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지금'을 잘 지켜주고 싶었다.

'쉼'이 필요한 아이

by Celine
맞벌이 부모의 하루하루

초등학교 입학부터 지금까지 아이는 혼자 많은 것들을 '잘'했다. 맞벌이 부모 때문에 3년을 꼬박 학교가 끝나면 돌봄 교실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정해진 다음 코스의 학원을 차례차례 가곤 했다. 처음엔 어른 걸음으로 10보 정도 되는 짧은 횡단보도를 혼자 건너게 하는 것도 불안했다. 가끔 학원차가 지연되어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회사에서 아이의 위치를 추적하고 연락을 해보며 발만 동동 구르기도 했다.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누가 옆에서 알려주지 않아도 시간 맞춰 다음 학원에 척척 가는 '성숙한' 아이로 잘 커가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평일에 아이를 만나는 시간은 저녁 7시쯤 되어야 가능했다. 다행히 조부모님의 손길이 있어서 퇴근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걱정이 덜했던 것에 감사드린다. 아이의 공부는 학원에서 해 오는 것이었고 책 읽기도 같이 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집에서는 평일에 다 같이 저녁 먹는 것도 시간에 쫓겨 빠듯하기만 했다.


어느 날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오후 3시 무렵이었다. 이 시간에는 아이가 태권도장에 있어야 한다. 급히 아이의 위치를 확인해 봤는데 아이의 위치가 갑자기 지하철역 근처 번화가로 찍힌다. 불안감에 전화를 했으나 아이가 받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지만 그 순간마저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하느라 우리 아이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알지도 못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더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와 무인문방구에 들렀던 것으로 문제는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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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은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맞벌이라고 해서 항상 불안하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부모의 약간의 부재로 아이는 스스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아이는 그 상태 그대로 두어도 끝까지 잘 해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나였다. 매일매일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에 감사하면서도 '이대로 우리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흔히 말하는 아이가 어릴 때 '지금 이 순간'은
평생 돌아오지 않을 텐데 말이다.


아이의 운동회나 공개수업에는 빠진 적이 없다. 그런데 운동회가 작년과 올해 내가 기억할 정도로 프로그램이 똑같다. 공개수업에 참여는 했지만 AI 활용 수업의 의미는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 년에 한두 번 아이의 학교를 가는 것 만으로는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아이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작은 학교에 관심이 갔다. 아이의 학교와 조금 더 소통하고 싶었고 아이를 내 품에 조금이라도 더 안고 싶었다. 아이가 학교 끝나면 학원 그리고 또 학원의 굴레가 아닌 다른 곳이 필요했다. 더 늦어지면 나도 어쩔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가 어느 날 학원 두 곳을 다녀오더니 거실에 대자로 누워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쉼이 필요해. 나도 쉼이 필요해~



사실 이 노래 가사가 우리에게 움직일 동력을 주었다.

크고 거창한 이유가 없었다. 나는 아이의 '지금'을 잘 지켜주고 싶었고 동시에 '쉼'을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