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문방구 앞 길거리에서 갑자기 쉬가 마렵다며 바지를 내리려는 딸의 바지를 부여잡고 집으로 달렸다. 아빠의 발걸음은 이봉주 선수의 전성기처럼 코너를 자신감 있게 빠져나갔다. 아이의 방광은 산책의 길이를 측정한다. 나는 좀 더 멀리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선물받은 쿠폰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딸의 볼륨감 있는 엉덩골을 멱살잡듯 치켜올릴 수밖에 없었다. 딸은 집을 나서며 말했다. 별이 보인다고... 하늘에 별이 떠있다. 너를 비추고 있다. 별빛에 엉덩이가 반짝인다. 잘 참았다.
성욕은 참지 못했다. 결혼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성욕을 참지 못해 미끼를 물었다. 그 흔한 프로포즈도 없었다. 와이프가 결혼을 염두하고 만나자 했고 혼자 자취하는 와이프 집에 매일 같이 퇴근했다. 결혼 후 점점 퇴근이 늦어진다. 부장님들이 왜그리 퇴근 후 술약속을 잡으시는지 결혼 후 알게 되었다. 집에서 상사를 모시는 부장님들은 밖이 이승이다. 똥 밭을 신나게 구르신다.
몸이 아픈채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건강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고난의 연속이다. 아이와 함께 골목길을 산책하다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여성을 발견했다. 누군가 버린듯한 의자에 앉아 있던 그녀는 계단 있는 곳까지 부축해 달라 한다. 킥보드를 탄 아이들은 쉼없이 질문한다.
"누구야?"
"아프시대"
옆에서 그 분도 대답을 거든다. 미안하다고, 병원에 가야하는데 기운이 없다고 집까지만 부축 좀 해달라고. 아이들의 끊임없는 질문 공격에 그만 자신의 나이까지 스스럼없이 공개하신다. 나랑 별 차이가 나진 않았지만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반대쪽 눈은 맞은 걸로 보이는 푸른 멍. 집 앞 계단은 그리 가깝지 않았다. 다단계나 도를 아시는지 묻는 도믿걸처럼 멀게 느껴지는 그곳 계단 위에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와주지는 않았다. 여자가 현관문으로 들어가고 몇 초 안되어 따라 들어갔다. 얼굴에 난 푸른 멍의 주인처럼 보였다.
어디가 아프신지는 묻지 않았지만 혼자 병원에 갈 수 있는 상태로 보이진 않았다. 어제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35개월된 아들을 살해한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뉴스가 전해졌다. 아들은 자폐 진단을 받은지 몇 시간 뒤였다고 한다.
나도 처음엔 아들이 자폐가 아닐까 의심했다. 호명반응도 없고 똑같은 말을 스무번 가까이 나에게 했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숲 근처에 모기가 많아 들어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자
"모기 있어요"
5초 후
"모기 있어요"
모기의 개체 수만큼 모기가 있다 말하는 아들을 보며 몇 번이나 반복하는지 손가락으로 세고 있던 나도 자폐는 아니였을까? 중학교때 장애를 가진 급우가 나를 유독 좋아했다. 어찌나 힘이 세던지 백허그가 서브미션 같았다. 원래는 키도 크고 잘생긴 친구였는데 사고로 저렇게 됐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 친구네 부모님께서는 빵집을 하셨다. 그 친구는 지금 뭘하고 있을까?
자식이 아프면 부모 마음도 아프다. 특히나 계속 아프게 살아야 하는 경우엔 부모는 평생 죄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자식들에게 평생 죄인이다. 생존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지금처럼 쉼없이 웃고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오늘 골목길에서 만난 병원을 다녀왔고 또 병원에 가야하는 여인처럼 언제 고통과 불행의 주먹이 급습할지 모른다.
그저 아이들이 편견없이 구김살없이 커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빠는 식당의 맛보다 주차가 가능한지 여부를 중요시 하신다. 서울엔 차가 많다. 다리 아픈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