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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노 Mar 28. 2024

설레는 순간은 살아가는 힘을 준다

우린 언제 어디서 설렘을 느끼며 사는가

각자에게 수많은 말 중에 유독 마음이 가고 끌리는 말이나 단어가 있을 수 있다. 모국어일 수도 있고, 외국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말이나 단어는 대부분 희망, 용기, 행복, 사랑 등 긍정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부정적인 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직은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 믿고 싶다)


그런 여러 단어 중에 내 인생의 사전에는 "설렘"이라는 단어가 있다.

설렘, 설레다....

무언가 기분 좋고, 기대되며, 들뜨는 기분이 드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기쁨을 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순간은 자주이길 바라는 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설렌다는 것은 단순히 기분이 좋거나 기쁘거나 행복하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설렘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림. 또는 그런 느낌"인데 이는 기쁘거나 행복한 일의 직전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그에 대해 기대하는 상태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막상 기쁘거나 행복한 일을 겪게 됐을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기쁨과 행복함의 상태를 설렘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우린 어떤 순간에 설레는 것일까.

좋은 성적을 받고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리러 가는 순간, 썸을 타고 있는 이성을 만나러 가는 순간, 그토록 기다리던 첫 아이를 만나러 가는 순간, 회사에서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상사에게 그 결과를 보고하러 가는 순간, 열심히 돈을 모아 처음 내 집을 사서 이사하는 순간 등 많은 설렘의 순간들이 각자에게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도 많은 설레는 순간이 있었지만 특정 사람과 무관하게 항상 그 장소에서 설렘을 느끼는 곳을 꼽는다면 먼저 '인천공항'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인천공항을 설레는 곳으로 꼽는 이유는 머 대단한 사연이나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인천공항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가는 곳이고 비행기를 탈 일은 업무가 아닌 이상은 거의 여행 등을 위해 타게 될 가능성이 크다.(단순히 생각하는 사고의 연결 흐름이라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

여행을 좋지 않은 기분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인천공항은 여행을 나가기 전 설렘이 가득한 공간이다. 고시생으로 공부를 할 때도 자주는 아니지만 갑갑한 마음이 들 때면 큰마음을 먹고 가기는 하지만 인천공항을 갈 때가 있었다.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들을 보고 나면 자신의 처지가 더 처량하게 느껴지고 우울해진다는 고시생이 많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는 모두가 행복한 표정으로 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치고, 차를 마시며 출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언젠가 저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행을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고 지금의 고난을 좀 더 버티고 힘을 내서 저 사람들과 같은 행복한 순간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도 다질 수 있었다.

(여행에 관해서는 '여행예찬'을 참고해도 좋을 거 같다.)


인천공항이 많은 설레는 사람들과 동화되어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장소라고 한다면 내재적으로 나 자신의 즐거움에 의해 설레는 곳은 '교보문고'이다.(교보문고에 대한 평가나 광고는 아니다. 위치적 접근성과 개인적 호감도에 의한 예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어렸을 때 학교 근처의 문구점정도에서 문제집 정도만 사던 지방아이가 처음 서울로 올라와서 친구들과 같이 간 교보문고는 엄청 큰 서점이었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라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책을 많이 읽는 타입은 아니지만 책에 대한 애착은 많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책들을 보며 압도된다기보단 설레는 느낌이 있었다. 저 많은 책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고 무슨 말들을 들려줄 것인가. 영상시대가 되며 문해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 문제가 된다는 전문가의 걱정 어린 의견도 있지만 내가 교보문고를 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살펴보고 자리에 앉아 읽기도 하고 구매도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독서력은 나름 튼튼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게 된다. 아무튼 점심시간에 밥도 거르고 회사 근처 교보문고로 가는 때는 설레는 마음으로 걸음을 떼는 것 같다.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을까. 무슨 흥미로운 신작이 나왔을까.

서점에 도착해서 책을 살펴보기 전에 느끼는 설렘이 더 즐겁기도 하다. 그리고 서점에 있는 다양한 군상을 살펴보는 즐거움도 크다. 혼자 구석에 앉아 자기개발서를 진지한 표정으로 읽고 있는 사람, 본인인지 가족인지 아픈 사람을 위해 건강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 사람, 지인과 함께 소설책을 앞에 두고 책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사람 등 모두가 책을 좋아하고 진심인 거 같아 괜히 나까지 뿌듯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허세이면 어떤가. 어떤 이유로든지 간에 책을 가까이하고 좋아하고 거기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사람보다는 설렘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정리해서 가지고 있는 것은 예측가능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큰 효용이 있다. 아무리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각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내가 그 설렘을 필요로 할 때 상대방이 그 설렘을 준다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쓰고 보니 엄청 개인주의와 파편화된 이해관계중심적 사고를 가진 사람 같은 표현인 거 같다.)

각박한 현실에 언제나 나에게 설렘을 주는 확실한 장소정도는 두고 살아가는 게 나쁘진 않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설렘을 받길 바라지만 말고 스스로 자신이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보고 내 삶의 휴식처 혹은 기분전환의 장소로 삼아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당신이 설렘의 순간을 느끼는 장소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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