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같은 첫째 아들
천성은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것 같다. 뽀얗고 마른 우리 첫째는 외모만큼이나 천사 같은 말과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너, 혹시 날개 잃은 천사??
첫째나 둘째나 애정표현과 스킨십은 비슷한 빈도로 해주었던 것 같다. 아니, 사실 둘째에게 아주 조금 더 많이 해준 것 같다. (원래 둘째는 조금 더 귀여운 면이 있다. ) 그런데 보면 첫째가 훨씬 다정다감하고, 무엇보다 말을 참 예쁘게 한다.
(그냥 무심코 어느 날 갑자기) “아이 러뷰~ 엄마 사랑해!”
(많이 아팠다가 조금 회복했을 때) 엄마 이제 많이 괜찮아졌어?
(침대에 누우려고 하면) 엄마가 많이 피곤한가 봐.
(매니큐어를 칠할 때) 와~ 엄마 예쁘다.
(집안 정리를 했을 때) 엄마가 정리했나 봐. 엄마, 고맙습니다.
첫째는 저런 것을 누구에게 배웠을까? 남편이 나를 많이 도와주긴 하지만 표현은 많이 안 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보육기관에서 배운 걸까? 얘기를 들어 보면, 첫째는 선생님께도 사랑스러운 말과 행동을 자주 하는 편인 것 같다. 첫째의 그런 천진난만한 고운 말들이 세태에 쩔은 나의 속물적인 마음을 조금은 정화시켜 주는 듯~!
이 아이의 예쁜 말과 행동을 언제까지고 지켜주고 싶다. 그래서 첫째가 이렇게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좀 과장되게 감동을 표현하곤 하는데, 내 주변에 이렇게 천사 같이 행동하는 사람은 오롯이 첫째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도 없었다. 어떤 연인도 첫째만큼 스위트하지 않았다.)
이렇게 서술하고 보니 약간 ‘아들바보’ 같은 느낌도 있는데,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도 둘째가 조금 더 귀엽다. 둘째는 다소 상남자 같은 스타일이지만, 더 어리고 통통해서 귀엽고, 무언가 익살맞은, 그런 부분들이 있어서 귀엽다. 하지만 첫째처럼 엄마를 감동시켜 주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얘는 그럴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집안의 세 남자가 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것 같다. 한 사람은 아예 피가 안 섞였고, 두 사람은 나의 피붙이이지만 각자의 상이한 매력들에 시시때때로 매료된다. 세 남자에게 구애받고, 연애하는 기분이랄까. 물론 셋 다 오지게 말 안 듣고, 지저분하고, 맨날 배고파하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한다. 그래도 첫째의 저런 스위트함이 그런 힘듦을 싹 날려버릴 때가 종종 있다.
세 남자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그렇지만 확실히 그런 마음을 “표현” 한다는 것은 정말 큰 위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첫째가 유난히 수다스러운 경향이 있고, 그래서 예쁜 말도 종종 하는 것이겠지만, 그의 그런 매력 포인트는 앞으로의 삶에서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나도 첫째처럼 예쁜 말들을 더 많이 하면서 살아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