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닌 고질적인 호기심은 헛기침처럼 뗄 수 없다. 가늘게 눈을 뜨고 낯선 녀석을 가늠하는 고상한 취미를 즐긴다.
쾌락. 녀석을 어찌 무시할 수 있을까? 평범한 일상에 적국의 스파이처럼 스파이처럼 숨어든 녀석은 은근히 인간을 중독의 늪에 빠지게 만든다. 멍청한 인간이 늪에 허우적대다 겨우 숨을 몰아쉬며 정신을 차리려 할 때 잔인한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그리고 늪에 다른 미약을 첨가해서 인간이 눈을 가늘게 뜨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살아남았다. 호기심은 야생 들고양이를 닮았다.
잔인한 겁쟁이. 실체를 확인한 먹이에겐 거칠 것이 없지만 낯선 녀석이 풍기는 위험한 냄새에 주저하게 만드는 불안감으로 인간은 살아남았다. 서로 대척점에 위치한 것처럼 보이는 모순으로 인간은 쾌락에 환호하고 불안감으로 생존한다.
인간은 착각을 한다. 자신이 체득한 앎이 진리라고. 저들마다 지닌 마음속 책 한 권으로 세상을 재단한다. 하지만 오만한 겁쟁이기에 이해하고 받아들여 축척된 지식으로 자신을 검열한다. 그렇지만 그런 이가 얼마나 될까? 내가 무엇을 아는지, 그리고 진리에 내 믿음이 배척당하지 않을지...
그런 노력을 하는 현명한 고양이가 얼마나 있을까? 본질을 호도한 채 곁다리만 더듬거리는 애송이처럼 행동하는 이가 대다수인데.
자신의 앎을 절대라며 신봉하면 안된다. 나를 움직이는 머릿속 지식을 낯설어해야 한다. 그동안 고이 간직했던 신념을 반대편에 둔 채 손가락질로 비판하며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그래야만 나를 통해 타인을 미루어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명한 겁쟁이 고양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사람에겐 욕망이 그득하다. 부자, 권력자, 현자... 자신을 그 대상에 투영하며 멋대로 이미지를 상상한다. 자신이 그린 이미지에 코가 꿰인 욕망은 본연을 망각한 채 달을 향해 짖는 개처럼 발광을 한다. 하나 기운이 다한 개가 눈치보며 제 집으로 슬그머니 기어들어가듯이 인간 역시 슬며시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동안 미친 짓이 남긴 흔적을 하나하나 챙기며 자신이 남긴 분비물을 보물처럼 애지중지한다.
시냇물에 이리저리 휩쓸리던 자갈이 어느 모래 구덩이 박히듯, 유유히 흐르는 시간에 쫓겨온 인간은 적당한 모래 둔턱에 몸을 숨긴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던 과거 추억들을 주섬주섬 그러모아 조금씩 곱씹으며 삐죽이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