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농촌 유학을 시작합니다.

서울어린이 올해부터는 진안어린이

by Celine
저기 학교 다녀볼래?


강아지를 키우기 전까지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다. 지방으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알록달록 무지개 색으로 칠해져 있는 작은 학교들이 참 많다. 처음엔 농담 삼아 아이에게 '저 학교 어때? 한번 다녀볼래?'라고 말하곤 했다. 아이도 엄마 아빠의 유머코드에 익숙해져서 '한번 가볼까?'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25년 5월 그때는 알지 못했던 오늘

25년 5월 갑자기 남편이 전북 진안으로 캠핑을 떠나자고 한다. 태어나 처음 가본 진안. 일주일간의 우중캠프로 힘들기도 했지만 마이산을 비롯해 낮은 산들이 우리를 감싸주는 듯한 진안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캠핑 중 반나절 일정으로 남원에 가는 길이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5월 진안의 산들이 유난히 푸르르고 코끝에 닿는 공기마저 포근했다. '여보 여기서 살고 싶다.'라고 나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진안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조용한 카페를 들르는 일이었다. 남편의 정보력으로 마을 주민이 몇 되어 보이지 않는 진안 내에서도 작은 마을의 어느 한옥카페에 갔다. 아이는 느긋하게 카페 안에 놓인 '마루는 강쥐'책을 읽고 남편과 나는 그곳의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마흔이 넘어 처음가 본 전라북도의 기억은 그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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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의 진안에서



그때 그 카페 옆 초등학교

그날도 그랬다. 카페를 걸어 나오면서 '여기도 학교가 있네? 가볼래?'라고 웃으며 말했는데 농촌유학을 통해 정말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되었다. '인연'이란 이런 거구나 싶어 우리 가족 모두 농촌유학이 확정된 그날의 감동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처음 농촌유학을 알아볼 때 솔직히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가고 싶은 학교와 지역과 이어지는 장벽은 꽤나 높았다. 면접을 보고 난 뒤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 꼬맹이 덕분에 진안 여행 또 잘했네! 고마워!' 라며 사실 체념했다. 그래서인지 063이라는 지역번호로 걸려오던 전화에 심장이 더욱 쿵쾅거렸다. 불합격인데 인사하시려고 전화 주시는 걸까? 설마... 합격?


우리 아이와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고 먼저 말씀해 주셨던 교감선생님의 고운 목소리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마음을 비운 상태라 그런지 이번 합격이 그 어떤 중요한 시험 합격보다 반갑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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