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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월세가 월급의 반이라던데?

by 케이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보증 회사의 심사 때문이다. 일본은 집을 계약하기 전에 보증회사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것은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똑같다. 그때 하는 심사는, 이 사람이 월세를 낼만한 여건이 되는가를 체크하는 것인데 통상적으로는 지금 당장 회사에서 잘리더라도 최소 월세 3개월 정도분은 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입주자가 회사에서 잘리면 월세가 밀리기 때문이다.


나도 집을 고를 때 조금만 더 월세 기준을 높이면 갈 수 있는 집이 많아졌기 때문에 월세 범위를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보증회사를 모르더라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내 월급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월세에 사는 것은 장기적으로 봐도 좋지 않고, 그럴 무리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도 '스모'(일본의 유명한 부동산 회사)에서 집을 찾을 때 처음부터 월세를 정해놓고 보기보다는 원하는 동네를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계속 월세 범위를 조정해 가면서 찾았다.


하루는 부동산 직원분이랑 도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날이었다. 갑자기 입주자의 월급과 월세의 규율(?) 관계가 있는지가 궁금했다. 어느 정도 월급 받는 사람은 이 집에 못 들어간다던지 하는 규율 말이다. 그랬더니 부동산 직원분이 보통은 30% 이하의 집들을 추천한다고 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월급의 30% 이하인 월세를 뜻한다. 그래야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어느 날 회사에서 잘리더라도 3개월 동안은 월세를 낼 능력이 되는 것이고, 그 정도 시간 안에는 다시 일을 구할 수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보증하는 게 보증회사의 일이다.


물론, 사람의 재산이 월급만 있지는 않기 때문에 통장 또는 다른 재산을 증명하면 30% 이상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또 월급이 없는 경우에도, 다른 형태의 증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학생 같은 경우에는 아르바이트비만으로 월세를 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도와주신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다. 하지만 이미 회사원이면 그런 증명 절차를 거치는 것도 번거롭고, 애초에 무리가 되는 집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느 순간에는 현타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포기했었다. 그래서 부동산 회사에서 추천해 준 나의 월급의 20~25% 정도인 월세의 집으로 결정했다.


참고로, 도쿄 중심부 쪽은 1K 기준 기본 월세가 100~200만 원 사이고(축 연도가 10년 이하라는 조건하에), 그중에서도 더 넓은 집, 높은 집에 가려면 300~400도 거뜬히 넘는다. 오사카는 그것의 75%, 후쿠오카는 50% 정도로 우리나라랑 비슷하게 수도인 도쿄의 물가와 월세가 훨씬 높다. 전세가 있는 한국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큰돈이 매월 빠져나간다고 하면 놀라겠지만 일본은 집을 사거나 월세를 내거나 둘 중 한 가지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월세를 내는 것은 가족이 생기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당연하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는 그게 아깝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잘 없다. 나도 한번 웹사이트를 찾아보다가 좋은 집을 찾았는데, 월세가 250만 원 정도였다. '아니, 이런 집은 누가 살아?'라고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집에도 누군가가 입주했다는 공지가 떴다. (다 각자가 살만하니까 살겠지 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여러 유튜브를 보다 보면 월세가 실제로 자신의 월급의 반이라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는 분들도 계셨다. 도쿄의 월세가 높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살지는 못하고 (그럴 수도 없고) 각자의 판단에 맞춰 집을 고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면, 도쿄에 있는 집들은 1층도 많고, 2층도 많다. 우리나라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땅콩주택'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주택에 두 가구가 사는 형태도 있고, 아파트의 형태도 있다. 여러 집의 종류가 있고, 또 거리를 걷다 보면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는 집들이 많아서 산책이 지루할 틈이 없다.


결론적으로, 월세가 월급의 반이 되기는 어렵지만 누군가에게는 상황에 따라 가능한 일일 수도 있으니 참고만 해주면 좋겠다. 월급이 높아지면 월세가 더 높은 집으로 가는 게 나을지, 아니면 그대로 월세가 낮은 집에서 연장을 하는 게 나을지를 판단하는 것도 순전히 각자의 기준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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