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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롱언니 Jan 09. 2024

6. 멍푸치노

면허를 따고 나서는 재롱의 병원을 조금 더 멀고 큰 24시 병원으로 옮겼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재롱은 노견이었다. 언제든 아플 수 있고, 1년에 1-2번 건강검진은 필수라고 생각해서였다. 기왕 할 거라면 조금 더 실력 있고, 좋은 검진 센터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재롱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안정적으로 관리해주고 싶었다. 어느날 갑자기 재롱이 아프더라도 바로 달려갈 24시간 병원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 내 불안감이 조금은 줄어들 것 같았다. 집에서 차로 20분 내외 이동 가능한 곳을 서너군데는 다녔다. 병원은 할머니도 항상 동행해야 하기에 너무 오래 기다리는 곳이면 안 되고 예약이 가능해야 했다. 네이버 카페에서 후기들도 꼼꼼하게 찾아봤다. 그 외에도 주차, 검진 기계 등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알아봤다.


그래서 병원 한 곳을 골랐다. 재롱이 인슐린 노마를 앓기 전까지는 24시 병원도 두어군데 정도 다니면서 간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고른 병원은 결정적으로 원장님의 진료 스타일이 재롱과 잘 맞았다고 느꼈다.


재롱도 처음에는 차를 낯설어하고 계속 헥헥대더니 조금 지나니까 약간은 적응이 됐는지 그 전처럼 불안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병원을 가는 날이거나 여유로운 주말에는 애견 동반 카페에 갔다.


예전에는 반려동물 동반 공간이나 노키즈존에 대한 의견이 없었는데, 내가 당사자가 되어보니 그것만 보였다. 반려동물에게, 아이들에게 조금 더 친절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언뜻 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나답지’ 않은 생각이라고 느꼈다. 나는 늘 ‘보통’ 정도의 사람이라 누군가를 제약할 일도, 제약 당할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제약의 중심에 서있으니 괜스레 생각이 많아지고 결국에는 ‘나답지 않은’ 생각까지 할 지경이 됐다.


보통 반려동물 동반 카페에 가면 방부제가 많이 든 시중 유통 간식이나 ‘멍푸치노’를 판매한다.


재롱은 노견에다가 질병을 앓고 있으니 몸에 해로울 수 있는 건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췌장이 좋지 않아 단백질을 조심해야 했다. 우유도 그중 하나였다. 재롱이 아프기 전에는 종종 락토프리 우유를 사서 따뜻하게 데워 줬었다. 뭐 하나 들어가지 않은 그저 미지근한 우유를 야무지게 할짝할짝 먹는 모습이 딱 나에게는 ‘힐링’이었다.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메뉴판의 ‘멍푸치노’를 보면 괜히 재롱에게 미안했다. 그렇게 재롱은 굴비처럼 앞에 우유를 두고 물이나 마시는 강아지로 카페를 누렸다.


애견카페가 아닌 이상에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더라도 꼭 하네스를 해줘야 한다. 재롱은 낯선 공간을 무서워하는 강아지이고, 그래서 늘 카페에 가면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낯선 공간, 낯선 냄새에 정신이 없어했다. 그러면서 꼭 할머니나 다른 가족 얼굴을 보며 ‘끄응 ..’했는데 그게 마치 ‘여기가 어디야 ..?’ 하고 묻는 모습처럼 보였다.


재롱과 함께 외출한다는 건 여간 품이 드는 일이 아니였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늘 군말 없이 동행해주었다. 재롱도 출발할 땐 그저 산책이었기에 신나게 따라와주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 


예전에는 카페에 갔을 때 강아지들이 돌아다니면 애견동반 카페인가보네, 우리 재롱도 데리고 오고 싶다, 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는 애견동반 카페에 가면 그저 그리운 마음만 가득 안고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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