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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Jun 25. 2024

882. 반갑다. Costa rica tarrazu

아내의 평가는 항상 온정적이다.

 Costa rica tarrazu pastora SHB(Strictly Hard Bean) EP(European Preparation), cupping note는 흑설탕, 감귤, 열대과일, 살구 파인애플이며 로스팅 포인트는 city로 중간갈색을 띄게 볶아내야 한다. 이 원두는 뒷맛이 좋다고 한다. 200g을 225도에서 볶았다. 원두 크기가 커서 다른 원두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tarrazu는 Costa rica의 지역이름이다. tarrazu생두를 구입한 이유는 지인들이 볶은 커피를 마시면서 귀와 입에 익었기 때문이다. tarrazu커피는 산미, 열대과일의 풍미와 달콤함이 잘 어우러졌다. 높은 고도와 화산 토양이 강렬한 맛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커피師傅(사부)에 의하면 tarrazu는 가성비 높은 커피 중의 하나라고 한다.


 Costa rica는 재배고도에 따라 커피등급을 나눈다. 높은 고도에서 자랄수록 커다란 일교차로 인해 크기가 커지고 밀도가 높아진다. 고지대에서 자란 커피들이 높은 품질로 높은 등급을 받는다. 아래는 재배고도에 따른 등급 분류다.

■ SHB(Strictly Hard Bean)는 고도 1,600~1,700미터에서 재배된다.

■ HB(Hard Bean)는 고도 1,350~1,500에서 재배된다.

■ SH(Semi Hard Bean)는 고도 1,200~1,350미터에서 재배된다.

 tarrazu원두는 다른 커피 원두에 비해 크기가 크며 품질이 좋아 Kenya AA처럼 유명한 커피 반열에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로스팅된 커피원두판매가격은 tarrazu와 Kenya AA가 비슷비슷하다. 

 .

 지인들이 로스팅한 커피는 원두에서도 고급스러운 향이 나지만 아직 갈 길 먼 초보가 볶아낸 원두는 향이 진하지 않다. 이번에도 덜 익었다. popping이 시작되면 마음이 급해진다. 지난번처럼 오버 히팅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로스팅을 중단하게 된다. 

 이번에 로스팅을 하는 5종의 원두에는 커다란 기대를 않기로 했다. 로스터의 특성도 파악해야 하며 感(감)도 익혀야 한다. 로스팅과정 전반에 대한 사항을 기록하여 가능하면 로스팅 표준화를 시키기 위한 기초자료를 산출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혹시 잘 볶아진 원두가 만들어진다면 입이 즐거워지겠지만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잘 볶아지거나, 오버히팅 또는 덜 볶아져 망치게 되어도 습관적으로 로스팅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어쩌면 기록을 중시하는 직장과 보직 영향이 크다. 한편으로 자료화하지 않고 오감에만 의존한다면 가끔 로스팅을 하는 아마추어들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겠다.

. 오랜 시간 로스팅만 해서 원두의 색과 향과 popping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장인급이 된다면 모르겠으나 아마추어들이 오감에만 의존한다면 감기 걸린 날은 향을 맡지 못하고, 흐린 날은 갈색의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고 주변이 시끄러우면 popping소리를 들을 수 없어 맛있는 원두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기록이 없다면 성공사례를 재현하기 어렵고 실패사례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시시콜콜하게 기록하고 있다. 날짜, 중량, 예열온도, 가열시간, Popping 시작시간, 총 로스팅시간 등 로스팅 과정을 기록한다. 로스팅과정 중 미흡사항뿐 아니라 숙성기간, 그라인딩과정 중의 감각과 향, 커피의 맛뿐 아니라 아내의 평가와 작은 아이 평가까지 메모한다. 


 이번에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하고 3일 숙성 후 커피를 내렸다. 그라인딩이 뻑뻑한 것을 보니 이번에도 덜 볶았다. 깊고 진한 커피맛보다는 덜 볶았기에 가벼운 맛이 느껴진다. 덜 볶았지만 다행스럽게도 풋내가 나지 않아 다행이다. 산미도 있으며 바디감도 있다. 완전히 익히지 않았음에도 바디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 품종 고유의 맛인 흑설탕 맛에 기인한듯하다. 가혹하고 냉정한 평가가 커피 맛을 높일 수 있으나 아내의 평가는 항상 온정적이다. 마루타 역할을 하고 있는 아내는 사서 먹는 원두보다 맛과 향이 낫다고 한다. 하지만 로스팅을 한 당사자의 평가는 이번에도 역시 실패다.


주의 및 경고 1: 커피에 대해 일자무식인 생초보가 좌충우돌하며 로스팅하는 이야기이므로 따라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주의 및 경고 2: 로스팅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된다. 취미를 붙이지 못할 때는 로스팅된 원두를 구입하는 것이 맛있고 저렴하다. 

주의 및 경고 3: 앞으로 계속되는 커피이야기는 전문적이지 못하므로 커피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전문서적 구입 또는 전문 학원을 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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