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드라이로 머리를 말린 후,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꼭 정리한다. 난 머리숱이 많은데 그만큼 머리카락도 많이 빠져서 항상 뭉태기로 빠진 머리를 모아 쓰레기통에 넣는다. 그런데 요즘, 머리카락을 치우려고 몸을 숙이다 "어?" 무언가 알아챘다. 전보다 머리가 빠지지 않는다는 것.
알아보니 여성이 임신을 하면 여성 호르몬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성장기가 증가되어 일시적으로 탈모수가 감소되는데 출산 후 호르몬 분비가 정상이 되면서 일시적으로 탈모가 증가한다고 한다. 결국, 지금은 호르몬 변화로 머리카락이 덜 빠지지만 아이를 낳고는 그동안 빠지지 않았던 머리카락이 후드득 빠질 것이라는 것. 일시적인 변화라고 하지만 새삼 걱정도 되면서 내 몸의 변화가 신기했다.
몸은 오로지 지금 뱃속에 있는 이 아이를 위해 집중된 기분이다. 배를 만지면 예전에는 물렁거리던 아랫배가 지금은 아이를 붙잡기 위해서인지 매우 단단하다. 그러면서 얇았던 허리가 넓어지고, 원래 컸던 골반이지만 더 자연스럽게 커졌다. 엄마는 나를 보고 "앞을 보면 모르겠는데 뒷모습을 보면 골반이 넓어져서 임산부 같아"라고 이야기해주신다. 나도 옷을 입었을 때 전처럼 나지 않는 옷태와 앞은 배로 뽈록, 뒤는 커진 엉덩이로 뽈록 튀어나온 내 몸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아이가 커질수록 장기들이 눌려져서 내 다리는 코끼리 다리가 돼가고 있는데 주변 지인들 말로는 곧 자다가 다리에 쥐도 날 거라고 말해준다.
내 몸은 아이의 안전이 최선인 모드로 전환된 기분이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살이 붙는데 예전에 많이 먹고 찐 살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 마치 내 몸은 어떤 충격에 가해도 아이를 보호할 수 있게 푹신해지는 기분이다.
나는 그저 일상을 살고 있는데 내 몸은 아이를 위한 모드로 전환되어 있다. 그리고 매주, 매 달 내 몸은 알아서 아이를 위해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하여 아이를 보호하고 있고 그로 인해 나는 새로운 몸의 변화를 느끼고, 신기해할 뿐이다. (물론 가끔은 너무 새로워서 두렵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스트레스받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뿐이다. 물론 이것마저 잘 못해서 아기에게 미안할 뿐일 때가 많지만....
내 몸은 아이를 위해 이렇게 변화되어 본업에 충실하고 있는데 나는 6개월 동안 뭐 했을까? 생각해본다. 잘한다고 했지만 못 한 부분이 걸린다. 그 생각에 빠져있다 배 속에서 콩콩 거리며 노는 아이가 있는 방향을 향해 배를 한번 쓰다듬는다. 엄마가 되면 아이를 향해 "미안해"를 자주 말하게 된다는데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어제는 엄마랑 같이 가을 구경을 하다가 잠시 앉아 숨을 크게 내쉬면서 배를 쓰다듬었다. 벌써 6개월 차... 아이를 내 뱃속에서 온전히 품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얼른 밖으로 나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때론 지금 이렇게 내 뱃속에서 함께 하는 시간도 참 좋다고 느껴지는데 시간을 계속 흐르고 흐른다. 시간을 잡고 싶은 생각이 들고 더 잘해줘야 하는데... 란 생각이 맴돈다.
글을 쓰는 와중에 아이를 위해 좋은 것들을 못 해줬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나를 본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몸이 아이를 위해 변화하는 것처럼, 내 마음도 아이를 향해 매주 매달 달라지고 있다. 초음파 사진과 영상을 보며 조금씩 커가고 꿈틀꿈틀 움직이는 아이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집에 와서 아이와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배를 쓰다듬으며 너와 만날 시간이 고대된다고 말해주고, 일 밖에 모르던 내가 아이를 위해 생각보다 더 일찍 일을 쉬는 결심도 했다. 그래서일까? 이런 변화를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게 10개월이란 시간이 주어진 것이 감사하다.
매주 몸이 아이가 태어나기 위해 변화하는 것처럼, 매주 나도 더 변화하면 된다. 주일 아침, 과자랑 라면을 먹고 싶은 마음을 참고 요플레랑 통밀빵을 먹고, 예쁜 엄마가 되어주겠다는 결심을 떠올리며 머리를 정성껏 말리고, 곱게 화장도 하고, 입을 수 있는 옷 중 예쁜 옷으로 입고, 차 타고 가는 대신 걸어서 운동 겸 교회로 간다.
하나님께 아이를 위해 기도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그 분께 맡겨야 할 것들을 알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더 나를 위해 아이를 위해 좋은 것들을 해보려고 시도해본다.
몸이 알아서 아이를 위해 변화해주니 내가 할 수 있는 소소하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며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감정과 경험들과 마주하는 그런 시간이다.
6개월차임산부
22주차
글: Joy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