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 앞서, 간단한 배경을 소개하자면 나는 지금 도쿄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끼니를 챙기는 것이 서툰 채로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 먹고살게 될까?’라는 단순한 질문이지만, 예상보다 많은 것들이 그 질문에 얽혀 있었다. 예산, 시간, 체력, 입맛, 그리고 나아가서는 내가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원하는 사람인지까지.
초반엔 퇴근 후에도 밖으로 나갔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이곳저곳을 떠돌며 먹었다. 다만, 여행자의 감정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본의 외식비도 은근히 높아서 ‘일주일에 몇 번’이라는 제한을 걸지 않으면 예산을 금세 넘었다. 여행은 지출이 허락하는 축제 같은 시간이지만, 몸은 외국이어도 일상은 그와 다르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본가에서는 할 기회가 많지 않았고, 살던 기숙사에는 부엌이 없었다. 끓여본 것이라고 해봐야 라면과 된장찌개 정도였다. 그러니 외국에서 처음 살 때는, 마트의 저렴한 도시락들—700엔짜리 소박한 도시락부터, 1,800엔 선의 좀 더 화려한 도시락까지—이 편리한 식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교환학생 시절, 어느 날 ‘지금 막 조리된 음식’이 먹고 싶어 졌다. 딱히 성대한 요리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간단한 소금 간의 닭가슴살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간단한 고기, 주먹밥, 청경채나 양배추를 사 와서 몇 가지 조합을 해보았다. 단순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었지만 갓 조리된 음식이 주는 신선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느꼈던 것 같다.
일본 음식이 한국인 입맛과 잘 맞는다지만, 그 ‘비슷함’이란 공통점 위에 수많은 차이가 얹혀 있었다. 단 것을 좋아하던 내 입에도 일본 재료들은 종종 너무 달았고, 매운맛은 최대로 해도 아쉬울 만큼 순했다.
물론 외식의 풍요는 매력적이었지만, 그건 일상과는 조금 다른 결이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결국 나는 집에서도 제대로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했고, 쉬운 파스타에서 시작해, 복잡한 요리들까지 시도해보곤 했다. 완벽하게 맛있진 않아도 ‘이 재료는 이렇게 굽는 게 더 낫구나’ 같은 작은 배움들이 누적되는 과정은 꽤 재밌었다.
요리가 주는 기쁨은 단순히 비용 절감의 문제를 넘어선다고 느꼈다. 반복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중요한, 나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감각, 그리고 때때로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먹을 때의 행복감. 요리는 생활의 한 덩어리라기보다 나라는 사람을 다시 이해하게 해주는 과정으로 생각이 되었다.
어떤 음식 조합이 내 몸에 맞는지, 무엇과 무엇은 같이 먹으면 안 되는지, 그런 기초 지식들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게 여행 때는 느낄 수 없던, ‘사는 삶’에서만 생겨나는 재미이기도 하다.
유럽 여행 때 에어비앤비에서 이것저것 해 먹어 본다며 결국 아시안 마트에서 사 온 라면만 끓여 먹었던 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식재료를 만지고, 조리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해보고 있다.
이번 브런치 북은 일본자취 '식(食)'의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여행과 ‘사는 것’의 거리는 세금이나 행정, 문화적 차이에서도 드러나지만, 매일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는 이 반복적이고 사소한 영역에서 더 또렷하게 갈린다. 완벽하고 멋있는 레시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하며 느낀 점과 배운 내용에 대해 주로 다루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은 그 매일의 고민에 대한 기록,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발견한 작은 변화들에 관한 이야기가 될 예정이다.
Cover: Midjourney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