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아이는 누구에게든 사랑받게 되어 있다
빵을 좋아한다
바게트, 식빵, 치아바타, 깜빠뉴와 같이
고유의 구수함이 살아있으나 달달하지 않은 빵
한 달 이상 해외여행 가서도 음식으로 고생하지 않는다.
식빵은 반절짜리가 먹기 좋다
2~3일 지나 고유의 빵맛을 잃기 전
아쉬운 듯 먹어야 제맛이다.
많은 사람이 부드러운 쪽을 좋아하지만
나는 껍질 부분을 좋아한다.
반절짜리 식빵을 개봉하니
손녀가 식빵껍질이 붙은 쪽을 달라고 한다
‘그쪽은 할아버지 건데, 할아버지는 식빵 껍질을 좋아해’
‘나도 식빵껍질 좋아해’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이 토끼 같다.
‘그럼 할아버지 조금 줄래?’
‘싫어, 내 거야 ‘
반쯤 먹은 손녀에게
’ 할아버지 조금 줄래?‘
손가락 한마디만큼 떼어준다
’ 할머니 것도 줘야지 ‘
같은 크기로 떼어준다.
다행이다. 할머니를 더 많이 사랑하지 않아서
할머니 몫으로 떼어준 식빵이 더 컸으면 서운할 뻔했다.
식빵 껍질을 오물거리는 손녀를 보고
한편으로 신기하고 한편으로 흐뭇했다.
할아버지 닮은 구석을 찾았으니
’ 발가락이 닮았다 ‘가 생각났다.
손녀를 돌보며
무언가 공통점을 찾아본다.
달리기를 잘 못한다.
호불호가 명확하다.
뭔가 장점들도 찾아야 하는데...
책을 좋아한다.
창작동화를 잘 만든다.
하지만
식빵 껍질이 아닌 말랑한 부분을 집었다면
거꾸로 할머니가 흐뭇해하지 않았을까?
‘그쪽은 할머니 건데, 할머니는 말랑한 식빵을 좋아해’
‘나도 말랑한 식빵 좋아해’
껍질 아닌 말랑한 부분을 선택했다 해도
사랑받는 아이는
누구에게든 사랑받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