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일본은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 25일에 출근을 해야 된다는 소리다. 물론 유급 휴가를 사용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긴 한다. 그래도 한국에서 늘 크리스마스가 쉬는 날이라고 인지했던 나에게는, 처음에 놀랍고 어색했던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일본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없냐고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한국보다 체감 10배는 더 즐긴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다는 것을 거리에서 실감하기 어려웠다. 실감이 나는 장식들이라고 생각하면, 명동 롯데백화점이나 더현대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큰 백화점을 꾸미는 정도였지, 강남이 전체적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한다던지 하는 변화는 기억이 안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크리스마스 마켓만 도쿄에 10곳이 넘게 있고, 일루미네이션 이벤트가 많아서 온 도시가 반짝 거린다. 특별히 더 유명한 일루미네이션 장소들이 있긴 하지만(롯폰기힐즈, 나카메구로, 시부야 등) 흔히 관광지가 아닌 회사가 모여있는 곳들이나 주택 산책로들도 예쁘게 꾸며있는 경우가 많다. 분홍색, 흰색, 하늘색, 노란색 다양한 색으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디즈니랜드나 디즈니씨처럼 놀이공원들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크게 맞이한다. 우리나라도 놀이공원이 시즌이 있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테마 먹거리, 머리띠, 기념품 등 맞이하는 스케일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디즈니랜드를 12월에 가는 것은 사람들한테 치일 준비를 하고 가는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로맨틱한 디즈니가 궁금한 분들은 시즌이 11월 중순부터이기 때문에 참고하고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아자부다이 힐즈 크리스마스 마켓은 최근에 생긴 곳이어서 그런지, 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받았다.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도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음을 느꼈다. 주택단지가 모여있는 곳들에는 집집마다 문 앞에 리스가 걸려있기도 하고, 산타클로스의 모형이나 크리스마스트리를 집 앞에 두는 곳들도 있었다. 작은 부분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굉장히 기뻐하고, 기다린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번외로,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이 우리나라보다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케이크의 열풍은 대단하지만, 일본은 예상보다도 더 대단했다. 유명 호텔부터 각 베이커리 샵들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을 11월 초부터 받는다. (더 빠른 곳들도 있다.) 퀄리티들도 매우 높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매력부터 세련되고 시원한 매력을 갖고 있는 케이크들도 있다. 나는 케이크를 예약하려다가 시기를 아쉽게 놓쳐버려서 (마감도 12월 초에 되어버리니, 미리미리 하기를...) 크리스마스이브에 백화점에서 사긴 했다. 그 케이크도 예쁘고, 맛있었지만 크리스마스 장식이 올라간 케이크를 내년에는 먹어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도쿄 회사원의 일상 @ kei___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