에 대입해서 생각해 보았는가? 행동은 분명히 보이는데 신호와 보상이 미묘할 수 있기 때문에 빠릿빠릿 대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다. 시간과 공을 들일 수록 미묘한 신호와 보상도 캐치할 수 있게 된다. 정말 만들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혹은 정말 없애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글을 읽으면서 대충 머릿속으로만 생각해 보고 치워버리지 말고 노트와 펜을 꺼내서 각 잡고 분석해 보기를 권한다.
자, 이제 우리는 습관 고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우리가 가진 습관에 대해서도 그들의 신호, 행동, 보상이 무엇인지 대강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습관이라면 강화하고 싶을 것이고 나쁜 습관이라면 없애고 싶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좀 더 잘할 수 있는지 몇 가지 팁을 살펴보자. 먼저 좋은 습관부터.
자신이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행동이 있다면 그 행동에는 분명 목표가 있을 것이다. 그 목표를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만들어라. 그 목표가 당신에게 필요한 이유도 명확히 해두면 좋다. 예를 들어 "건강해지고 싶어"라는 바람에 가까운 모호한 형태보다는, "3달 안에 5kg을 감량하고 싶으니까, 격일로 짐에 가서 운동해야지, 매일 아침을 과일이 든 샐러드로 대신해야겠어"라는 목표가 더 동기 부여도 되고 집중하기 쉽다. 명심할 것은, 작게 시작하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나? 그럼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행동, 우리가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행동의 윤곽이 드러났을 것이다. 이제 그 행동을 반복적으로 이끌어내려면 뭐가 필요할까? 위에서 배운 습관 고리를 떠올려보라. 그렇다. 신호, 큐를 만들어 내야 한다. 특정한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큐는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맞는 개인화된 큐를 설계하는 것이다. 위에서 본 3달 안에 5kg을 감량하는 목표를 예로 들어보자. 아침 6시 기상(시간이 큐), 집 앞 공터에 나간다(장소가 큐)처럼 간단한 큐로도 충분히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면 큐가 단순해도 좋다.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면 약간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예전에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알람이 울려도 끄고 다시 자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운동을 하기에 적당한 시간이 아침 일찍 뿐이었다. 그래서 알람 시계를 따로 하나 구매해서 세면대 위에 두었다. 알람을 끄러면 세면대 앞으로 갈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알람을 끄고 바로 찬물로 세수를 한 번 한다. 그럼 잠이 반은 달아난다. 화장실을 나오면 바로 냉수를 한 컵 마신다. 그걸로 남은 잠의 반이 또 달아난다. 그리고 현관문으로 나가 새벽배송 된 과일 샐러드를 들여온다. 용기를 반쯤 열어 신선한 과일 냄새를 들이켠다. 하지만 아직 먹진 않는다. 이건 운동 후의 보상으로 쓰일 것이다. 또 반이 달아난다. 내 아이폰은 특정 시간대에 현관으로 나가면 듣자마자 둠치둠칫 리듬을 탈 수밖에 없는 신나는 음악이 자동으로 재생되도록 단축어가 설정되어 있었다. 또 반이 달아난다. 어? 그런데 현관에 입으면 감촉도 좋고 멋도 있어서 입자마자 마음만은 우사인 볼트가 되는 트레이닝복이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네? 나는 그렇게 아침에 운동을 하러 나갔다. 실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한 후에 거부할 수 없는 큐를 설계한 것이다.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행동이 애초에 매력 덩어리였으면 습관으로 만들려고 이렇게 분석까지 해가면서 애쓰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보통 우리가 좋은 습관이라고 여기는 것은 그 행동 자체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고 나쁜 습관이라고 여기는 행동이 오히려 매력적이라는 것에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행동에 매력 한 스푼 더하기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뭔가 그 행동을 좀 더 하고 싶게, 쉽게 할 수 있는 껀덕지를 찾아보라. 