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걱정하는 세상
세상 걱정도 유튜브가 대신
퇴근 후 집에 들어오니 딸이 반긴다.
"아빠 오셨어요."
아들은 뒤에서 장난감 자랑 중이다. 엄마가 사준 모양이다. 목마를 타려는 딸과 안기려는 아들과의 사투를 5분간 진행한뒤 식사 자리, 아내가 자폐 아이를 둔 친구와 회사에서 별다른 이야기 나눈 게 없냐 묻는다.
오늘 아침 그 친구는 나를 걱정했다. 주말에 배달 알바해서 얼마 벌었는지를 묻는다. 오전부터 35km 가량 자전거를 타고 달려 오후 2시까지 7만원 남짓 벌었다. 친구는 차라리 당직근무를 신청하는 게 어떻냐고 조언해 준다. 그 게 돈 더 버는 일이라고 말이다.
맞벌이인 친구는 우리 아이들과 동갑인 쌍둥이 아들들을 슬하에 두고 있다. 그 중 첫째가 얼마 전 자폐 판정을 받아 집안이 온통 걱정과 슬픔, 울음을 지속 중이다. 아이의 상태를 묻는 것도 실례가 된다. 집안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와이프들끼리의 연락도 단절됐다.
"걱정도 안돼? 당신은"
아내는 친구 아들의 상태도 궁금해 하지 않는 무관심한 남편을 나무란다. 나는 우영우 드라마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 몇 개 본 거를 가지고 자폐 아이를 둔 가정의 현실적인 어려움 등을 설명하는 아내의 걱정이 진짜 걱정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저것도 불안의 한 종류인가? 혹은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시선의 기저에 측은함이 깔려 있는 건 아닌가?'
"그런 걱정 한다고 해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우리의 관심과 질문이 부담스러울 수도 상처가 될수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친구네 가정이 아이들끼리 어울릴 수 있을때까지 기다려주는 거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아내는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비정해 보였는지 냉장고에 일주일 이상 묵혀두었던 맥주 캔을 뜯어 마셨다. 퇴근 길에 나는 대치동 학원가를 엄마 차로 이동하며 다니는 어린 친구들을 바라보며 나는 저렇게 키우고 싶어도 능력이 안되는데 저 아이들의 삶은 어떨지를 상상해 보았다.
영어 유치원에서 어학원으로 과외와 유학 등 부모가 설계한 시나리오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아빠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금전적 지원이 얼마 되지 않아 미안했다. 요새 아이들은 다 자기가 알아서 결혼 준비하고 그런다며 위로해주는 매니저의 말에 기대어 위로라도 받고 싶지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경험시켜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이번 주부터는 매주 당직 근무를 신청해야겠다. 아내는 주말에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도 갖고 집에서 쉬라고 하지만 내가 쉬면 당장 전 달 카드값조차 그리고 아파트 관리비조차 연체되는 현실에 일할 수 밖에 없는 '내일'이다.
나는 지금 누굴 걱정이나 할 수 있을까? 벌이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집에 입이 여섯이나 있는데 말이다. 굶지 않게 해주는 게 내 최대 걱정이라 어제도 그제도 빅맥세트를 점심으로 먹는데 누가 누굴 걱정한단 말인가. 아내의 걱정은 부잣집 사모님께서 하시는 말씀처럼 높은 곳에서 들릴 뿐이다.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 살면서 서민들 삶 걱정하는 소리하고 앉아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