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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Oct 21. 2023

별방울

 누나는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별이라 불렀다.

 그러니까 지금 내 몸 위로 떨어지는 것들은 별이리라.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내린다. 시릴 만큼 아름다운 별들이.


 별빛으로 물든 야산은 언젠가 누나와 보았던 밤바다 같다. 시각보단 청각에 가깝다.

 무엇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방향 없는 물소리만 귓구멍을 가득 메운다.

 이따금씩 달빛이 만들어내는 작은 반짝임들이 그곳에 물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별은 더디게 내려와 차분히 나의 몸을 식힌다.

 진드기가 엉겨 붙은 털을 씻어 내려주고,

 흉측하게 잘린 꼬리를 어루만져주며,

 그 대가로 나의 체온을 조금씩 앗아간다.


 누나의 손은 참으로 따뜻했었는데,

 별의 손길은 너무도 시리다.



 누나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날 실수로 야산에 두고 간 그날을 아직도 후회하고 있을까.

 내가 쫓아오는지도 모르고 차 문을 닫아버린 그 순간을 지금도 떠올리고 있을까.

 설마 아직도 날 찾으려 하고 있진 않겠지. 너무 오래 슬퍼하지 않아야 하는데.


 누나에게 지금 이 순간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수히 반짝이는 들판 위의 별빛들과

 눈에 고인 물 안에서 일렁이는 달빛.

 내가 이렇게도 아름다운 순간 속에서 숨을 거뒀다는 걸 알면

 누나도 밤에 조금이나마 덜 뒤척일 수 있을 텐데.


 눈꺼풀이 내려오며 고였던 물이 콧잔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보지 않아도 그 물방울이 반짝여오는 걸 느낄 수 있다.

 빛나는 별방울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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