운동 중에 내가 가장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해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함께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사람들과는 아무리 지루한 행위도 할만하다. 예전에 내가 한창 소설 쓰는 취미에 빠져있을 때 신춘문예 스터디 그룹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선택할 수 있는 스터디 그룹이 세 개 정도 있었는데 그중에 여자가 가장 많은 그룹에 들어갔다. 성비가 딱 반반이었는데, 그때는 균형 잡힌 시각과 피드백을 얻기 위해서라고 둘러댔고 그게 거짓은 아니었지만 것보다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슬램덩크에서 강백호는
소연이한테 잘 보이기 위해 농구를 시작해서 리바운드 왕이 되었다.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행동을 잘 수행했나? 축하한다. 그럼 이제 의도대로 잘 따라준 스스로에게 보상을 줄 차례다. 보상은 당연히 a)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하고, b) 지속가능해야 하며, c) 목적에 해가 돼서는 안 된다. 나는 아침 운동의 보상으로 제일 좋아하는 사과가 들어있는 과일 샐러드를 보상으로 주었다. 조건 a)는 명확하다. 하지만 조건 b)와 c)는 잘 생각을 해봐야 한다. 아침 운동을 시작한 궁극적인 목적, 이유는 더욱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침에 건강히 운동했으니 저녁은 패티가 두 배인 빅맥 더블 세트다', '저번에 빡세게 했으니 이번 한 번만 스킵하자' 같은 방식으로 보상을 설정하면 안 된다. 3년 동안 금연한 자신에게 흡연으로 보상을 주는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짓은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좋은 운동 장비를 마련하는 것으로 보상을 주는 것도 지속성 면에서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아~ 그것만 있으면 더 잘할 텐데'하고 샀다가 몇 번 안 쓰고 옷걸이 신세나 짐이 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목적, 이유, 목표를 설정하고 습관 고리(신호, 행동, 보상)도 만들어 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로 좁혀진다. 반복이다. 습관을 만드는 과정의 핵심은 결국 반복에 있다. 반복할수록 익숙해지고, 수월해지고, 큰 노력 없이, 생각 없이, 자동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습관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습관을 이렇게 의도적으로 만들기로 결심하고 몇 번 반복했다고 해서 바로 습관으로 굳어질 거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또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너무 완벽하려고 해서도, 스스로를 너무 비판적으로 대하고 나무라서도 안 된다. 습관, 특히 우리가 바라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든다. 그 시간 동안 다양한 장애물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게으름, 의기소침, 좌절, 일, 시간 부족, 방해되는 환경 등등. 그 장애물들을 넘는 데에도 시간이 든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노력하는 스스로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근 1년 동안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해오고 있다. 그 와중에 거의 3개월에 한 번 꼴로 매너리즘에 빠졌었다. 매일 열심히 수련해 나가면서 이제 습관으로 정착 됐다 싶었을 때마저도 한 동안 기대한 만큼 진척이 없으면 결과에 실망해서 의지가 약해지거나 단순히 반복이 지루해져서 몇 주씩 수련을 안 해버리는 시기도 있었다. 내가 만약 그때 나 자신에게 정말 야박하게 굴었다면 나는 요가의 중요한 가르침을 깨닫기 직전에 포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크게는 목적을 이루는 것부터 작게는 목표를 이루고 습관을 형성하는 것까지, 생각대로 사는 것은 사는대로 생각하는 것보다 분명 노력과 시간이 더 든다. 그러니 당장은 결과에 너무 초점을 맞추지 말기를 권한다. 지루하고 지치면 잠시 멈춰서 쉬어가도 괜찮다. 포기하지만 마라.
우리의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행동은 습관이, 습관은 가치관이, 가치관은 운명이 된다.
-마하트마 간디-
습관 고리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이해하고 습관을 만들 수 있다면 기존에 있는 습관을 해체하고 종국엔 없앨 수도 있다. 이건 습관 만들기를 통해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니 살짝 훑어만 보자.
