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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Jan 30. 2017

감독의 뚝심은 과연 어디까지 통할까

더 킹




볼까 말까 한 영화다. 경쟁작인 공조가 더 낫다는 말도 있고 해서. 그러나 어차피 볼 거면서.. 난 이십 년 정우성의 팬이고 조금 실망해가고 있는 중이지만 아직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았기에. 


영화는 조인성의 단독 주연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러 인터뷰를 통해서 영화에서 상당 부분 얼굴이 나온다고 하길래 어느 정도인가 했더니 거의 대부분 다 나오는 것 같았다.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이 세명의 배우는 그냥 조연이다. 


초반은 조인성이 책임지고 웃겨주는 구간이다. 조인성은 예전부터 꽤나 웃겨왔다. 데뷔 초반 외모면에서 정우성과도 많이 비교됐었지만, 그런 면에서는 정우성이 따라올 수가 없다고 본다. 영화 초반 나도 모르게 큭큭대며 웃었었다. 아, 조인성의 고등학생 역할은 아직 꽤나 어울린다. 그 옛날 ‘피아노’에서 연기할 때처럼 어쩔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풋풋함 같은 건 없지만. 


일단 다른 배우들 이야기부터 좀 해볼까. 지극히 주관적인 눈으로. 



대세인 류준열은 이 작품으로 욕 좀 먹게 생겼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게 생각했다. 전라도 사투리 연기는 누가 봐도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 연습량이 부족했던 걸까. ‘비열한 거리’에서 이미 전라도 사투리를 한번 겪어본 조인성에 비해 한참 부족해 보였다. 연기에 힘도 너무 많이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류준열이 연기하는 부분에서는 ‘후시녹음’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마치 너무 어설프게 립싱크를 하는 가수 같았다고 해야 할까. 유심히 보면 입모양과 씽크가 맞지 않는 부분도 보일 것이다. 그건 내가 잘못 본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조인성의 동생으로 나왔던 정은채.. 휴.. 그녀는 아직이다. 꽤 오랜만에 나온 것 같은데.. 차라리 대사 한마디 없고, 클로즈업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마치 이미지 단역이나 보조출연처럼 보이기까지 했던 고아성의 존재감이 더 뛰어났다. 



들개파의 두목 김의성의 악역 연기는 참 다채롭다. 조폭 두목 연기는 처음이 아니었나? 놀라웠다. 이 말만 하겠다. 그의 연기력은 딱히 말할 게 없다. 



언젠가부터 핫했고, 여전히 그런 배성우는 이번 영화에서도 제 몫을 했다. 마지막 부분 실제 뉴스에서 권력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죄송하다를 연발하는 연기는 훌륭한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아마 요새 현실을 보는 것 같아서 더 부각됐을 것이다. 


우리의 우성이 형님.. 



정우성의 연기는 솔직히 기복이 조금 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만 얘기하고자 한다. 조심스럽게.. 조금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고 혹시 관계자들이 이 글을 본다면 기분 나쁘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딱 한마디만..


혹시 정우성이 영화판의 대선배인 관계로 감독님들이 제대로 된 디렉션을 내리지 못하는 건 아닌지.. 그간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영화들 중 몇 작품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어떨 때는 딱 맞는 캐릭터를 만나 인생 연기를 펼치기도 하지만, 어떤 작품에서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그의 영화 짬빱에는 어울리지 않는, 신인 배우들도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연기들이 나오기도 하니까. 이번 영화 더 킹에서도 그런 장면이 몇 번 보였다. 내 생각이다. 



정우성 연기의 최대 약점은 예나 지금이나 그 특유의 말투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약점으로 지적된 것이. 아마 캐릭터에 온전히 빠지지 못하고, ‘연기를 해야 했던’ 몇 작품에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 작품에서는 딱히 필요 없는 손짓 같은 제스처도 들어갔던 것 같다. 물론 같은 작품에서 괜찮은 연기를 보인 장면도 여럿 있긴 했다. 


정우성에 대해서는 딱 여기까지만..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배우는 따로 있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배우.. 

어설픈 서울말을 쓰는 여검사로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는 그녀.. 

영화에는 아주 가끔,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는 것 같은 그녀.. 

김소진이라는 배우가, 솔직히 내가 이 영화를 보며 얻은 최고의 수확이었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이. 



그녀는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아주 짤막하게 등장했었다고 한다. 하정우의 ‘전 와이프’로 사고 현장에서 끝까지 상황을 중계하는 아나운서로.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났다. 그녀의 목소리도 정확히 기억이 났다. 



다년간 연극무대에서 내공을 다진 배우들, 그들이 ‘티’를 내는 경우는 먼저 깔끔하고 안정적인 대사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알 수가 있다. 영화판에서만 맴도는 배우와 무대를 많이 경험한 배우의 차이를.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특히나 영화라는 매체에서는. 김소진이라는 배우가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을 때의 모습, 그것 자체도 솔직히 아직은 상상이 잘 가지는 않으니까. 


난 그녀가 등장하고부터는 그녀가 다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깐씩 등장하는 그녀의 연기 어떤 부분에 그렇게 끌렸던 걸까.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일 수도 있고, 보면 볼수록 끌리는 마스크 때문일 수도 있겠다. 처음으로 제대로 본 그녀의 얼굴은 ‘예뻤다.’ 꽤나 그랬다. 보고 또 봐도 계속 보고 싶은. 경상도 여자가 쓰는 어설픈 서울말을 이렇게 맛깔나게 쓰는 배우가 또 있었을까? 얼핏 송강호가 떠오른다. 하지만 송강호와는 또 다르다. 연극판에서 여자 송강호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들었다. 


정우성과 조인성은 어쩔 수 없는 선함 때문에 악역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 어떤 리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할만 제대로 만나면 된다. 그건 이미 둘 다 다른 작품에서 증명해 보인 바 있다. 


더 킹. 


이 영화는 상당히 실험적인 영화였다. 

처음 ‘더킹’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작명 센스 하고는.. 연출자가 한재림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드디어 이 사람도 한 작품을 미끄러지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캐스팅이 조인성, 정우성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느낌이 그랬다. 그때까지는 영화의 색깔을 알지 못할 때였다. 


헐리웃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비슷한 색깔이라는 말을 누군가 했을 때도 와 닿지 않았다. 이상하게 보기 전의 편견이 그랬다. 시국을 풍자했다기에 지극히 무거운 영화일 거라는. 


정반대였다. 일단 영화의 기본적인 톤 자체가 가볍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진지하고 무겁게 만들려고 했다면 흥행은 실패했을 것이다. 꽤나 경쾌하게 흘러가는데도 난 꽤나 몸을 뒤척였다. 물론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었다. 


영화는 태수의 일대기다.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권력을 꿈꾸고 그것을 얻고 다시 잃으면서 몰락해가다가 결국 다시 일어서는.. 한 사람의 일생 중 이십여 년을 그린.. 그러면서 영화 속 만들어낸 에피소드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뉴스 영상을 반복적으로 나열하며 현실감을 강조한다. 그건 최근 일련의 사건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고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법한, 검찰이 사건을 권력유지를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는 비밀 아닌 비밀을 효과적으로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한재림 감독은 꽤 실험적인 구성을 선택했고 성공한 것 같다. 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상업영화의 오락적인 기능과 다큐멘터리의 사실 전달 기능을 적절히 섞어서 어느 정도 한국 현대사 공부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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