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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새해에는 뭐 했어?

by 케이

올해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새해를 보냈다. 연하장이 우체국과 편의점에서 팔리기 시작하는 2024년 말부터, 1월 1일과 2일에 먹는 오세치까지 먹어보았다.


왜인지 일본도 새해에는 우리나라가 한복을 입듯, 기모노를 입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나는 직접 일본 지인 집에서 새해를 보낸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입는지 안 입는지는 모르지만, SNS에서도 못 보긴 했다. 오히려 1월 12일이 성인식, 13일이 성인의 날이었는데 그때 도쿄 거리에서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미국에서 새해를 몇 번 보냈봤었지만, 일본에서는 처음이었다. 비교해 보면 확실히 연말연시에 대한 일본의 인식이 남다르다고 생각됐다. 미국에서는 따뜻한 코코아나 커피를 마시면서 새해 이브를 맞이하는 정도였다면, 일본은 12월 초부터 마트에서 온갖 신년 관련 물건들을 팔았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보는 물건들도 많아서 신기했다. 몇 가지는 호기심에 사보기도 했다.


87860549.3.jpg 오세치 (출처: 구글)

오세치 사 먹기

오세치란, 1월 1일부터 2일까지 먹는 음식인데, 그 종류가 다양하다. 콩, 해산물, 햄, 밤, 연어알 그리고 다양한 야채들이 섞여있다. 1일과 2일은 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미신 때문에, 불을 안 쓰고도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음식의 종류가 보통 10개가 넘는데, 하나하나 장수, 건강 등 다양한 의미가 담겨있다. 나는 세븐일레븐에서 시켜서 먹어봤다. 편의점이라고 해서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지만(2인용에 11만 원 정도) 백화점보다는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다. 오세치 전문점이나, 초밥 가게 등 다양한 곳에서도 구할 수 있다.


다운로드 (5).jpeg 오미쿠지 (출처: 구글)

신사와 절에 가서 오미쿠지 뽑기 (하츠모데)

12월 31일 저녁 11시에 택시를 타고 집 근처 절에 갔다. 무언가가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이 불 주위에 모여들어 타들어가는 것을 보며 불멍을 때리기도 했다. 그다음에는 11시 45분부터 스님들이 울리시는 종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서양인 외국인들만 보이길래, '일본인들은 절에 안 오는 건가...' 생각했는데, 11시 50분이 되자마자 300명 넘게 갑자기 찼다. 다들 추워서 그런지 시간 맞춰 나온 것 같았다. 천천히 줄을 기다려서 절 가운데를 지나 오미쿠지를 뽑았다. 오미쿠지란, 신년 운세를 뽑는 것인데 만약에 흉이 나오면 절에 있는 공간에 매달아 놓고 오면 된다. 길을 뽑으면, 지갑에 넣어 다니거나 어딘가에 보관한다고들 한다.


그 외에도 내가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연말연시에 눈에 띄게 많이 보였던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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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카가미모찌 / 오른쪽: 시메카자리 (출처: 구글)

카가미 찹쌀떡과 집 앞 장식들 (시메카지리)

이 두가지는 마트에 가자마자 문 앞에서부터 팔고 있던 것들이다. 카가미모찌는 두 개의 찹쌀떡이 겹쳐져있는 모습이고, 시메카자리는 밧줄로 엮은 원 형태 볏짚이다. 카가미모찌는 솔직히 형태가 귀여워서 처음에 눈이 갔다. 생긴게 동글동글해서, 카가미(일본어로 거울)모찌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번 해는 뱀띠라 그런지 흰색 뱀으로 표현되는 카가미모찌 상품들도 많았다.


일본식 럭키 박스 (후쿠부쿠로)

마트나 백화점, 스타벅스부터 동네 빵집까지...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럭키 박스 같은 것들을 판다. '5만 원에 빵 1월 하루 1개씩 무료' 같은 특이한 아이디어부터, 다양한 화장품이 섞여 들어있는 봉투들도 팔았다. 한국에도 이런 문화가 있을지 모르지만, 흔하지 않다고 생각됐는데 일본에서는 거리를 걷다가도 봉투들이 밖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일본에서 새해를 보내면서 느꼈던 점은, 상대적으로 일본은 '의미'를 정말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미신도 많고, 그에 대한 믿음도 강한 것 같았다. 그것이 소비 습관이나 집에 무언가를 두는 것으로 표현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몇일부터 몇일 사이에 놓아야된다던지, 어느 방향으로 걸어놔야한다던지 등... 하지만 그것이 과한 맹신이라기보다는, 이미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우리 집 밑에도 관리회사가 붙여놓은 신년 장식들이 붙어있었는데, 왠지 새해가 왔고 잘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도쿄 회사원의 일상 @ kei___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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