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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 essay Apr 12. 2023

해외 첫 출장(1)


2022년 8월 16일.


8년을 일하면서, 출장 갈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우리 스튜디오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영국보다는 해외에 치중되다 보니, 잦은 사이트 및 현장 방문보다는, 컨설턴트 회의, 로컬 건축사무소와의 협업 및 클라이언트 발표라는 목적을 가지고 출장을 가게 된다. 특히, 건축주 앞에서 최종 발표하는 출장은 정해진 인원 그리고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한다. 물론 출장 가서도 긴장의 연속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간에 생기는 여러 사건사고(Brexit, Covid-19 등)들은 아쉽게 출장 일정이 중간에 취소되거나 홀딩되었다. 몇 번의 컨설턴트 회의를 위한 출장 외에는 나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Khlong lat mayom Floating Market

그러던 중, 7월부터 이야기 나온 방콕 출장 계획. 작년 한 해 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한 클라이언트 경영진 발표가 목적이다.


물론 일개 어소가 무슨 발표를 거창하게 경영진한테 직접 하겠냐마는, 다행히(?) 운 좋게 회의에 참석해서 프로젝트 관련 파사드 및  내부 유닛들에 대한 디테일한 숫자들, 재료들에 관련해서 전달하는 서포팅 역할을 하였다.


가기 일주일 전, 생각보다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일단 작년 프로젝트 최종 발표 자료 및 데이터들 복기&암기.
경영진 발표 자료 만들기.
발표 시 보여줄 모형 제작 및 안전하게 수송(?) 하기 위한 박스 제작
그럴싸하게 만든 선물용 브로슈어 도서.
비자 및 보험 관련 서류(현장 사이트 답사 시 안전 이유로 보험 관련 서류를 작성하더라)
방콕 현지 사무실 컨택(숙소, 택시, 식당, 대형모형들 이동차량 및 드라이버 섭외 등등)
현지 발표장 미리 확인 및 보관 장소 섭외.
세관 관련 서류 준비.
현상 사이트 답사 시 필요한 Health and Safety 부츠, 옷 사이즈 체크.


여러 아이템들이 해야 할 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역시나, 출장은 쉽지 않았다. 출장 인원은 스튜디오 부대표 T, 파트너 D 그리고 나 3명이었으나 중간 역할을 할 파트너 D의 휴가로 인해, 출장 준비를 내가 부대표와 직접 해야 했다.



맙소사 파트너 D의 2주간의 휴가는 나에게 다른 직장 생활을 맛보게 하였다.
(좋은 쪽 나쁜 쪽 둘 다!!)



생전 말도 안 섞어보던(조금 과장 보태서) 부대표 T와 매일 출장 준비와 발표 자료 수정(물론 미리 다 해놨다. 하지만 역시나 마지막까지 수정 보완하는 건 직장 상사의 기본(?) 자세. 매일매일 보여줄 때마다 슬라이드 하나하나 수정되는 건 아주 매력(?) 적이었다….


게다가 평소 자주 듣던 발은 톤이 아니니… 또 영어울렁증이 도졌다;;;;
(살려줘!!!)



출장을 가본 적도 없는 난, 처음 보는 문서자료들 (예를 들면 생명보험, 모형 박스 사이즈 및 무게 제출용, 출장 일정표 작성)을 하나부터 열 가지 담당 비서에서 불어보면서 해결해 나갔다.




하지만, 출장을 가게 된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아니다.

자 그럼, 나의 하루는..?



100% 시간을 써야 하는 현재 프로젝트! 내가 소속된 팀의 책임자 파트너 M은 매일매일 날 보며 열받아했다.(표현은 안 했지만 얼마나 짜증 났을까?)

직장생활이 그렇듯, 부대표가 직접 일을 시키고 있으니 매번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내 업무는 뒤로 밀린다.



여기서 잠깐!! 보통 두 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시킬 경우, 프로젝트별로 50% 대 50%로 나누거나, 70%대 30%로 업무량을 분배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숫자놀음이 아니다. 그리고 나 대신 50%를 메꿔줄 사람이 당장 있느냐?


없다. 있다 한들, 몇백 시간을 진행한 업무를 누가 임시로 몇 시간 일한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은  90% + 90%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감당 못한 업무량이 보통은 당사자에게 내려온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들이고, 추가 인력은 배치되기 힘드니, 꾸역꾸역 하게 된다. 또한 팀원들이 내 일들을 조금씩 분배하여 업무량을 20% 정도는 줄여주게 된다.(그들은 나 때문에 야근을.... 미안해)




다시 출장 이야기로 돌아가서 연장 야근업무, 출장 준비 모형 수송 준비 등 그런 몸으로 때우는 일들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 즉 “모형 박스들 배달 사고”, “부대표랑 둘이 가는 출장비행”이었다.



1. 2022년 7월, 히드로 공한 인력난으로 인해 많은 물류 및 러기지들이 비행기 시간에 실지 못하거나, 잘못 배송되는 등 사건사고가 매일 뉴스에 나왔다.  이번 발표는 모형 발표가 전체 중요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만약 모형 박스들이 같이 방콕으로 가지 않는다면…  망하는 거다.  파트너도 죽고 나도 죽는 거다. (우스갯소리로  모형 박스들만 방콕으로 배달 잘되면 나는 이번 출장에서 할 일 다 했다고 이야기했다.)



2. 이 회사에서의 해외 출장도 처음인데, 나는 스튜디오 부대표 T와 둘이서 모형 운반 및 12시간의 비행을 옆자리에 같이 앉아 가게 되었다. (긴장감 100배 상승)


결론적으로는 초짜인 나 때문에  많이 도와(?) 주시고 실수투성이인 직원을 따뜻하게(?) 이해해 주었다.


여하튼 이러한 부대표와의 출장은,

누군가가 볼 때는…

정말 좋은 직장 생활의 기회고

좋은 상황이 아니냐고 할 테지만!


반대로 실수하면 정말 눈에 확 띄는 경우가 생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방콕행 비행기 안, 실수 리스트가 첫날인데 벌써 7개째… 하하하.. 런던으로 돌아올 때까지 세어본다면 최소 20개는 넘을 거 같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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