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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Apr 18. 2024

855. 애마를 분양 보내며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씨 대사



 링컨 MKZ 2009년식이니 14년을 타고 다녔다. 많이 팔리지 않은 레어템으로 개성 있게 생겼으며, 아내 전용이라 운행거리는 7만 2천 Km로 운행거리가 짧다. 하지만 기계도 사람과 비슷해 나이는 속이지 못한다. 나이 들면 온몸이 쑤시고 관절이 시원찮듯 타고 내릴 때 삐걱거리는 소음이 들린다. 하부에 그리스를 칠하면 소음이 없어질듯하지만 그 정도로 관리할 열정은 없다.

 미국차에 대한 비판과 평가는 대부분 맞다. “디자인이 올드하며 내장은 허접하며 편의사항은 구리다. 잔고장이 많고 연비가 좋지 않으나 장점은 안전하고 고장 나도 가기는 간다.” 대부분은 부정적이나 일정 부분 장점도 있다.

 국산차도 제작사마다 특징과 장, 단점이 다르다. 동급의 차를 타도 GM은 차량이 묵직한 반면 현대기아차는 핸들이 가볍고 경쾌하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GM은 안정감 있게 바닥에 깔리는 느낌이며, 현대기아차는 뜨는 느낌이다. 반면 연비는 GM보다 현대기아차가 우수하다. 나라마다, 제작사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 운전재미도 각각이다. 링컨은 미국차답게 핸들이 무겁고 승차감은 꿀렁거릴 정도로 소프트하다.


 디자인은 개개인의 미적감각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1930년대 갱스터영화에 등장하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좋아하나 MKZ는 클래식디자인이 아닌 현대적 디자인이다. 스타워즈 다스베이더의 투구를 연상시키는 그릴은 당시로서도 파격적인 디자인에 속해서인지 세월이 지나도 구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스타워즈 감독 조지루카스가 만든 음향규격인 THX인증 오디오시스템을 장착했으므로 스타워즈와 연관이 있는듯하다. 

 대륙의 차답게 무겁고 연비가 좋지 않다. 도대체 연비는 전혀 감안하지 않고 만든 솜씨다. 시내주행은 5Km/l, 고속도로 10Km/l, 복합연비는 7~8Km/l정도로 정체구간에 잡혀있으면 연료게이지 눈금 떨어지는 것이 보이는듯하다. 도어 두께가 한 뼘으로 묵직하고 장갑차를 연상케 할 정도다. 안전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구입 당시 운전에 미숙했던 아내를 위해 고려했던 첫 번째 이유였다. 


 요즘이야 다르겠지만 연비를 중요치 않게 생각하던 시절에 만든 차라 필요이상으로 무겁고 힘이 넘친다. 미국 경기가 한참 좋았던 시절 캐딜락을 타보곤 놀란적이 있었다. 가속하면 엔진룸에서 말 몇 마리가 갑자기 뛰쳐나가듯 차를 잡아채는 느낌이었다. 5000cc, 8기통 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MKZ은 소나타정도 차체에 6 기통 3500cc이니 힘은 충분할 것 같으나 운전을 얌전하게 하는 편이라 엔진룸에서 잡아끄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차가 그렇게 길 들었는지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 액셀을 밟아도 한 박자 쉬고 가속되며 브레이크도 즉답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의 날렵함이 좋다면 사지 말아야 할 차다. 나이가 중년이상이며 만만디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적합한 차량이다.  


 차량충돌사고는 없었으나 음식배달 오토바이가 충돌한 적이 있었다. 부딪친 오토바이는 당연하게 튕겨져 나갔으나 차체 대미지가 크지 않았다. 조수석 fender가 약간 찌그러졌고 도색은 멀쩡하다. 운전자가 넘어져 조금 다쳤기에 불문에 부치기로 하고 수리하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났으나 그리 흉해 보이지 않고 언듯 보면 잘 모를 정도다. 

 내장은 장미나무로 만든 핸들에 나름대로 신경을 썼지만 화려한 국산차를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미국차답지 않게 잔 고장은 없었다. 추운 겨울, 얼어붙은 문을 열다가 도어손잡이가 부서진 적이 있었다. 차량불량보다는 주인을 잘못 만난 탓이다. ABS제어 모듈 불량으로 교체했던 적이 있었으나 고장 나도 간다는 미국차답게 부품조달 시까지 운행하는 데는 문제없었다. 대신 부품조달은 수개월이 소요되었다.


 14년을 타고 다녔고 새 차를 구입했기에 회사퇴직하며 팔려하다 낚시 전용차로 타고 다녔다. 트렁크가 넓어 사계절 낚시용품을 보관하는 창고대용으로도 적합하다. 일주일에 한두 번 낚시 가므로 낚시장비를 상시 넣고 다녔다.

 새해 들어 큰아이가 사용할 일이 생겼다며 차를 달라고 하기에 승낙했다. ‘70000Km에 엔진오일을 교환했고, 엔진오일교체하라는 메시지가 떠도 무시하고 만 Km마다 교환하면 된다. 윈도 워셔액은 가득 찼으며. 23년 5월 일반점검을 받았더니 브레이크 패드와 타이어 스레드는 50%가 남았단다. 승하차시 삐걱거리는 소리는 늙어서 그런 것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듯하다. 기계세차를 해도 되고 권장휘발유는 일반휘발유다.’


 정들었던 애마와 헤어지며 주의사항을 알려주려니 전지현, 차태현 주연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씨 대사가 생각난다. ‘술은 절대 세 잔이상 먹이면 안 되고요, 아무나 패거든요. 

그리고 카페 가면 콜라나 주스 마시지 말고 커피 드세요. 가끔 때리면 안 아파도 아픈척하거나, 아파도 안 아픈 척하는 거 좋아해요. 만난 지 100일 되면 강의실 찾아가서 장미꽃 한 송이 내밀어 보세요. 되게 좋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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