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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은 어떻게 찾았어?

by 케이

해외 생활에 있어 처음에 가장 막막했던 것은 집 찾는 일이었다. 회사에서 처음 2개월 동안 지낼 곳은 줬지만, 그 기간 안에서 집을 구해 반드시 나가야 했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자취한 적이 없었던 나는 집을 어떻게 구하는지 조차 감이 안 잡혔다. 특히 내가 집을 구하던 시기는 4~5월이었는데, 이미 이때는 1~3월인 성수기가 차츰 끝나갈 때여서 집이 많이 안 나와있을 수도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있었다. 그래서 원래는 4월에는 회사 적응을 좀 하다가 5월에 집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잘못하다가는 입주 날이랑 현재 집에서 나가야 되는 날짜가 엇갈릴 수 있어서 호텔에 있어야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한국도 그럴 수 있겠지만, 일본은 보증회사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사람이 월세를 지불할 능력이 있는지를 우선으로 여러 가지 다른 부분도 검사를 한다. 그때 심사가 걸리는 기간이 있는데, 그게 어떤 경우에는 2주나 걸린다. 그렇게 되면 들어가고 싶은 집은 정했고, 계약 심사도 넣었는데 2주가 갑자기 떠버리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혹여나 떨어지는 경우 다시 집을 찾아야 되는데, 그때부터 시작하면 5월 중순이 지나버릴 수도 있었다.


주절주절 이야기가 길었는데, 결론적으로 길다고 생각했던 2달이 결코 길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이런저런 타이밍을 고려해 봤을 때 나는 빨리 집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살고 싶은 동네를 가봤다. 일본인 친구들이나 한국인 친구들한테 집 구한 방법을 물어봤을 때 부동산에 그냥 가서 자기가 원하는 조건을 말하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 너무 충격적이었다. 아무래도 부동산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다짜고짜 들어가서 이런 집을 찾고 있다고 하면 (특히 그때는 일본어가 더 부족했다...) 괜찮은 것이 맞나 걱정되었다.


당시에는 유튜브에서 도쿄 자취방을 자주 찾았었는데, 많은 한국인들이 '스모'라는 일본의 유명 부동산 사이트를 들어가서 집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집이 보이면 해당 집을 관리하고 있는 부동산 번호가 옆에 있기 때문에 상담 신청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이 절차대로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부동산에 가서 물어보는 게 좋다고 하니 꽤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때, 문제가 하나 발생했는데 내가 '스모' 사이트에서는 원하는 집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맨션의 축 연도랑 해의 방향, 집의 층수가 나한테는 꽤 중요했는데 그런 조건을 다 맞추면서 내가 생각하는 예산 안에서 원하는 동네에서 집을 찾는 것이 참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조건에 맞는 집이 몇 개 밖에 안 나왔고,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까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스모나 다른 부동산 인터넷 사이트에 매물이 올라오긴 하지만 거기에 있는 게 다는 아니야. 그래서 직접 부동산에 가서 물어보는 걸 추천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져와주시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본어 때문에 조금은 졸았었지만 집은 어떻게든 구해야 되니까 나카메구로의 부동산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가니, 내 또래쯤 되어 보이는 여성 직원이 한 명 보였다. 앞에 앉아서 내가 살고 싶은 집의 조건을 말해주었다. 말씀드리자마자 친절하게 하나하나 다 찾아봐주시고, 5곳 정도 종이로 인쇄해 오셨다. 그래서 주신 집들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가능하시면 오늘 둘러보시는 거 어떠냐고 나한테 물어보셨다. 나는 오늘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가웠다. 그래서 같이 택시를 타러 갔고, 그날에 3곳 정도 직접 보러 다녔다.


친절한 부동산 직원분 덕분에 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찾은 집들의 조건 중 몇몇 개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 부동산에서 계약까지 진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본에 와서 집을 알아보는 분들이 있다면, 내가 했듯이 그냥 거리에 있는 부동산이나 구글맵에 나오는 부동산들 리뷰 보고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예약을 할 수 있는, 또는 해야 되는 부동산들도 있기 때문에 미리 갈 곳의 구글맵 리뷰를 확인하기를 바란다.


그 이후에 다행히 금방 다른 부동산을 통해 마음에 드는 집을 구했다. 그 부동산 직원분과는 계속 라인으로 연락을 하면서, 원하는 조건의 집을 같이 열심히 찾았다. 다행히 타이밍에 맞춰 잘 입주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다. 현재는 부동산이 아니라, 관리회사와 자주 연락하고 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나한테 설명하실 때 어려움도 있으실 텐데, 늘 한국어로도 번역해서 메시지를 보내주시고 늘 친절하게 상황들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집을 구하는 과정은 어느 나라에서든 고려해야 되는 요소도 많고 큰 결정이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일인 것 같다. 세상 곳곳에서 새로운 집을 찾고 계시는 분들께 공감이 되는 글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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