습관성 행동은 무엇으로부터 유발된다? 신호다. 먼저 신호를 찾아야 한다. 없애고 싶은 습관적인 행동, 생각을 유발하는 것이 무엇인지 면밀히 관찰해 보라. 예를 들어 당신이 금연을 하고 싶은 흡연자라면 우선은 보통 언제 어디서 담배를 피우는지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선 좀 더 깊게, 담배를 피우기 전에 어떤 감정이 드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신호들이 관찰이 될 때마다 메모를 남겨두는 것은 습관성 행동을 유발하는 모든 신호들을 인지하고 종국에 습관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없애고 싶은 습관의 모든 신호를 찾아냈는가? 그럼 이제 할 일은 간단하다. 신호를 차단하는 것이다. 신호를 피하든, 없애든, 어떤 방식으로든,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 신호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금연을 하고 싶으면 흡연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가지 않고, 담배 친구를 멀리하고, 애초에 담뱃갑이든 담배꽁초든 담배와 관련된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젠가 히말라야로 트래킹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네팔의 항공사에서는 승객들의 좌석을 배치할 때 스님의 옆에는 여성의 좌석을 배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수십 년의 금욕적인 생활을 습관화한 스님들도 여전히 그 습관을 지키기 위해 이런 노력이 필요한데 온갖 유혹과 신호가 넘쳐흐르는 속세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오죽이나 더 할까.
나쁜 습관을 대신할 수 있는 행동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으면 그것을 새로운 습관으로 만들어서 나쁜 습관을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쁜 습관이 우리에게 주는 보상이 뭔지 알아야 한다. 만약 자신이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이유가 바삐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빠져나와 자신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도 환기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거라면, 같은 효과가 있는 다른 행동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커피를 직접 내려서 마신다거나, 차를 타 마신다거나, 아니면 짱구 친구 유리네 엄마처럼 인형과 함께 춤을 춘다거나(?)하는 등 본인이 좋아할 수 있는 다른 행동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닭이 자신의 목표와 목적을 이루는 길에 있는 닭이어야겠다.
꿩대신 닭을 찾기가 힘들면 나쁜 습관과 본인이 싫어하는 것은 연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습관성 행동을 하면 그 즉각적인 결과로 우리가 싫어하는 무언가를 마주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다면 손톱에 엄청나게 비싸고 이쁜 네일 아트를 받는 것이다. 손톱을 물어뜯으려다가도 눈에 네일 아트가 들어오면 그걸 망치고 싶지 않아서 브레이크가 걸린다. 아이가 턱을 괴는 습관이 있나? 구부정하게 앉는 버릇이 있나? 단순히 그냥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 나쁜 습관들로 인해 벌어질, 아이가 싫어서 몸서리 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내 사진을 보여주면 효과가 직빵일 텐데, 보여줄 수가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나쁜 습관 없애는 것을 게임화할 수도 있다. 없애고 싶은 습관성 행동을 잘 참으면 상을 주고, 못 참으면 벌을 주는 것이다. 남편이 금연 중인데 좀처럼 잘 지키지 못하는가? 단기 목표를 설정해서 그 목표들을 달성하면 남편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보상으로 줘라. 예를 들어, 만약 남편이 용돈을 받는 생활을 한다면, 한 달 용돈을 두배로 올려주는 대신 담배를 피울 때마다 총액의 20%를 회수하는 '내기'를 해보자고 제안해 봐라. 아내가 습관성 홈쇼핑 중독자인가? 아내가 홈쇼핑 채널을 볼 때마다 뽀뽀 하루 압수해라. 물론 뽀뽀하고 싶은 얼굴과 사랑은 준비해 둬야겠다.
습관은 반복으로 생성되듯 반복으로 파괴된다. 없애고 싶은 습관 고리를 역으로 반복할수록 습관은 약해지고 종국에는 없앨 수도 있다. 단,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습관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서두르면 안 된다. 이에 대해서는 위에서 충분히 얘기했으니 두말하지 않겠다.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는 방식으로는 나쁜 습관을 없앨 수 없다. 천천히 한 계단 한 계단 옮겨야만 한다.
