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지극히 개인주의고 겉은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밈을 자주 보게 됐다. 특히 교토 사람들은 돌려서 말하는 화법이 충청도의 3배라는 등 상대방이 한 말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건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일본인 친구가 예전에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혹시 가서 살면 그렇게 인간관계가 힘들까 ‘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럼 진짜 일본 사람들은 겉과 속이 그렇게 다를까? 진짜 그들은 마음 여는데 시간이 더 걸릴까?
직접 살아보면서 느낀 건, 이것 또한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라는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도쿄로 교환학생 왔을 때 친구 한 명 못 만들고 끝나버리는 것 아닐까 걱정도 했었다. 사람들과 최대한 많이 웃으려고 하고, 잘 지내려고 했지만 사적으로는 안 친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속상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수업에서 우연히 만났던 학생이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을 소개할 때 재즈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도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쩌다 같이 걷게 되었을 때 나도 재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랑 말이 통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인스타 교환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집에 와서 받은 메시지는 ‘너랑 밥 먹고 싶어! 다음 주 시간돼?’
우리는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의 안 되는 일본어와 그 친구의 서툰 한국어는 내려놓고 우리는 영어로 대화했다. 그러다 그 친구가 갑자기 재즈 동아리를 이야기했고, 구경하러 놀러 오라고 했다. 솔직히 이때부터는 오히려 내쪽에서 부담이 생기기도 했다. '동아리 팀원들이 왠지 북적북적 모여있을 것 같고... 그런 분위기 어려운데...', ‘일본어도 잘못하는데, 일본어 이상하게 말했다가 창피당하면 어떡해?‘, '난 어차피 교환학생이라 동아리 가입도 안되는데...’ 이런저런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그 친구의 권유에 이끌려 저녁 동아리 방에 놀러 가게 됐고, 거기서 같이 드럼도 연주하고 새로운 친구들도 만나게 됐다. 이 친구와는 3년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맞아 늘 만나도 음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이 외에도 다른 일본인 친구들도 정말 착하고 오히려 나에게 다가와주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인들끼리 정을 나누는 문화와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일본 문화 나름대로의 차분한 따뜻함이 들어 좋을 때도 있었다.
어쩌면 ‘마음을 연다 ‘라는 문장이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만약 누군가가 ‘일본인들은 마음을 안 연다던데, 진짜로 친해지기는 되게 어렵다던데...‘라고 말하면 그런 사람들도 있구나 정도로 이해한다.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것이 한순간에 이유도 없이 가능한 것이 아닌 것처럼, 전체적인 그림으로는 결국 이런저런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쿄 회사원의 일상 @ kei___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