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오전 8~9시쯤 거리를 걷다 보면 서류가방과 정장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가 많다. 한국에서는 여의도나 강남 외에는 정장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잘 못 봐서 그런지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다. 요즘엔 한국에서도 투자증권이나 은행 다녀도 캐주얼하게 입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일본은 복장에 있어서 아직 보수적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도 지금의 일본 회사로 오기 전까지는 혹시 정장을 입고 다녀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출근 첫날에는 슬랙스도 입고, 가지고 있는 카디건 중에서도 제일 차분한 색감을 입고 갔었다. 그런데 웬걸, 회사 복도에서 머리를 탈색한 직원부터, 귀걸이도 엄청 크고, 후드티에 반바지도 입고 다니는 직원까지 다양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각 잡히게 차려입은 사람들은 얼마 전에 입사한 사람들뿐이었다.
면접 볼 때도, 당연히 면접은 완벽하고 깔끔한 헤어스타일링에 각 잡힌 정장을 입고 봐야 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실제로도 일할 때는 편하게 입어도, 면접에서는 깔끔하게 차려입고 가야 한다는 룰이 암묵적으로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면접 때 '복장은 정장이 아니라 캐주얼하게 입어주세요'라는 안내사항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 말을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건가...?'라는 의심도 했고, 복장에 대해 여러 고민도 많이 했다. 일본 면접 문화가 어떤지 저 너머로 밖에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 수가 없었다. '편하게 입으라고 해서 입었다가, 너무 편하게 입으면 어떡하냐고'라는 생각도 들어서, 그때도 내 기준으로 깔끔한 흰 와이셔츠에 카디건을 입었다.
그런데 나와 달리, 면접관 분들은 꽤 편한 복장으로 오셨던 기억이 난다. 리넨 와이셔츠 정도, 어떤 분은 비니도 쓰고 계셨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 느낀 점이 '이 회사가 복장에 대해서는 타이트하게 하지 않는구나, 좋네...'였다. 이걸 보고 나는 회사의 전체적인 문화에서 비롯된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업이나 비즈니스 쪽에 종사하고 있는 동기들은 정장을 주로 입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직군에 따라 옷차림이 다른 점은 어느 나라든 비슷하구나를 깨달았다.
그런데 의외의 경우도 있었다. 지인 중에 로봇 설계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지인이 있는데 정장을 매일 입고 다닌다고 했다. 영업직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고, 로봇 설계하는 개발자인데 정장을 입고 다니는 문화가 독특하다고 생각되긴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정장 입고 출근하는 게 자신의 마음 가짐에도 도움을 줘서 좋다고 했다. 확실히 복장이 마인드셋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고 동의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지만 말이다.
참고로, 도쿄에서 정장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특히 신바시나 신주쿠 쪽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예전에 신바시 쪽에서 산 적이 있는데, 집에 퇴근하고 돌아올 때마다 신바시 역에서 정장 입은 여러 명의 회사원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