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가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1K는 일본 집 구조 중 하나이다.
1K란, 1 Kitchen라는 구조다. 특징은 부엌과 방이 문 하나로 분리 되어있다. 1인 가구의 평범한 집 구조다.
1R은 말 그대로 1 Room이라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1K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1DK는 1 Dining + Kitchen이라는 의미다. 즉, 부엌(DK) 공간이 조금 더 넓어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된 구조다. 방은 하나지만, 요리 공간과 생활공간을 조금 더 분리해서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1K보다 공간이 넓은 만큼 월세도 조금 더 올라가는 편이다.
1 LDK는 1 Living + Dining + Kitchen이라는 구조다. 말 그대로 방이 하나 있고, 거실 역할을 하는 공간(LDK)이 따로 있는 형태다. 일본에서는 ‘거실이 따로 있다’는 느낌이 강해서 1인 가구 중에서도 공간을 여유롭게 쓰고 싶은 사람이나, 커플, 혹은 재택근무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1DK보다 확실히 넓어지고, 가격도 그만큼 올라간다.
여기에서 2 LDK, 3 LDK 이런 식으로 숫자가 늘어나면, 앞의 숫자는 방(Room) 개수를 뜻한다. 예를 들어, 2 LDK는 방 2개 + 거실 + 주방이고, 3 LDK는 방 3개 + 거실 + 주방이다. 숫자가 커질수록 가족 단위, 혹은 룸메이트가 있는 사람들이 선호하게 된다. LDK 공간은 공용으로 쓰고, 각자의 방을 따로 두는 구조로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는 1K에서 요리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물리적인 크기 때문이었다. 싱크대와 인덕션 사이의 공간에 재료들을 꺼내놓고 손질할 것 같은데, 다 싱크대로 떨어트려버릴 것 같았다. (나는 구매하지 않았지만, 싱크대 위를 덮는 아이디어 상품들도 있다. 싱크대 공간을 도마로 활용하는 느낌.) 실제로 재료 손질 하다가 좁아서 바닥에 떨어지거나 인덕션 영역으로 재료가 도망가버리는 경우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집의 구조를 바꿔버릴 수는 없으니, 이곳에서 어떻게 적응해서 요리를 하고 있고, 그에 따라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생각들이 바뀌게 되었는지 정리해보고자 한다.
보통 인덕션이 2개인 집이 평범한 건 맞지만, 부동산 어플(suumo)을 보다 보면 1개만 있는 곳들도 있었다. 처음에 본 집들 중 인덕션이 하나만 있던 집이 기억난다. 주변 인프라는 매우 좋지만, 반대로 크기는 작은 집이었다. 나는 처음에 인덕션은 2개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바로 제외를 했다. 그런데 막상 요리를 하다 보니 웬걸, 동시다발적으로 사용할 일이 많이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인덕션이 1개만 있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메뉴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프라이팬 하나로 다 해버리는 편이라...) 물론 가족단위라면, 하나로는 국을 끓이고 하나는 요리를 하고... 몇 개로도 부족하겠지만 말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사실 개수 문제가 아니라 IH여서 불편한 점은 있다. 얼마 전에 시부야에서 맛있는 솥밥을 먹고, 집에서 솥밥을 해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IH용을 구매하려니, 가격이 가스레인지 용의 거의 2배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IH용 조리기구를 사보긴 했지만, 이만큼 큰 차이가 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집에 가스레인지 버너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던데, 그럼 수납공간이 또 부족해지다 보니 나는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늘 갇혀있는 필요성과 수납의 굴레다.
한 번은 친구가 집에 와서 싱크대가 좁아서 큰 조리 기구 세척할 때는 힘들지 않냐는 말을 했다. 나는 큰 것은 물론이고, 작은 식기도 하기 힘들다고 답하며 웃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그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내가 큰 중식용 조리기구를 쓰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싱크대 크기가 좁을 때의 문제는 작은 그릇들이 쌓일 때다. 최소한의 식기 개수를 사용하려 하지만 그럼에도 몇 개가 쌓일 때가 발생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주 설거지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청결 때문에 고마워해야 되나)
참고로, 일본에 살면서 이곳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수납과 관련된 아이디어들이다. 아마존이나 라쿠텐을 조금만 찾아봐도, 냉장고 위에 전자레인지, 그 위에 오븐을 올리고 그 위에 또 다른 기구들을 올리는 사다리 같이 생긴 틀들이 많다. 옵션도 다양해서 찾고자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보다 보면 경이로울 정도인데, 아주 작은 영역까지도 어떻게 활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냉장고와 싱크대 사이에 틈이 10cm 정도 있는데 그 안에 바퀴가 달린 다이(?)를 넣는 경우도 있다.
'못해'라는 생각이 바뀌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어떻게든 사람은 적응을 할 수 있더라. 대신 이곳에서 나는 다른 능력을 덤으로 키운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그릇을 꺼내고 어디에 배치해야 떨어지지 않는지에 대한 감각들을 자연스럽게 배워버렸다(배울 계획은 크게 없었는데 말이다).
여담이지만, 나라마다 일반적인 집의 구조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역사도 궁금해졌다. 내가 본 한국 집들의 경우 요리하는 사람의 뒤가 거실로 뚫려있는 부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일본은 등 쪽이 막혀있는 구조들이 많다. 예를 들어 1K는 뒤가 욕실이 되는 경우가 많고, 1 LDK여도 시야가 거실이 될 뿐이지 뒤쪽은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수납장이 되는 구조가 많다. (물론 내가 본 예들이 전부는 아니다. 뒤가 뚫린 일본 집들도 종종 봤다.) 파리나 뉴욕의 집들은 어떠려나. 덴마크나 스페인은?
이곳에 살면서, 일본에 오기 전까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들이 많이 깨졌다. '이건 불가능하지', '이건 당연하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거구나', '이렇게 하면 해결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다.
문득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요리를 하면서 어떤 고정관념이 깨졌는지도 궁금해졌다. 그것이 재료를 구하는 한계로부터일수도 있고,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깻잎이 비싸서 직접 기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는 집의 구조나 사는 방식에 따른 것이 될 수도 있겠다.
아직 이 작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다. 더 잘 활용하고, 잘 수납하고, 잘 가꾸며 사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cover: Midjourney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