-마크 트웨인-
몇 주 전 나는 텃밭에 콩을 심었다. 다음날부터 알람을 맞춰놓고 매일 5시 반에 일어나 텃밭에 물을 주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일찍 일어나는 게 쉽지 않았다. 밍기적 대다가 원하는 시간보다 늦게 나가는 게 부지기수였고 그렇게 싫어하던 비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다시 잠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텃밭에 물 주러 나가는 일을 즐기고 있다.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신기하게도 5시 반 몇 분 전에 눈이 자연스레 떠진다. 그렇게 그 시간에 텃밭에 나가면 굉장히 고요하다. 그 고요함 속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잎사귀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를 듣는 게 즐겁다. 아주 조금씩 자라나는 내 녹색 아가들을 보는 게 즐겁다. 상쾌한 맑은 공기를 호흡하는 게 즐겁다. 그 호흡과 함께 마음도 정신도 정화되는 그 느낌이 즐겁다. 이 평화가 즐겁다. 텃밭에서 돌아오면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던 음악을 한 두 개 정도 새롭게 들어본다. 몸을 데워주는 따뜻한 차와 처음 듣는 음악이 즐겁다. 그럼 그 즐거운 마음으로 요가 수련을 시작한다. 요새의 내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하루는 연쇄적인 습관 고리로 연결돼서 굉장히 생산적이면서도 여유롭고 즐거운, 평화로운 하루를 만들어낸다. 내가 한 일이라곤 텃밭에 콩을 심고 매일 물만 주고 있을 뿐인데, 내 하루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현재에 집중하고 싶기에 미래에 대한 기대는 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 하루하루를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보낼 수만 있다면 내 인생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더 충만하고, 행복한 인생으로.
습관은 강력하다. 좀 더 본질적으로는 반복에 그 강력함이 있다. 그런데 습관은 그 반복을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수행하게 만들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특히나 우리의 인생을 어떤 특정한 모습으로 빚어내고 싶다면 말이다. 아군으로 만들면 평생 든든하겠지만, 적군으로 만들면 평생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우리에게 내재된 습관이라는 장치를 이해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를 바로 이해하고 아군으로 써먹는다면, 당신의 꿈을 이루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한 스토아 철학자가 말했듯, 우리의 모든 능력은 행동에서 비롯되고, 행동으로 계발된다. 우리가 뭔가를 잘하고 싶다면, 그걸 습관으로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다시 우리 자신을 만들고 정의한다. 작은 변화가 쌓이고 쌓여 큰 차이를 만들어내고 결국 당신을 당신의 목표와 목적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그냥 그걸 하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꾸준하게. 저스트 두 잇! 그럼 나머지 일은 습관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싶나? 아니면 나쁜 버릇을 고치고 싶나? 여기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을 요약한 스텝-바이-스텝 루틴이 있다.
1) 새로운 습관이 왜 필요한지, 왜 이 버릇을 없애고 싶은지 이유와 목적 분명히 하기
2) 만들고 싶은 습관, 없애고 싶은 버릇의 신호, 행동, 보상 찾기
3) 없애고 싶은 습관을 대체할 수 있는 행동 찾기(꿩 대신 닭, 유사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
4) 새로운 습관이 쉽게 정착할 수 있는, 나쁜 습관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환경 조성하기
5) 숨 쉬듯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반복하기 (누가 그걸 왜 하냐고 물어봤을 때, 어? 그냥 하는 건데? 라는 반응이 제일 먼저 튀어나오면 경지에 이른 것)
늦었다고 생각하나? 오늘이 당신 여생의 첫날이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어떻게 늦을 수가 있는가? 늦지 않았다. 그러니 아직 습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이번 주말에 시간을 들여 내 하루를 어떤 습관들이 채우고 있는지 나열해 보는 건 어떨까? 누가 아나? 그게 당신의 콩이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