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작가의 소설 ‘눈물은 힘이 세다’ 에 나오는 구절이다.
‘연탄길’이라는 이야기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였지만 정작 난 한참동안 몰랐고, 작가의 작품도 이 소설로 처음 접했었다.
소설가를 꿈꾸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감성적인 문체로 한 땀, 한 땀 써 내려간 게 여실히 느껴지는 좋은 소설이었다.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아픔 뿐이다.
경험하지 못하면 공감할 수 없다,라는 아주 흔한 말과 비슷한 것도 같지만 훨씬 깊이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문장을 보자마자 들었다.
주인공의 집은 지지리도 가난했다.
그래서 주인공은 대학에도 진학을 못한 채 손에기름때를 묻혀가며 공장에 다니기도 한다.
고학 끝에 대학을 진학한다고 해도 사정은 별반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집에는 돈이 없다.
아버지는 알콜 중독 증세를 보이며 병원치료받기를 반복한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어머니는 점점 늙어간다.
등장인물 중 가장 친하다고 할 수도 있는, 안마사 아저씨는 하도 일을 해서 손을 못쓰게 돼 본의 아니게 집에서 밥이나 축내는 신세가 되고, 할 수 없이 같은 맹인 안마사인 아내의 벌이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아내도 뺑소니 사고를 당해서 죽고결국 혼자서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어떻게 보면 내내 우울하다.
친구 아버지의 병문안을 가야하는 주인공은 어머니에게돈을 달라고 하지만 집에는 돈이 없다.
어머니가 겨우 옆집에서 빌려온 삼만 원을 들고병문안을 간다.
휴가를 나왔다가 귀대하는 날, 어머니는 전 재산을 털어 삶은 계란 몇개와 사이다 한 병을 주인공의 손에 급하게 쥐어주며 눈물을 글썽인다.
전 재산을 털어 아들에게 간식거리를 사준 어머니는또 돈이 없어 몇시간 거리를 걸어서 집에 간다.
비단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직도 세상에는 옆을 돌아보면 소설보다 더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보기만 해도 눈물을 글썽이게 만드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있다.
우리는 그들을 보며 잠시나마 동정의 마음을가진다.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걸 누가 보여주고 싶기라도하는듯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을 보내오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도 온전히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 중 그들과 같은삶을 살아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온정의 손길을 폄하하거나 그런 그들을 위선자라고말하려는 게 아니다.
솔직한 입장 차이를 말하는 것뿐이다.
나 역시 잠시 불쌍한 생각을 한번 하고 마는그저 그런 사람일 뿐이니까.
나는 그 흔한 온정의 손길 한번 베풀어본 적이없는 사람이다.
가족 중 누가 아파도 바쁘다는 핑계로 가끔안부를 묻기만 할뿐 난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아픈지 난 감도 잡을 수가 없으니까.
그저 표정만 심각할 뿐이다.
이 역시 일부 직업을 폄하하는게 아니다.
그저 나같은 글 쓰는 것밖에 할 줄 아는게없어서, 꼴에 또 힘든 일은 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감히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을 직업으로 가진 그분들이 정말 고단해 보였다.
사랑의 아픔 역시 마찬가지다.
실연의 아픔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에게되지도 않는 위로랍시고 하는 사람들…
그나마 현명한 사람들은 어떤 말도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저 말없이 옆을 지켜준다.
어떤 말로도 아픔을 달래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사랑은 소리없이 다가온다는 노랫말이 있다.
개인적인 경험상 그런 사람들은 금방 사랑에빠지기도 한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어느 순간 어떤 사람이마음에 훅, 하고 들어오면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에게 빠져버리는 것이다.
안정적인 사랑보다는 격정적인 사랑에 가까운그런 사람은 그만큼 뜻대로 사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사랑을 행한 고통을 남들보다 몇 갑절은 심하게 감당을 해야 한다.
이 역시 똑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는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쉽게 만나 사랑을 하고 쉽게 헤어지는 사람은죽었다 깨어나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여전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순식간에 흠뻑,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보통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래서 오랜 기간 혼자서 아파한다.
마흔이 됐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의 아픔에 쉽게공감한다.
경험하지 못한 부분까지 쉽게 공감하고 아파하는건 남자치고는 남다른 감성때문이다.
결국 공감하는 건 배려이고, 그건 다른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며 사는 지이다.
많이 아파 보기도, 많이 울어 보기도 했었다.
사랑에 아파서 울어 보기도 했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래서 이러다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에, 그리고 희망이사라졌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갈 이유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면서 해서는 안될 생각까지 한적도 있었다.
그래서 벌써 몇 년 지나버린 예전 송파 세모녀 사건 때는 마치 내 가족이 그런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같이 기뻐해주는 건 쉽지만, 같이 아파해주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건, 결국, 정말 아픔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