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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꽃지 Oct 20. 2024

「고인물」같은「고인삶」

실내바다낚시터에서 한 다짐

실내 바다낚시터에 왔다.

비리다.


1시간째 아무것도 안 잡히고,

아들들은 3분 간격으로 번갈아 와서

왜 안 잡히는지 계속 묻는다.


확그냥,

낚시찌를 내가 물고 싶다.

'날 잡아라, 나를,

 내가 오쟀냐. 너희가 끌고 왔잖냐.'


아.... 피곤타.


고인 물,

고인 물속의 물고기와 랍스터,

고인 물가에 걸쳐진 낚싯대,

고인 물 멍하거나 폰 보는 사람들.


나, 왜 여기 있니?

 


고인 삶,

고인 삶 속의 끓임 없는 요구들,

고인 삶 속에서 끝나지 않는 하루하루의 반복,

고인 삶 안의 똑같은 사람들.


'저 고인 물에서 나오는 길은 누군가의 낚싯대에 잡히는 거뿐'

고인 삶은 똑같은 현실


어쩌면 나도

저 안의 물고기처럼 누군가가 꺼내주지 않으면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거 아닐까?

선택권이 없는 건 잡혀있는 물고기나, 제 발로 걸어 들어온 나나 똑같다.

고인물에서 벗어나는 건 미물이나 인간이나 똑같이 힘들다는 거다.


그런데, 다른 게 있다면?

<결말>이겠지.

물고기에는 어쨌든 곧 죽는다는 단 하나의 <닫힌 결말>,

그리고 나에게는 어쨌거나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열린 결말>,


그래도 현재 당장 선택권이 없다는 점은 똑같잖아.


정말 이곳에서 탈출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심정의 그때,

살길이 열렸다.



잡았다! 랍스터!



너의 최후가 내 살 길이 되었구나.


일단 고맙다. 눈먼 랍스터야.

어쩌다 저런 허술한 낚싯대에 낚였니.

암튼 덕분에 난 집에 간다.




랍스터 요리는 처음이었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놈을 얼음물에 기절시키고 깨끗이 씻긴다.

주둥이를 가위로 자르니 죽은 줄 알았던 놈이 꿈틀거린다.

싱크대로 냅다 던진다.

곧 얌전해진 랍스터를 찜통에 넣고 10분 타이머 후 불을 올린다.

뽀얀 김과 함께 랍스터는 한껏 불그레진다.

꺼내서 배를 가른다.

소스를 붙는다.

2차 가열, 오븐에 투하.

노릇노릇 고소해진다.


잔인하다.


난, 이 고인물에서 절대 낚기지 않아야겠다.  
주체성을 잃지 않겠다.


고인 삶도 내 삶이다.

다 이유가 있겠지.


낚이지 말고,
스스로 나오거나,
스스로 나오지 못하면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자.
절대
낚이지 말자.


다짐하며 나는 랍스터를 한 입도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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