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에 가려진 마음
별아, 위로란 뭘까? 어쩌면 누나는 너무 쉽게 누군가를 위로하며 살았던 건 아닐까?
네가 떠나고 그간 너와 나의 일상을 함께 지켜봐 주고 응원해 줬던 사람들로부터 많은 위로의 말을 들었어. 모두가 자신의 슬픔처럼 울어주고 공감해 주었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야. 평생 갚지 못할 만큼...
"괜찮아?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별이는 좋은 곳에 갔을 거야."
"많이 힘들지? 힘내. 네가 힘을 내야 별이도 좋아할 거야."
"별이는 행복했을 거야. 네가 좋은 보호자여서..."
진심이 가득 담긴 위로의 말들. 절대 그 진심을 의심하거나 왜곡해서 받아들이려 한 적은 없어. 위로 한마디를 건넨다는 건 그만큼 타인의 삶에 공감하고 자신에게 쓸 마음의 한 부분을 내어주는 일이라는 걸 잘 아니까...
그런데 너를 보낸 슬픔에 빠져서 그런 걸까? 그 위로가 오히려 독이 되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어둠을 툭툭 건드리더라.
저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누나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이 말 뿐이었어. 정말 괜찮은 것처럼 연기하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이지.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소름이 끼치며 나에게 물어.
"괜찮아요. 괜찮아. 나는 괜찮아...
그런데 뭐가? 뭐가 괜찮아? 하나도 괜찮지 않잖아? 여전히 슬픈데... 여전히 힘든데...
그만 위로해. 그만 위로해 줬으면 좋겠어. 그냥 아무 일 없듯 지나가 주면 좋겠어."
허울뿐인 웃음, 정해진 대답, 일률적인 반응들 속에 가려 깊이 숨겨져 있던 우울감이 솟구치면서 위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힘들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거야. 처음으로 겪어보는 큰 상실감에 여유가 없었던 내 마음엔 그들의 따뜻함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나 봐. 이런 속 좁은 누나 모습... 참 미워 보인다 그렇지?
이제껏 늘 위로를 전하는 입장이었던 나는 어쩌면 괜찮지 않은 그들에게 너무 쉽게 위로를 보냈던 건 아닐까 반성하게 돼. 그저 나의 작은 공감만으로 건네는 짧은 위로 한마디가 오히려 상처받은 그들에겐 독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한 가지 깨닫게 되는 건 물만 닿아도 쓰라린 상처에 바르는 연고처럼, 바를 땐 눈물이 나게 아프기도 하지만 한 번, 두 번 덧바르다 보니 어느새 그 위로 새 살이 나게 돼. 위로는 마치 상처에 바르는 연고 같아. 내가 비록 아픔에 거부할지라도 그런 나를 그냥 두지 않고 연고를 발라주는 착한 마음들을 새 살이 난 지금에야 깨닫고 감사함을 느껴.
별아, 누나는 좋은 연고를 잘 발라두어서 제법 새 살이 돋아나는 중이야. 그만큼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너를 추억해 주고 누나와 함께 해주고 있어. 이제는 진심으로 괜찮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
누나 정말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