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순준 Jul 15. 2024

제13회 아랍 영화제 후기

<굿바이 줄리아>, <인샬라 어 보이>, <마지막 여왕>, <핫잔> 등

지난 11일(목)부터 14일(일)까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진행한 아랍 영화제에 다녀왔다. 총 6편의 영화를 보았다.


알리 아바시의 <성스러운 거미>나 켄 로치의 <나의 올드 오크>처럼, 몇몇 영화에선 말해야만 하는 바를 전하고자 하는 감독의 강한 의지를 느꼈다. 바꿔야만 하는 시급한 사정이 있고 그것을 당장 많은 이에게 알리고자 한다면, 직접 화법이나 아주 간단한 상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5일(월)부터 21일(일)까지 네이버TV에서 온라인으로 볼 수도 있다.

https://tv.naver.com/araff



<굿바이 줄리아>


수단 최초의 칸 영화제 초청작이자 아카데미상 국제영화 부문 출품작이라고 한다.


타이틀이 사운드 브릿지로 근사하게 등장하는데, 영화가 이러한 감상을 끝까지 배반하지 않았다. 아랍 영화제에서 본 6편의 작품 중 가장 좋았다.


남부 수단 기독교인에 대한 북부 수단 이슬람인의 차별을 배경으로 죄책감, 선의의 거짓말, 용서와 화해, 고정된 성역할 등의 문제를 다룬다. 효과적인 촬영을 통해 관객이 보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를 알려준다. 사운드, 미술, 연기 등도 흠잡을 데 없다.


<인샬라 어 보이>


요르단 영화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었다고 한다. 여성이 재산권과 양육권을 상속받을 수 없는 데서 생기는 문제를 다룬다. 이슬람 율법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 성역할의 내면화, 여성 간의 연대, 같은 젠더 안의 계급 갈등 등 여러 이슈를 담고 있다.


주인공을 독촉하는 ‘남편의 동생’(우리말로는 ‘도련님’이라 불러야 할 터인데 뭔가 개운치 않아 풀어 쓴다) 역시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음을 암시하는 연출이 있으나 성공적이진 않다. 그래서 가해자 역시 거대한 체계의 피해자라는 식으로 해석하긴 어려웠고, 결론적으로 인물들이 단선적으로 보였다. 새장 안의 새, 부엌 안의 쥐, 어린 딸의 대사, 운전대를 잡은 주인공 등에서 작가의 선명한 목소리를 전해 듣는 듯한 작품.


<마지막 여왕>


지아장커와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했다는 데미앙 은누리, 이 영화에서 주연까지 맡은 아딜라 벤디메라드 공동 연출작. 알제리의 16세기 실화 또는 전설을 다룬 코스튬 드라마다.


중동하면 호전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이러한 인상과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었다. 낯선 시대와 장소의 의상과 미술을 실컷 보아 즐거웠다.


<핫잔: 낙타 기수 마타르>


거의 예측대로 진행되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이다. 시네마스코프 비율이 전하는 장대한 사막의 풍경, 모래 폭풍 속에서 진행되는 낙타 경주의 박진감, 황금빛 모래를 배경으로 하는 카키/올리브색 옷을 입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아랍 영화제 공식 트레일러의 시작은 한 인물이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는 장면을 하이앵글로 찍은 것인데, 이 숏이 여기에 담겨있다.





<사막의 두 남자>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서 상영되었다고 한다. 특정 지점에서 영화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1부라 할 지점에서는 경쾌한 호흡의 코미디가 주를 이루고, 2부에선 사랑 이야기와 난민 이야기가 섞여 진행된다. 모로코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데다가 영화에서도 부연이 있지는 않기에 편의상 2부라고 명명한 부분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타율 높은 코미디가 있고, 어려운 부분에도 인상적인 이미지가 있어 기억에 남는다.


<오만 단편선> 중 <물의 신화>

 <오만 단편선>


<라마드>, <물의 신화>, <새들의 천국>을 묶은 것.


<라마드>의 경우, 메마른 땅에 지은 집을 부감으로 잡는 앵글이 인상적이었다. 단, 21분 내내 거의 같은 구도가 이어지는 데다가 연기나 편집이 매끄럽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광활한 사막의 풍경을 담은 영화를 기대한다면 <핫잔: 낙타 기수 마타르>를 추천.


<물의 신화> 역시 비슷한 이유로 권하진 않는다. 인상적인 의상 연출이 있긴 한데 이 역시 <마지막 여왕>을 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새들의 천국>은 오만에 있는 한 섬이 철새에게 중요한 이유를 알려주는 다큐멘터리다. 장엄한 음악이 흐르며 새가 비행한다. 그러다 툭 끊기고 전문가 인터뷰가 나온다. 인터뷰가 끝나면 다시 장엄한 음악을 배경으로 새가 날아다닌다.


해당 영화제에서 본 6편 중 유일하게 추천하지 않는 작품. 





작가의 이전글 지나간 것이 되돌아올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