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지 않고 집을 키웁니다.

by 이백지

전세 만기가 되어 재계약을 했다. 집주인은 다행히도 2년 전 가격으로 인상도 하지 않고 재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주셨다. 집주인이 부동산을 먼저 나가신 후 부동산 사장님은 말씀하신다. 요새 내가 사는 아파트 전세 가격이 5.5억에서 6억 사이라고... 2년 전 3억 9천도 참 비싸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근로소득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집이 비싸졌다.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있는가?


잠들기 전, 아들은 장난감이 많으니 사주지 않아도 된다 말한다. 냉장고에 먹을 게 많다고 사주지 않아도 된단다. 그러니 "내일 아빠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쉬어~" 라 말한다. 10초 후 갖고 싶은 장난감의 이름을 말하지만 다시 반복한다. "난 장난감도 많고 먹을 게 많아. 돈 벌지 않아도 돼 아빠"

돈 버는 아빠보다 함께 놀아주는 아빠가 좋은가 보다.


일찍 퇴근해 아이들과 놀이터도 가고 놀아줬더니 아들은 그 게 그리도 좋았던 모양이다. 항상 내일 출근하는지를 물어본다. "내일 출근하면 슬퍼!" 하며 울음을 참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다. 엄마는 혼내는 역할이라 자신에게 소리치고 잔소리를 하지만 아빠는 마음이 상한 아이를 달래는 역할이다.


나는 아이가 왜 밥을 안 먹는지 왜 토라져있는지 거의 대부분 이해하고 있다. 나 역시 속이 좁아 서운한 게 있으면 말도 없이 서운한 내색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내는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배달시켜 먹었지만 내 몫은 없어 서운했다. 나는 퇴근길 라떼 두 잔을 캐리어에 담아 집에 들어섰는데 이미 비어있는 커피 캔과 먹다 남은 빵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포장 로고를 보니 주말에 내가 자주 배달하던 카페이다.




아이는 어리고 부모는 젊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 충분히 놀아줄 체력과 충분히 벌어줄 돈은 그리 긴 시간 나와 동행하지 않을지 모른다. 충분하다고 말하는 아이는 사랑스럽다. 그럴수록 더 많은 것을 챙겨주고 싶다. 나는 오늘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았는가 되물어 보면 좀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내일은 더 나은 삶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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