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본 여행이랑 사는 거는 어떻게 달라?

by 케이

일본이랑 한국은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서로의 나라로 여행 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인이 일본 여행 관광객 비율 80% (출처: 조선경제), 일본인이 여행 가는 1위 나라도 한국이다.) 도쿄에 가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 종종 '그 나라에 가는 것은 '여행'이기 때문에 좋은 거지, 살면 또 달라-'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 '다르다'는 것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도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했고, 그렇게 직접 도쿄에서 살아보게 되었다.


직접 살아보니 여행일 때와 일상일 때 어떤 것이 다른지 일상을 관찰해 보았다.


여행객이었을 때

1. 계속 돌아다니고, 쇼핑하기

힘들어도 다리가 아파도, 일단 호텔 밖으로 나갔다. 더워도 밖에 나가고 추워도 밖에 나갔다. 하나라도 더 눈에 담고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서 돌아다녔다. 무언가를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 다시 여행으로 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에 들면 여행의 기념품으로 생각하고 샀다. 숙소는 잠잘 때만 이용하는 곳, 거리에 나가 산책이라도 했다.


2. 한껏 꾸미고 돌아다니기

여행이니까 당연할지 모르겠지만, 불편한 옷이더라도 '여행'이기 때문에 꾸미는 것에 더 집중했다. 친구들이랑 사진 찍을 일도 많고, 기왕 여행 온 거 평소와 다른 분위기로 꾸며보기도 했던 것 같다.


3. 현지인 맛집에 대한 집착

웃긴 이야기지만 난 분명 관광객인데, 관광 장소에 가기를 꺼려했다. 북적북적 몰려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게 어디든 줄도 길어지고, 길도 자주 막히기 때문에 싫었다. 웨이팅이 긴 것도 싫고 가게에 외국인만 있으면 일본에 여행 온 느낌이 안 와서 그런지 현지인 맛집들을 주로 찾곤 했던 것 같다. 동시에 현지인들만 알고 있는 가게라던지, 내가 새롭게 발견한 것 같은 동네가 있으면 왠지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살게 되었을 때

1. 각종 전문용어로 적힌 우편물들

처음 입주하고 몇개월 간은 우편물들이 정말 많았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일본은 광고를 아직도 종이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편함에 광고 전단지가 한가득일 때가 많다. 그 광고 전단지들 사이사이에 나한테 온 '진짜' 우편물들이 있는데, 이 우편물들은 건강보험증, 카드, 거주 신고서, 연금, 수도세, 월세 등 다양하다. 이런 우편물 특성상 전문적인 용어를 적어놓기 때문에 하나라도 잘못 이해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 우편물이 오면 스트레스부터 받곤 했다. 그래도 이제는 익숙해지고, 긴장하지 않지만 초반에는 그랬던 기억이 난다.


2. 종종 겪는 배달의 불편함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집 앞에 우편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집 안에 사람이 없을 때 우편물을 두고 가는 방법은 2가지인데, 첫번째는 집이 맨션이라면 1층에 있는 공동 락커에 우편물을 넣는다. 아마존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다. 부재중일 때 이 공동락커에 넣어놓고 비밀번호를 적고서 해당 호실에 비밀번호 종이를 넣고 간다. (아마존은 심지어 집에 사람이 있어도 그냥 이 락커에 놓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바빠서 그런가)


두 번째 방법은 다시 회수해 가버린다. 한국이랑 다르게 일본은 사람에게 직접 배달물을 건네주지 않고, 집 앞에 두는 것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훔쳐갈 수도 있다고 보고, 일본은 통상적으로 아파트/맨션 복도에 짐을 두지 못하게 한다. 지진이나 재해가 일어났을 때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만약 다시 회수해 가면, 그때는 내 우편함에 두고 간 '집에 안 계셔서 회수해 갑니다'라는 내용의 종이 안내에 맞춰서 다시 언제 배달해 주면 될지 인터넷으로 등록하면 된다. 듣기만 해도 정말 불편하지 않은가..? 한국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갔을 때 가장 불편하고 당황스러웠던 시스템 중 하나였다.


3. 카페가서 노트북으로 과제하기

여행일 때는 당연하겠지만, 컴퓨터를 들고 어디 가서 일해야 되는 경우는 없었다. 아예 여행 때는 가능한 노트북을 안가져가려고 했다. 하지만 도쿄 교환학생 때는 집에서 집중이 안될 때 종종 지유가오카 스타벅스에 가서 과제를 하고,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비로소 일본에서 관광할 시간은 없고, 똑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4. 관광지여도 맛있으면 또 간다

관광객일 때와 반대가 된 것이 있다면, 가끔씩은 관광지로 놀러 가는 게 재밌다고 느낀다. 얼마 전에 새해였기 때문에, 아사쿠사를 갔었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인파와 그 안에서의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리고 시부야에 있는 푸글렌도 한국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실제로는 일본인에게도 인기가 매우 많다. 시부야를 가면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카페가 없을 때가 많아서, 요요기 방향 쪽으로 걸어서 푸글렌에 자주 가게 되기도 한다. 분위기가 좋은 곳은, 어느 나라 사람에게나 다 인기가 많은 것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간단하게 내가 느낀 관광객이었을 때와 살았을 때의 차이들을 정리해 보았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 차이들이 있지만 특히 머릿속에 남았던 현실적인 내용들에 대해서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직접 살아보니 확실히 그 차이는 큰데, 미국이나 유럽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keyword
이전 16화일본 살 때 아프면 어떻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