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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7. 오래된 질문(2) (장원재著, 다산북스刊)

남과 비교할수록 내 행복이 줄어들어요.

by 물가에 앉는 마음


금강: 마음의 때를 씻는 법

옷이 더러우면 빨래하고 몸이 지저분하면 샤워하듯이 마음이 탁하면 수행하는 겁니다. 마음도 쉬워야 합니다. 몸은 잠들면 쉬어지는데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쉬어야 할까요?

마음을 잘 쉬고 나면 우리는 물들지 않은 순수한 본래 마음의 상태로 회복하게 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거죠. 초심은 언제나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합니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를 보더라도 현재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막 잎사귀가 돋고 꽃이 피는 순간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탁한 마음을 씻어내고 초심으로 돌아가면 지금 이 순간을 생생하게 볼 줄 아는 지혜가 생깁니다. 때 묻지 않은 우리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려면 마음을 푹 쉬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수행이지요.


도법: 주인으로 살 것인가, 노예로 살 것인가

우리는 허무맹랑한 말들에 휘둘리며 살아왔습니다. ‘우리의 운명은 신에 의해 정해진다.’ ‘사람은 정해진 사주팔자에 따라 살게 된다.’ ‘전생의 죄업에 따라 인간의 운명이 좌우된다.’라는 식의 가짜뉴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존재했습니다. 부처님이 살아계셨을 때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모두 그 말의 노예가 되어 살았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이 나타나서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던 겁니다.

인간이란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창조주다. 바로 지금 사고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대로 삶은 창조된다.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하는 인생이 되며 욕설을 하면 욕설하는 인생이 된다.

붓다의 가르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려 노예로 살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창조하는 주인으로 사는 것이 옳은 길이다. 너의 삶은 네가 마음먹고 행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네 마음대로 해라.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습니까? 신한테 묻지 않아도 괜찮고 사주팔자 안 따져도 괜찮고 전생에 죄가 있나 없나하고 시시비비 안 따져도 괜찮고, 놀랍지 않습니까? 신의 종으로, 운명의 종으로 살지 않아도 되는 거죠. 즉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오늘 웃을 수도 울 수도 있는 겁니다. 삶은 내가 마음먹고 행동하는 대로 살아지고 창조될 뿐입니다.


금강: 자기 발걸음으로 살라

미황사 뒤편 부도암 주지스님께서는 달마산 산책을 즐겨하셨던 분이지만 연로하신 탓에 더 이상 산에 오르기 어려워지자 말씀하셨습니다. ‘달마산에 꼭 올라야 하나? 저기 석양빛에 물들어가는 바위능선을 좀 보게. 달마산은 바라보는 산이야.’

꼭 남들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생각하지 않고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야 행복합니다. 마음이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척 애써 가장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찾을 수 있고 누구든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隨處作主 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그곳이 곧 진실한 자리다.) 남과 비교할수록 내 행복이 줄어들어요. 내가 처한 지금의 환경과 사람들, 그 속에 행복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도법: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젊을 때는 살아있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혜롭게 나이 들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요. 숨 쉴 수 있다는 사실, 볼 수 있다는 사실, 말할 수 있다는 사실,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 이렇게 매 순간의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소중하고 고맙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런 사실을 빨리 알아챌수록 더 빨리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잘 늙어가는 것이기도 하고요.

‘매일의 일상이 바로 인간이 소유하고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신비고 기적이고 불가사의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의 삶은 서로를 소중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어진 일상이 기적인지 모르다 보니까 엉뚱한 다른 걸 찾아요.

돈이 억만금 있다고 쳐봅시다. 삶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하는데 일정부분 기여는 하지만 돈 자체가 우리를 평화롭게 하거나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한단 말이죠. 권력, 명예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이 평화롭고 행복하려면 만족을 해야 합니다. 만족감은 억지로 채우고 싶다고 채워지지 않아요. 자꾸 엉뚱한 것을 채우려고 하면 욕심만 커져버리죠. 진짜 만족감은 인생을 제대로 알 때 자연스럽게 느끼게 돼요. 재물, 명예, 권력보다 좋은 것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숨을 마시고 내쉬는 능력과 권력을 바꾸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먹고 마실 수 있는 능력과 천만금을 바꾸면? 우리는 만족할만한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고 허황된 가짜이야기에 속아서 자꾸 저 멀리만 쳐다보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진짜 인생이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이해하면서 지금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능력을 길러나가는 것이 잘 나이 드는, 진짜 어른이 되는 길입니다.


데니스 노블

‘나는 왜 나인가’ 사회적관계속에서, 여러 사람과의 소통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라는 인간이 만들어집니다. 사회적인 상호작용 때문에 나라는 존재를 나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자기를 둘러싼 여러 가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인간으로 만들어 집니다. 아무리 영양분을 많이 주입한다 해도 접시 위의 두뇌가 나처럼 말을 하거나 보거나 듣는 일은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아니죠.


에필로그: 오랜 의문의 답을 찾다(데니스 노블)

젊었을 때는 의견이 부딪칠 때면 논쟁에 그치지 않고 과격한 말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비난받으면 공격했습니다만 나이가 들며 그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명상을 하며 냉정을 유지하자 타오르는 분노도 차츰 식어갔습니다. 제 이론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책도 쓰고 부지런히 강단에 선 결과 현대 생물학이 갖고 있던 기존의 관점에 변화를 일으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성과도 냈고 명상을 통해 마음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된 후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여전히 힘겨우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젊은 세대는 이전세대보다 부족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될 첫 번째 세대일 겁니다. 지난 몇 백년간 모든 세대는 이전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고 희망찬 미래를 꿈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나 자연환경 같은 물리적인 측면에서요.

우리는 지금 인류 문명의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겪어온 역사를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인류는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해를 끼쳐왔기에 우리 손자손녀가 지구상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종말까진 아니더라도 기상이변과 쓰레기로 황폐해진 지구를 물려줄 것이란 사실이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치인들은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고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에 대해 기성세대는 침묵하고 젊은 세대는 항의하고 분노합니다. 나는 젊은 세대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거리시위든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분노를 표출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삶이 늘 투쟁일 수는 없습니다. 싸우는 동시에 자신과 타인을 더욱 편안하게 대하고 원만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긴장, 불안, 걱정을 헤쳐나 갈수 있도록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방법 중의 하나로 참선 명상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잠시 스위치를 끄고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평온한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한 시간의 명상은 종일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것보다 훨씬 더 이로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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