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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 위징과 황태후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위징은 당나라 때 정치인이다. 수나라가 패하자 당나라로 귀순한 후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꼿꼿함을 잃지 않았다. 태종에게 2백 회 넘는 간언을 올렸으며 태종은 위징이 죽자 몹시 슬퍼하여 신하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은 구리로 거울을 만들어 의관을 바로잡고

옛 것을 거울삼아 역대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삼아서 자신의 득실을 알 수 있다.

위징이 죽음으로서 짐은 거울 하나를 잃고 말았다.‘

당태종이 고구려 정벌에서 패해 돌아오는 길에 탄식하며 ‘위징이 살아 있었다면 나한테 이런 걸음을 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 이라며 한탄했다고도 한다.

당태종은 위징을 이토록 아꼈으나 당태종도 사람인지라 연회에서 직언하는 위징이 미웠다. 위징이 직언하자 화가 난 태종은 ‘당장 칼을 가져와라. 저놈을 참수하겠다.’했는데 태후가 잠시 빠져나와 정복을 입고 와서 당태종 앞에 무릎 꿇고 말했다. ‘황제께서는 정말로 명군이십니다. 명군에게는 직언하는 신하들이 있사온데 위징이 직언하는 것을 보니 황제께서는 명군임이 분명합니다.’ 황후 말에 기분이 좋아진 당태종은 칼 가지고 오라는 명령을 거뒀다. 꼿꼿한 위징도 놀랍지만 태후의 안목과 사람됨은 태종을 능가하는 듯하다.


정도전은 고려 말 문신이었으나 통치권이 백성을 위해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민본주의 사상을 갖고 있었기에 민심에서 멀어져 가는 고려가 탐탁지 않았다. 통치자가 민심을 잃었을 때는 물리적인 힘에 의해 교체될 수 있다는 역성혁명을 긍정했고 실제 왕조를 교체하는데 힘을 실었던 혁명가다. 정도전이 조선의 틀을 만들 때 왕들이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었다. 조선 왕이 단명한 것도 공부를 너무 많이 해서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공부와 집무에 찌든 왕들에게 직언하는 신하들은 한편으로 미운 존재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조선왕조가 500년을 지속한 이유 중 하나는 직언하는 신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는 되풀이되고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와 고전은 우리 삶은 물론 국정과 회사 업무에도 적용된다. 공자, 맹자뿐 아니라 이솝우화가 아직까지 읽히는 이유는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듣기 좋은 아첨만 하는 신하와 부하직원들만 있다면 귀는 즐거울지 모르지만 조직은 부패해지고 곪아 터질 때가 돼서 문제를 인지하게 된다. 그렇다고 직언만 하는 신하들이 가득하다면 좋다는 왕 노릇도 짜증 나는 일이다. 또한, 직언만 한다고 일이 잘되지는 않는다. 외교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어느 정도 입에 침을 바르는 립 서비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사 동료들과 막걸리 한잔 먹으면서 하는 이야기지만 상사에게는 직언하는 부하직원들 반과 아첨하는 부하직원들 반을 채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농담한다. 본인이 직접 모든 일을 챙길 수 없으므로 부문별로 업무를 위임해야 하기에 반반씩 섞어 놓으면 서로 견제와 균형을 맞춰 일을 진행시킬 것이다. 이것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 직언만 하는 직원들만 존재한다면 그도 재미없을 듯하고, 아첨만 하는 직원들을 가까이한다면 업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 영화 결말은 ‘정의가 이긴다.’이다. ‘정말로 그랬을까?’ 많은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전혀 아니었다!’ 불법과 불의가 판을 쳤고 대다수 정의는 악당들의 총구에 무릎을 꿇었다. 상상 속 ‘정의의 인물’을 만들거나 ‘인물의 과장’을 통해 정의가 이기는 것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정의가 이기는 것은 가물에 콩나기 아니면 뻥이었기에 정의의 시대를 갈망하는 목마름을 해갈하기 위한 영화가 서부영화이다. 요즈음 미국 영화도 과거 서부영화와 시나리오 전개가 흡사하다. 아직도 정의는 바로 서지 못했다.

영화는 영화고 일반적으로 조직 내에서 직언하는 사람들은 설 자리가 좁은 것이 사실이다. 당태종의 황후가 그랬듯 주변 역할도 매우 중요할 듯하다. 직언을 하는데도 판단이 흐려져 균형을 잡지 못할 때, 옆에 있는 조력자들이 군주나 CEO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조언해준다면 직언하는 사람뿐 아니라 조력자의 역할은 더욱 빛나게 된다.


* CEO와 갈등으로 본사에서 사업장으로 좌천되었다. CEO는 밉지만 회사는 바로 가야 하기에 귀에 쓴 이야기를 끄적거려봤다. 알아들을 위인은 아닌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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