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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어디에 살고 싶어?

by 케이

한 10년 전부터, 만약에 일본에 살게 된다면 도쿄에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나는 가까운 거리에 많은 인프라와 사람들이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삿포로,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오키나와, 나오시마, 가마쿠라 등 다양한 곳에 여행을 갔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살고 싶은 곳은 북적거리는 도쿄였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도쿄의 동네는 4번째 동네다. 이곳을 고르기까지 나의 기준들과 경험이 무엇이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한 달간 살아본 '타카다노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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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splash

'타카다노바바'는, 많이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JR야마노테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2호선인 호선에 속해있다. 도자이선, 신주쿠선도 다닌다. 근처에 와세다 대학교도 있어서 저렴하고 맛있는 가게들도 많다. 하지만 그렇게 장점이 있는 만큼 월세가 높다.


내가 타카다노바바에 살게 된 이유는, 대학생 때 도쿄 한달살이를 했기 때문이다. 어학연수를 잠깐 왔었는데, 그곳에서 지정해 준 숙소였다. 타카다노바바는 역에서 내리면 큰 상가가 역 앞에 있고, 사람들이 엄청 많이 돌아다닌다는 인상이 들었다. 그렇다고 회사원들이 많은 것은 아니고, 옷차림새를 보면 주민들이나 학생들이 많았다. 필요한 카페, 음식점들, 상가는 많은 느낌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고즈넉함이나 차분함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 들었다. 역에서 나오면 왼쪽에는 이자카야 상점가들이 즐비해있어서, 술 좋아하는 분들은 즐길 거리가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와세다 대학생도 아니고, 회사가 이쪽에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월세는 높은 곳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고려대상에서 제외했다.


두 달간 살아본 '이치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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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splash

교환학생 때는 '이치가오'라는 덴엔토시선이라는 호선에 속해 있는 역에서 살았다. 이때도 내가 집을 구한 게 아니라, 학교에서 지정해 준 숙소였다. (의문인 부분이, 이치가오와 내가 다녔던 도쿄공대는 지하철로만 30분이 넘게 걸리고 환승까지 해야 된다. 교환학생들 숙소가 거기로 정해진 이유를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이치가오'라는 역을 아는 내 일본인 친구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도쿄 외곽에 있다. 그나마 후타고타마가와라는 유명한 역에서 3 정거장 정도에 있기 때문에, '후타고타마가와 방향 쪽인데 더 가야 돼'라고 말하면 대충 사람들이 이해했다. 역에 내리면, 완전한 주택가가 펼쳐진다. 그게 싫지만은 않았고,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 없이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참고로,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도쿄의 중심가 쪽인데, 그것을 결정하게 된 데에 이치가오 생활이 큰 역할을 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이치가오는 도쿄 중심가(예를 들어, 시부야)까지 가는데 급행을 타도 도어투도어 1시간이 걸렸다. 급행을 타지 않으면, 시부야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하철비도 500~700엔 정도여서 매일 하기에는 왕복 1만 원이 넘었다. 그런데 나는 도쿄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경험하는 것을 원했다. 산책도 좋아하고,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나에게는 체력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혹시나 미래에 도쿄에 살게 된다면, 작은 집이어도 중심가 쪽에서 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두 달간 살아본 '신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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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splash

이곳은 회사에서 입사 초기에 잠깐 제공해 준 집이었다. 신바시는 긴자 근처에 있는 역이다. 야마노테선, 긴자 선, 아사쿠사선, 유리카모메까지... 무려 4개의 호선이 지나다닌다. 10분 걸어서 긴자, 15분 걸어서 도쿄타워도 갈 수 있고, 아자부다이힐즈도 25분 정도 걸으면 갈 수 있다.


신바시의 인상은 정말 깨끗하고 반듯하고 높은 건물들이 모여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살던 집은 신바시 역에서 10분, 히비야선의 도라노몬힐즈에서 10분 정도였다. 히비야선까지 탈 수 있다니... 말 그대로 5개의 호선이 가능한 교통망은 정말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주택가가 아니어서 조금 삭막한 느낌은 들었다. 회사들도 많아서 정장 입고 몰려다니는 회사원들도 정말 많다. 그래서 이자카야도 많고 술에 취한 사람들도 많이 봤다.


'사람'이 많기 때문에 치안이 좋은 동네인 것은 맞았지만, 위에서 말했듯, 인프라가 정말 좋아서 월세가 집의 상태에 비해 높긴 했다. 그래서 이번 고려대상에서는 제외했다.


그리고 지금의 동네

결론적으로, 위에 3곳을 살아보고 나와 맞는 동네와 아닌 동네가 어떤 곳인지 대충 느끼게 됐다. 그리고 스스로 기준을 세워봤다.


1. 여러 호선이 다니는가

- 단순히 여러 호선이 아니라, 내가 관심 있는 호선(도요코 선, 히비야선, 긴자 선) 이어야 했다. 이동할 때 환승하기가 귀찮고, 돈도 더 들기 때문이다.

2. 동네 분위기가 차분한가

- 시끄럽거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아니라, 소곤소곤한 느낌을 원했다.

3. 주로 돌아다니는 사람들

- 가족 단위의 동네를 원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도 자주 보이는가

4. 좋아하는 카페들이 주위에 있는가

-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쉽게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카페들이 있는가

5. 이자카야가 별로 없는가

- 20대 2-3명이 가는 느낌의 분위기 있는 이자카야가 아니라, 회사에서 10명 이상 단체로 가는 이자카야들이 있다. 신나는 분위기도 있지만, 주로 10시쯤이면 거리에 취한 사람을 보게 될 확률이 높다.

6. 주변에 공원이나 강이 있는가 (큰 강 X)

- 산책을 좋아해서 주변에 공원이나 강이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너무 큰 강은 쓰나미 위험도 있다고 해서, 츠키시마 쪽을 제외하기도 했다.


집의 구조나 상태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빼고, 오늘은 동네에 대한 이야기만 해봤다. 나는 차 없이 대중교통으로만 이동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매일 보는 풍경이 어떠한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양한 동네에서 살고 나니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미래에 도쿄에서 살 예정이신 분들에게는 이 글이 참고가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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