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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노 Mar 26. 2024

여행예찬

현실도피는 언제나 환영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사실 찾기 힘들거같다.

새로운 곳에서의 설렘, 그리고 낯선 언어로 부터 느껴지는 자유로움, 그리고 돌아갈 곳에 대한 향수 등

(방콕의 야경)

흔히 말해 먹고 살만해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여행인구는 급격히 증가했다. 어느정도 의식주가 해결되고 나면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커지게 되고 여러 문화생활중에 여행만큼 대중적으로 매력적인 활동도 많지않은거같다.(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론을 비추어보면 여행은 자아실현의 욕구와도 맞닿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도쿄의 야경)


코로나 시절을 겪으며 한동안 TV에는 세계 각국을 다니는 여행프로그램이 트렌드를 휩쓸었다. 국내외를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아쉬움을 여행을 떠난 연예인들을 보며 대리만족으로 삼켰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코로나시기가 지나가며 다시 여행을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지만 나 자신은 여행을 다닐 상황이 되지 못하고 있는거같다. 먹고사는 문제에 가족들 사정까지 ... 여행을 가야할 이유는 많지않지만, 못갈 이유는 왜이리 많은지 알수가 없다.


나에게 여행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기 시작한 계기는 어릴적 부모님과 떠나는 가족여행같은 것은 아니었다.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은 것이 여행에 대한 생각을 정립해나가는 시초였지않을까 생각하는데 머 그역시도 꽤 지난 일이라 약간은 희미한 확신인거 같다. 다만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나름 내인생에서 여행에 폭발적으로 임할때가 있었던건 확실한 일이다. 가까운 근교부터 일본, 중국, 홍콩, 태국, 싱가폴, 스페인 등 나름 갈 기회가 생기는 족족 떠났었던 몇년간의 시기가 지금까지도 내 얄팍한 여행경력에 주요 원천이 되어주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아이)

그뒤로 시험에 합격하고 부처를 배정받고나서부터는 급격히 여행의 횟수가 줄어들면서 지금에는 어디를 나갈 생각조차도 쉬이 하지 못하는 여행불량자가 되어버린거같다.


이런 이야기는 나에게 국한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누구나 여행을 가는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젊을때는 여행을 갈 지갑사정이, 나이가 들어서는 여행을 갈 시간이 없을 것이라는 아버지 말씀이 이렇게 와닿게 될줄 몰랐다.(물론 지금이라고 지갑사정이 많이 나아진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없다는데는 동의한다는 의미다)

꼭 가야할 사정이 없지않는 한 여행을 갈 결심을 하는것에서부터 여행기간동안 해야할 일들과 여행경비 등 신경쓰이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자유롭게 편하게 갈수없는 '여행'이기에 우리는 그렇게 여행을 선망하고 바라며 꿈꾸는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든다.(마치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을 마음 한켠에 두고두고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단지 자유롭게 평소의 삶에서 벗어나 이국적인 곳을 즐기는 것에서 여행의 묘미는 다하는 것일까. 여행의 큰 매력중 하나는 '현실 도피'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과를 만들어내고, 성공을 해내는 위인적 스토리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피'란 약간은 불편한 단어이자 낙오자의 변명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도피를 좋아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현실의 문제를 이겨내기 위해 긴장하고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손자병법에서도 많은 전략중에 삼십팔계 줄행량이 있지 않은가. 도피 역시 필요에 따라 좋은 전략이며 잘 활용하면 매우 이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의 많은 문제에서 잠시 도피하여 생각을 정리하고 몸을 재충전하는 것. 그것이 여행의 묘미중에 묘미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무슨 힘든 삶들을 그렇게 산다고 멀리 여행까지 가서 생각도 정리하고 몸도 추스려야하냐고 유별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살아가는 사람수밖만큼의 사연과 생각이 있는거 아니겠는가. 지금 세상이 그리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무한경쟁의 사회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전분투하고 있는것이 사실이지 않을까. 구조역학에서는 반복된 하중(변화)로 인해 구조물이 약해지는 것을 '피로현상'이라고 한다. 피로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하중을 분산시키거나 자재를 보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우리의 반복적 일상의 하중에 내 삶이 약해져서 균열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원천적으로 줄이던가 반복적 하중에서 잠시 벗어나서 재료가 원래 갖고 있던 복원력을 회복할 시간을 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극단적 방법을 쓰지않고서는 행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니 잠시 현실을 도피해서 내 생각과 몸이 세상의 하중을 다시 버틸수 있도록 회복시켜주는 시간을 갖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 방안이 될거라 생각한다. 그 것이 여행이 우리 삶에 갖는 의미가 되지않을까.


이렇게까지 말하고나면 강제로라도 여행을 가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여행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더라도 역시나 떠나는 일은 쉽지않은거같다. 중요한 것은 할수있느냐가 아니라 할 것이냐는 것이다. 좀 더 잘 나아가기 위해서 잠시의 여유를 아까워하지 않는 삶의 태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두보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는 나쁘지않은 전략이다.  


봄비가 내리고 나면 완연한 봄날이 펼쳐지고 많은 이들은 마음에 부는 바람을 따라 여행을 떠날 것이다.

삶의 쉼표인 여행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삶을 한번 온전히 관조할 여유와 나에게 주어진 본연의 역할을 해낼 힘을 얻을 수 있다.


아~ 여행이여. 나는 언제나 그대가 그립고, 그대를 원한다. 다시 살아갈 힘과 좋은 추억까지 우리에게 주는 여행이여. 그대를 찬미한다.

(그대와의 여행은 언제나 설렘 그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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