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롱이 떠나고 난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재롱은 작은 언니(동생) 꿈에 놀러갔다. 동생은 대학 생활로 타지에서 지내고 있는데 우리 가족들끼리는 혼자 떨어져 사는 동생이 걱정되어 들려본 거 아닐까 생각했다. 역시 꿈보다 해몽이다. (ㅎㅎ)
나와 할머니는 왜 재롱은 우리의 꿈에 나오지 않나 .. 한동안 매일이 재롱앓이였다. 한편으로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혹시나 꿈에 나온다면 안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내릴까봐.
얼마 지나지 않아, 재롱은 내 꿈에 나왔다. 매일같이 산책을 하던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또 종종 앉아있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순간 장소는 집으로 바뀌었다. 재롱은 마지막으로 누워있던 공간에서 아파하고 있었다. 나는 재롱에게 뭘 먹여야 할지 머리를 굴려 생각하고 있었고, 꿈 속에서는 방금까지 나랑 같이 산책을 하던 강아지가 갑자기 왜 이렇게 아프지? 싶은 생각을 했다. 아마 재롱이 저혈당으로 인해 경련을 할 때 늘 꿀이라던가 약, 설탕물같은 걸 입에 넣어줘서 그랬던 것 같다.
꿈에서 깨어나고 한동안은 멍했다. 깨어있는 지금이 꿈인 것 같았다. 방금까지 눈 앞에 재롱이가 있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나서도 재롱은 두어번 더 꿈에 나왔다. 동생이 나갔다가 재롱이 생각 나 사다놓은 옷을 입고 나오는 꿈도 꿨고(옷은 재롱에게 작았다) 미용실에 가는 꿈도 꿨다. 어떤 날은 꿈에서 ‘재롱이 살아 있었잖아 .ᐟ 거봐 무지개별로 떠난 게 아니라니까?’ 하는 생각을 했고, 어떤 날은 ‘무지개별로 떠난 재롱이 왜 돌아왔지?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ㅠ’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일어나면 더욱 보고싶고 그리운 건 다를 게 없었다. 머리가 온통 재롱으로 들어차는 기분이었다. 그런 날이면 늘 조용히 얌전히 나의 어딘가,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재롱이 머리와 마음을 온통 헤집어놓은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보고 싶은 마음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하루를 보낸다.
내일은 재롱의 생일이다.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는데 가져간 간식과 장난감으로 뾰족공주같은 성격을 조금은 커버하며 많은 친구를 사귀었길, 고구마 밭을 잘 일구어 좋아하는 고구마 원없이 먹는 하루를 보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