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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와 사랑 Oct 17. 2024

죽었다 살아난 자

  “6사 하층입니다. 수용자가 숨을 쉬지 않습니다.” 조사, 징벌 사동 주 근무자가 TRS 무전기로 응급상황을 전파하자 기동순찰팀원들이 황급히 6사 하층으로 출동하였고 사동팀장이 TRS로 6사 근무자에게 어떤 상황이냐? 고 물어봐도 대답이 없자 보조 근무자에게 수용자 상태를 물어보니 “수용자가 죽은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였고 전 소내가 발칵 뒤집혔다. 기동순찰팀이 스트레쳐카로 의료과로 데려와 의료과에서 수용자의 상태를 체크하였다. 사동팀장은 혹시 오전에 소란을 피워 보호장비를 착용했던 노역수가 아닌가 확인해 보니 그 수용자였고 노숙 생활을 하던 노역수들은 건강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진짜로 잘못된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며 의료과로 뛰어갔는데 수용자는 숨을 쉬지 않았고 의료과 직원들이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는 사인을 보내자 사동팀장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냉장고에서 얼음을 한주먹 꺼내어 수용자의 옷 속 가슴에 넣자 수용자가 “앗! 차가워”하면서 벌떡 일어난 우스운 사건이 있었다.

  사동 근무를 하는 교도관들은 심신이 미약한 수용자들의 거실을 순찰할 때에는 누워 잠자는 수용자의 가슴 부분을 보며 숨을 쉬고 있는가? 확인하는데 이 수용자가 근무자가 쳐다볼 때 의도적으로 숨을 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는데 사동팀장은 6사 하층 근무자에게 자세히 확인하고 상황을 전파해야지 그렇게 근무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며 한바탕 욕을 하며 난리를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수용자라 극도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불문율을 어기고 자주 소란을 피우는 수용자를 오전에 보호장비를 사용하여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께름칙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었다. 통상적으로 수용자가 의식이 없으면 거짓으로 그러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먹을 쥔 손의 가운뎃손가락을 볼록하게 나오게 하여 명치 끝을 강하게 누르면 반응하게 되어 있는데 근무자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짜로 죽은 것으로 알고 다급하게 상황을 전파하였고 보조 근무자도 덩달아 죽은 것 같다는 말을 하여 그 난리를 친 것이었다.      

  그 근무자는 나와 9급 동기였고 내가 그 친구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자 “몇 번을 봐도 숨을 쉬지 않아서 진짜로 죽은 줄 알았어”라고 대답하였고 사동팀장은 내게 “오전에 소란을 피워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심신이 미약한 것 같아 바로 멈추고 거실로 들여 보내놓고도 신경이 쓰였는데 조사, 징벌 사동에서 응급상황을 전파해 확인해 보니 그 수용자라 깜짝 놀라 큰일 났다는 생각을 하며 의료과로 달려가 보니 수용자가 쇼하는 느낌이 들어 얼음 한주먹을 집어 가슴에 넣었더니 “앗! 차가워” 하면서 벌떡 일어나 우습기도 하고 화도 났다.”며 경솔하게 상황을 전파한 내 동기에게 한바탕 욕을 해주었다는 얘기를 하였다.      

  이 사건은 훗날 그때를 회상하는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지만, 당시 상황은 교도관의 애환을 보여주는 웃픈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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