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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회사는 야근 많아?

by 케이

어느 날, 오사카에 사는 한국인 지인이 물어봤다. 나보다 3살이 많은 학교 선배, 기획자다.

'케이야, 혹시 너네 회사도 이렇게 야근이 많아..?'


그 선배한테 듣기로는 회사의 출근시간에는 사람들이 딱딱 맞춰오는데, 퇴근은 다 같이 안 한다는 이야기다. 눈치를 봐야 되다 보니, 심적으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회사만 놓고 보면, 야근 여부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팀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마다 문화도 다르고, 일도 다르고, 주로 사용하는 언어도, 출근하는 시간도, 팀원들의 성격, 연차도 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일본 대기업을 다니고 있는 일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5년 넘게 같은 부서에서 일하다가 얼마 전 자신의 의지로 부서를 바꿨다. 전에 있었던 부서가 일이 너무 많아서, 가끔씩 주말에도 일을 하는 것 같았다. 눈치 때문에 할 일이 없는데도 퇴근을 못하는 모습이 아니라, 일이 정말 너무 많다는 인상이었다. 그래서 간혹 약속을 다른 날로 바꿔야 된다거나, 늦은 밤에 퇴근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부서를 바꾸자 칼퇴를 하기 시작했다. 그 친구를 보고, 같은 회사 안에서도 부서마다 그런 차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 회사도 그런 점은 비슷하다고 느낀다.


또 다른 외자계(외국기업)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야근이 일상이어서 항상 저녁 9시 이후에 퇴근하는 친구들, 전철이 끊겨서 택시를 타고 퇴근하게 되는 친구들 등... 그 외에도 대기업, 중소기업을 떠나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아, 역시 일본은 야근 문화가 흔한가..?'라고 생각할 때쯤, 생각해 보면 한국과 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종사하고 있는 분야가 제각각인데도, 새벽에 퇴근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흔히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열심히 일하고, 야근도 자처하고 일도 많이 한다는 이미지가 외국에 있다던데, 다양한 국가에 있는데도 야근을 많이 한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 중 한국인이 많아서 그런가 혼자서 유추해보기도 했다.


다양한 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영상들을 보던 때가 있었다. 영국인 이렇고, 미국은 이렇고, 한국은 이렇고... 나라마다의 업무문화가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기로 유명한 미국이라고 해서 야근을 안 하는 것도 절대 아니었고(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일본이라고 해서 무조건 야근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었다. 평균적인 근무시간과 같이 수치적인데이터는 비교하기 쉽지만, 정성적 데이터인 개인의 삶은 다양해서 일반화된 정보를 적용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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