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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Aug 06. 2024

야구 팬들은 왜 다들 화가 나 있나요

먼저 잘 좀 하든가


야구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밈적으로 유명한 야구 팬의 이미지가 있다.


야구 팬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바로 열 개 구단 팬이 모두 화가 나 있다는 것이다. 열 팀이 둘씩 짝을 지어 경기를 하니 분명 다섯 팀은 이길 텐데 모두가 자신의 팀을 미워하고 있다.


야구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묻는다.

"야구 팬들은 왜 다들 화가 나 있나요?"



애증의 우리팀에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


첫 번째 이유, 야구는 시즌 중 쉴 새 없이 경기를 한다. 각 팀은 순위를 가리기 위해 정규 시즌 중 144 경기를 치루어야 한다. 우천 취소처럼 특별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일주일 중 여섯 번 야구 경기가 진행된다. 시즌이 시작하면 야없날(야구가 없는 날)인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주6일 야구를 시청할 수 있다.


일주일에 무려 여섯 번,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팀이 아무리 야구를 잘한다고 해도 모든 경기를 이기기는 어렵다. 말했듯이 공은 둥글기 때문에 경기가 시작되면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다. 1등 팀과 10등 팀이 맞붙어도 10등 팀이 이길 수 있는 게 야구라, 1등 팀이라고 해도 온전히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어렵다. 야구를 보는 팬들은 무려 일주일에 여섯 번이나 화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는다. 그 어떤 팀이든 144 경기 동안 연승을 기록할 수는 없다. 연패 기간에 빠지면 사람인 이상 당연히 화가 난다.


두 번째, 심지어 이긴다고 해서 마냥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다. 공 하나에 일희일비 하며 매일 진행되는 스포츠인 특성 상 왜 이기고 있는데 저런 실수를 하냐 어제 잘하지 그랬냐는 소리가 툭 튀어 나온다. 연장전까지 가서 이기게 되면 내일 경기 걱정까지 들기 마련이다. 말도 안 되는 수비가 튀어 나오거나 타석에서 내내 부진한 선수가 계속 보이기도 한다. 물론 팀이 상위권에 있을 때 지는 것과 하위권에 있을 때 지는 것의 타격은 다르다. 실책을 해도 경기를 이기면 그 모든 사건들은 해프닝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게 경기니까. 일명 이기면 해프닝.


그러나 만약 그 실책으로 팀이 패배하게 된다면……. 뒷말은 생략하겠다.


믿기지 않는 난해한 수비


세 번째, 팀 운영 방식이다. 한 구단의 운영에는 많은 사람 및 지원이 관여한다. 감독과 코치, 프런트 등 구단을 운영하는 모두는 하루 세 시간 여 하는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으나,


최선을 다 한다고 해서 그 모든 운영 방식이 팬의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감독과 코치라면 선수 교체 타이밍, 선수 혹사 문제, 선수 기량 등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야구는 매우 긴 타임으로 이어지는 경기이기에 변수가 있는 순간이 많다. 변수가 있는 순간에 만약 그 야수와 투수를 교체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해 보는 건 무리가 아니다. 아직 선수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벤치에 있는 감독과 코치가 선수 교체를 단행하거나, 누가 보더라도 교체 타이밍이 맞을 때 벤치에 있는 감독과 코치가 움직이지 않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답답해지고 만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거기서 교체가 있었더라면, 실책이 없었더라면 흐름을 타서 이길 수 있었을 텐데라는 연이은 생각이 이어지는 것이 당연지사.


이외 야구에 진심인 팬들은 '당연히' 선수의 문제를 걱정한다.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의 활약 없는 부진, 계속된 출전으로 일어나는 선수의 혹사, 혹사로부터 이어지는 부상 등은 감독 및 코치를 비롯한 선수에 대한 화를 불러 일으킨다.



거기다 야구에 깊게 빠져든다면 프런트의 일방적인 운영 방식, 팬을 다루는 방식까지 하나하나 걸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스포츠 협회가 때마다 논란이 나듯이 구단의 고집불통 소통 방식, 마케팅 방식은 팬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모든 구단에서 운영하는 구단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까지도 잘해 주었으면 하는 게 팬의 마음이다. 심지어 우리팀이 아닌 국내 9팀의 비교 불가피한 운영 방식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으니 얼마나 비교 되겠는가.


마지막으로, 상대 팀과의 경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스포츠는 결국 경쟁이기 때문에 국내 9팀과의 사움이 계속 일어난다. 두 팀이 붙으면 무승부가 아닌 이상 승자와 패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라이벌 팀과라면 더! 라이벌 팀과의 경쟁에서는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커뮤니티 물타기도 더욱 심해진다.



관심이 없다면 화낼 이유도 없다


확실한 건 화를 내는 팬의 뒤에는 그만큼 팀을 아끼는 마음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팀이고 내가 좋아하는 구단이기 때문에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고 바란다. 어느 장면에도 화 내지 않고 스포츠를 관람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분노와 실망으로 연결될 때가 잦다. 그러나 그 마음은 결코 팀을 좋아하는 마음보다 크지 않다.


그래서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오늘도 바란다…….

내가 화 내지 않게 제발 잘하기를…….



덤으로 말하자면, 팬들의 과도한 화 내기 문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구단 및 선수 SNS까지 찾아가 욕을 하는 팬들은 나도 팬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비난이 아닌 적절한 비판으로 구단을 성장 시킬 수 있는 건강한 팬덤 문화 분위기를 팬덤 자체에서 만들어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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