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소리일기 ep.72
한 여름밤. 으스름한 저녁 무렵, 퇴근하고 집에 온 그녀. 평소와 다름없이 입구에 마중 나온 반려견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집 안으로 들어서는데... 뭔가 이상하다. 묘한 이질감. 한 번도 집에서 느껴본 적 없는 스산한 분위기가 그녀를 감싼다. 아직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불길하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그녀는 반가워 날뛰는 반려견을 뒤로하고 천천히 주변을 살핀다. 서서히 시선을 옮기던 그녀. 그녀의 시선이 어느 한 지점 다다르던 순간 숨이 막히며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침대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던 것. 마치 살인사건이 일어난 범죄현장 같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 상황 파악에 들어선다. 그녀 주변에 있는 건 오직 그녀가 왔다는 것에 반가워 어쩔 줄 몰라하는 반려견뿐. 그 반려견을 바라본 순간 그녀는 이 모든 사건의 이유에 대해 알아차리게 되었다.
원인은 반려견의 다리에... 다리에...
하하 뭔가 한 편의 여름 호러 영화 스토리를 나열한 것만 같은 이 이야기는 불과 이틀 전 내가 겪은 이야기이다. 별이 다리에 달린 혹이 커질 대로 커지다 보니 피부가 견디지 못하고 이곳저곳 터지기 시작했는데 관리해서 잘 아물게 하면 또 다른 데가 상처가 나고... 또 낫게 하고 또 상처 나고의 반복이다. 이번에 상처가 난 부분은 하필 별이가 앉을 때마다 바닥에 닿는 부분인 데다가 평평하지 못한 상처 부위가 되다 보니 밴드를 붙여놔도 떨어지기 일수다. 접착성이 강한 밴드를 붙이려니 얇디얇은 피부가 밴드로 인해 벗겨질까 노심초사하게 되니 살살 붙이게 돼버리고 만다. 참 여러모로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그런 상황에 집에 이 난리가 난 것이다. 정말 처음 발견했을 땐 심장이 바닥에 쿵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급하게 별이를 달래고 상처를 다시 드레싱한 후 하나하나 수습해나갔다. 피 묻은 이불을 손으로 일일이 비벼야 핏기가 빠지기 쉬워 뜻밖의 빨래를 했다지... 얼마 전에 빤 건데 말이다. 그것도 모르고 소파 끝에 앉아 이 모든 걸 순진무구한 얼굴로 쳐다보는 별이다.
그래. 정작 아픈 건 너일 텐데 다행히 그 아픔에 비해 밝아 보이니 누나 마음도 그나마 가벼워진다. 그래도 별이야. 이젠 그만 아프자. 누나 속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