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영화 제목 같지 않은가?
대강 상상이 가는 내용이다. ‘영화 같은 이야기’ 같아서 그런 게 아니다. 벌써 ‘섬’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와 느낌이 있다.
십몇 년 전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이나,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 그리고 서영희가 주연했던 조금 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전부 섬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사람이 살긴 하되, 별로 살지 않는 그런 섬을.
주민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 보니 조금 힘이 있거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한 사람이 무슨 일을 꾸미고 벌이기도, 은폐하기도 쉬운 그런 곳. 뭍으로 나간다 하더라도 이미 그곳 사람들과의 커넥션 때문에 외지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곳. 괜히 이상한 말을 섣부르게 했다가는 미친놈 취급받을 수밖에 없는 곳.
이번에 사건이 일어났던 섬도 그런 곳이 아니었을까?
요즘은 오히려 도시가 살기 안전하다고들 한다.
더 이상 시골의 인심 따위를 기대하는 건 무리이며, 너무 한적한 시골마을은 무섭기까지 하다고들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한적한 시골마을이나 지방 소도시 같은 경우에는 아직도 ‘뭘 꼬나보냐’며 시비를 거는 그 지역 깡패들이 존재한다고도 하나.
여교사가 부임하고 ‘그일’을 당한 곳은 전남의 한 낙도라고 알려졌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고만고만한 작은 섬들이 셀 수도 없이 많고, 그 안에 사람이 사는 또 고만고만한 섬이 생각보다 많은 곳이, 내가 알기로는 전라남도 쪽이다. 물론 정확한 건 아니다.
사립학교라면 덜했을 것이다.
아마도. 공립학교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발령’이라는 것을 받았을 것이고,
초임 교사, 특히 여교사라면 어느 정도 사명감을 띄고 묵묵히 발령을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서 합격한 임용고시인데!
(이 글을 써 놓은 지는 꽤 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립학교라고 덜했을 것 같지는 않다. 사립학교 특유의 커넥션이라는 것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5년 동안,이었다고 알고 있다. 5년 동안이 그곳에서 근무를 한 기간이었는지, 아니면 5년 내내 성폭행을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당했다는 건지는 모른다. 기사 내용을 자세히 잃어보지도 않았을뿐더러 자세한 보도 내용은 알고 싶지도 않다. 또 얼마나 묻혀 지고 은폐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그곳에서 살다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그렇게 변하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평생을 그곳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그런 짓을 하면서도 “뭐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우린 그냥 진짜 호의였고 챙겨주려고 그런 거였다니까? 아 그리고 술 먹고 그러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생각하며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일이 이렇게 크게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수도 있다.
환경이 만들어낸 비극일지도 모른다. 원래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처음 그런 짓을 생각해내고 행동에 옮긴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런 행각들이 ‘그래도 되는 짓’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지면서 오늘에 이르렀을 테니까.
그 여교사는 아마 이제 교사로서의 삶은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강한 사람 같아 보이니까 자신은 버티려는 노력을 하겠지만 주위의 편견 섞인 시선들이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여자로서의 삶도 당분간은 많이 불편할 것이고.
내가 한 달 전쯤 블로그에 올린 글이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똑같은 생각이 다시 한 번 든다.
도대체 왜,
아마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가 될 것이다. 세상은 잠시 시끄러웠었지만 벌써 다른 강력 사건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세간의 시선에서 곧 멀어질 것이다. 그러면 경찰들 역시 적당히 마무리를 하려 할 것이고, 애초의 예상보다는 적당하다고 느껴지는 선에서 처벌을 받을 것이다.
에라이, 망할 놈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