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섬이야기(74)

올 여름에 가보고 싶은 '통안'

by 명재신

올 여름에 가보고 싶은 '통안'


올 여름 고향에 가게 되면 무엇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모처럼 찾은 고향에 들어서면, 꿈에도 그리던 ‘그곳’을 찾아가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어린 시절 즐기던 ‘그것’을 다시 해보고 싶으신가요?


그곳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는가요? 그것을 할 수 있는 여건은 되는가요?


저도 올 여름에 고향 쑥섬에 들어가게 된다면, 하고 싶은 것이 열 가지가 넘고 해보고 싶은 것도 그만큼 많습니다. 이쯤 되면 일종의 버킷리스트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평소에 카톡에 그 리스트를 메모해두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 그 리스트 가운데 가장 앞자리에 있는 것이 바로 ‘통안에 가는 것’이며, 해보고 싶은 일은 ‘통안에서 낚시하기’입니다.


그렇다고 가보고 싶은 그곳과 해보고 싶은 그것은 저에게 새로운 곳이거나 새삼스런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가고 싶었고, 늘 해보고 싶었던 것이니까요. 단지, 쑥섬에 머무는 시간은 늘 짧았기에 매번 뒤로 미뤄졌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게 주어진 짧은 시간 속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가보고 싶고 해보고 싶은 것일 뿐입니다.


고향이란 참 묘한 중독성과 흡입력이 있는 거 같습니다. 단 한 번의 방문만으로는 그 불씨를 꺼뜨릴 수 없는, 그렇다고 두어번만으로도 해소가 안되는 그 무언가가 있는 거 같습니다.


오른쪽 앞에 보이는 섬이 수락도입니다. 그쪽 방향으로 흐르는 바다와 지는 노을 풍경은 가히 압도적입니다.


앞에 보이는 곳이 '노루바구'이고 건너편에 튀어난 부분이 '도런바구'입니다. 그 사이에서 낚시해서 물고기를 잡습니다.


저가 가보고 싶은 ‘통안’은 쑥섬의 북단에 자리한 작은 공간입니다.


왼쪽에 튀어나온 바위인 ‘도런바구’, 오른쪽의 너른 반석인 ‘노루바구’ 사이에 움푹 들어간 지형을 통틀어 '통안'이라 부릅니다.


이곳은 작은 ‘U’자형 개안(凹灣)으로, 봄철이면 커다란 너울성 파도가 몰려와 바위를 집어삼킬 듯 소란을 일으키는 곳이기에 파도가 센날은 파도를 보러가고 잔잔한 날에는 몽돌들을 보러 가고 노루바구와 도런바구에 앉아서 ‘멍 때리고 앉아서‘ 도도하게 흐르는 바닷물을 내다보는 것만으로도 본전을 뽑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 몽돌밭은 넓지 않으나 나름 잘 닳은 몽돌들이 있어 앉아 휴식을 취하기 안성마춤이고 거기 여름 그늘에 앉아 해조음을 즐기는 맛도 제법인데 아침에는 그늘이 시원해서 저녁에는 노을이 멋지게 수락도 켠으로 내려서 나름 장관이라 할 만합니다.


‘통’은 무엇인가를 담는 그릇이라는 의미이고, ‘안’은 안쪽이나 해안의 ‘안(岸)’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니 통안은 ‘안으로 깊숙이 파인 바닷가 공간’인 셈이지요.


지금도 살아 있는 제가 머물고 싶고, 언젠가는 흔적 없이 사라져도 그 자리에 남고 싶을만큼 애틋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통안'에 있는 너른 반석인 ‘노루바구’는 예전 쑥섬에 살았다던 노루가 자주 내려와 노닐었다는 전설을 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인적이 드문 곳이기도 하고 '통안'에 민물이 고이는 '둠벙'이 두어 곳이 있어서 그 물을 먹으러 들렀다가 너른 반석까지 내려와 사람들 눈에 띄어서 그런 지명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왔습니다.


전에는 그저 전설이라 생각했지만, 몇 해 전 우연히 ‘우끄터리’에서 노루(아마도 고라니였을 듯) 한 마리를 목격한 뒤로는 쑥섬에도 노루가 살았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싶었습니다. 그 이후 다시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노루바구는 여전히 제자리에 남아서 노루가 노닐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도런바구’는 물이 휘돌아 나오는 곳이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서바닥/서바다'에서 '동바닥/동바다'로 흐르는 조류가 쑥섬과 사양도의 좁은 물목을 빠져 나가면서 거대한 물줄기가 '뒷먼/뒤쪽' 벼랑에 와 부딪히고 그 물줄기가 여기 '도런바구'를 휘돌아 나가는 모습이 볼만한데, 이때 이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거나 내리는 농어와 감성돔 같은 대어가 자주 드나들어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명소입니다.


‘중빠진 굴’ 근처에서 낚시꾼들이 자리 잡고 낚시대를 드리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빼놀 수 없는 것이 ‘통안’에 자리한 ‘노루바구’에서 바라본 수락도(우리는 수래기라고 부릅니다) 방향으로 석양이 질 때의 풍경은 장관입니다.


그 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30대 후반에 쑥섬의 노루바구와 도런바구 사이에서 해루질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 석양을 배경으로 낚시를 하고 싶습니다. 석양과 일출을 그 사진에 배경으로 담으면서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쑥섬에 들어갈 때마다 꼭 해보고 싶은 ‘그것’입니다.


매번 고향에 들어오면 도런바구와 노루바구 사이에서 낚시를 하며 물고기들을 잡곤 했습니다. 때로는 너무 많이 잡혀서 집에서 큰 함지박을 가져올 정도였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도 다시 한 번 낚시를 해 보려 합니다. 무어라도 잡히면 좋고 아니라도 괜찮을 듯 합니다.


어떤 물고기들이 저와 다시금 조우하게 될까요?


그리고, 수락도 저편으로 저물어가는 석양을 따라 조용히 마음을 건네보려 합니다.


해조음이 가득한 ‘노루바구’에서 서쪽 바다로 흘러가는 물결 소리를 들으며, 제 마음도 어느새 그 너른 통안으로 스며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향은 언제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입니다.


‘통안’은 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장소이자,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해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여름, 그곳을 다시 찾고 그것을 다시 해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입니다.


정말 휴가는,


계획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설레는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쪼록 멋진 여름 휴가를 계획하시어 행복한 여름나기가 되시길 소원하겠습니다.



통안에 가면


늘 그곳에 가면

변하는 것은 나 뿐이었지


노루바구도 거기 그대로

도런바구도 그냥 그대로


늘 그것을 하다보면

변하지 않은 것은 나뿐이었지


그곳에서 그것을 하고서는

돌아오는 길에 의기양양 하여

유치한 웃음도 여전하지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내 통안에 있는 모든 것

서바닥으로 흘려 보내고

비어서 소리가 좋은


통 하나를 들고 나오지.


2025. 7. 11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