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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eralist choi Apr 12. 2023

직장 내 괴롭힘 #2

가스라이팅

다 나열하기에는 말이 길어지기에 몇 가지만 큼직하게 적어보려 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자잘한 비도 끊임없이 맞으면 어느새 온몸이 흠뻑 젖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주 작고 사소하게나마 가해자는 끊임없이 나에게 가스라이팅을 하였다.

 가스라이팅에 대한 기사나 글을 접할 때면 ‘미친 거 아니야? 근데 저걸 왜 눈치를 못 채지?’라는 생각들을 종종 했던 것 같다. 당하고 나니 알게 된 것은 끊임없는 가해자의 가스라이팅뿐 아니라 더 배우고 싶고, 성장하고 싶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 나에게서 문제를 찾으려는 마음가짐이 어느덧 변질되어 나를 갉아먹고 있던 것이었다.




가스라이팅

가랑비에 옷 젖는다.


“ㅇㅇ님, 잠깐 커피나 한 잔 하실래요?" 입사 초창기에 일주일에 한 번은 저 멘트를 들었다. 의료장비 회사에서 아주 오랜 시간 경력을 쌓아온 가해자(직장 내 괴롭힘 신고로 인해 가해자로 인정을 받았기에 피신고인이라는 명칭대신 가해자라고 칭하겠다.)는 날 카페테리아로 불러내었다. 나는 실력뿐 아니라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언제나 알겠다며 응했다. 매주, 매 번 불러도 언제나 똑같은 레퍼토리였다.


“회사는 어떤 거 같아요? 일은 할만해요? 스타트업은 좀 다르죠?”


나는 대답했다.

“아직 모르는 게 많지만 그래도 재밌기도 하고, 열정적인 분들과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좋고, 새로운 BM도 고민해 보고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돌아오는 스타트업 "1년 차(그 당시)" 가해자의 대답은 이러했다.

"스타트업을 재미로 다녀요? ^^. 성과를 낼 생각을 해야지요."

“스타트업 놀면서 다니면 나중에 다 들켜요. 다 성과를 볼 텐데 그런 생각을 하시네."

“아직 어려서 모르나 본데…"

“이전에 다니던 직장은 제약이라서 잘 모르나 본데…(심지어 난 제약회사도 아니었다.)"

"ㅇㅇ님은 이쪽을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


웃으며, 끄덕이며 어떻게든 내가 취할 것들과 얻어갈 것이 있겠지 생각하며 들었다.


그런 내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본인 얘기를 한다.

“근데 ㅇㅇ님은 술도 안 마시면서 BD랑 세일즈는 어쩌려고? 사람이 재미도 없고, 업체 관계자랑 만나고 그러려면 술은 마셔야 되는 거 아닌가? 내가 부르면 오지도 않겠네? 술도 안 마시고 무슨 재미로 살아?"

“스타트업은 수평문화인 거 아시죠? 내가 이렇게 불러서 ㅇㅇ님한테 조언해 줄 필요도 없고, 내가 챙겨줄 이유도 없고, 내가 책임질 것도 없어요."


또한, 빠지지 않고 내 진로에 대한 조언과 꼼수를 전해준다.

“나는 일주일에 1번 사무실 올까 말까 해. 사무실에 있는 거 회사에서 안 좋아해."

“난 ㅇㅇㅇ프로그램(업무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 잘 몰라. 그냥 딴사람 시켜서 해달라 해. 바쁜데 그거 할 시간이 어딨어."

“스타트업에서 도태되지 말고 항상 뭘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뭘 잘하는지 고민해 봐."



당시의 상황과 환경, 어투와 표정이 복합적으로 합쳐진다면 더 자세히 묘사할 수 있겠지만 이 글로만은 판단이 서지 않듯, 나도 이 상황은 어느 한 ‘꼰대’의 조언정도라고 생각했다. 지나고나서 안 사실이지만 나에게 했던 모든 말들에 정작 본인이 단 하나도 부합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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