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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Oct 17. 2024

932. 판교 방아깐, 오픈런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야채무침

 사위가 실험하다 늦어 새벽에 퇴근했다 하여 손녀돌보미들은 갑작스러운 휴가를 얻었다. 이미 아침 산책을 끝낸 시간이며 점심 메뉴를 생각하고 있던 시간이다. 마땅히 구경 갈 행선지를 정하지 못할 때, 판교 방아깐이란 음식점이 생각났다. 판교 방아깐은 횟집이며 오후 3시에 오픈이라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픈런을 해야 한다고 소문났고 주차장이 없어 주위 이면도로에 횡주차를 하거나 판교도서관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15분 전에 도착했으나 첫 손님이고 가게 앞 도로도 비었다. 평일은 오픈런을 하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횟집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세시에 들어갔다. 오픈런하여 입장한 팀은 세 팀이라 썰렁한 분위기다. 


 판교 핫플이라 소문난 횟집 방아깐,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 식탁이 열다섯 개 정도에 인테리어는 횟집이지만 옛날 포장마차처럼 드럼통 식탁이다. 앉자마자 기본 상차림을 갖고 왔는데 스위트콘, 당근, 미역국이 전부다.

 스위트콘은 볶은 것이 아닌 옥수수캔에서 한 국자 퍼온 솜씨다. 당근은 푸석했고 미역국은 오래 끓이지 않아 맛나지 않았으며 내게는 간이 조금 셌다. 기본 상차림만 보면 빵점인 집이나 오픈런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횟집은 회가 맛있어야지 기본상차림으로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아내가 사전 인터넷검색한 결과 야채무침이 별미라며 필히 주문해야 한단다. 60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양배추를 잘게 채치고 뻘건 소스를 뿌려 무친다음 콩가루를 뿌렸다. 소스는 기성품을 사용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신선한 맛을 내는 것이 자체 개발한 듯하다.

 양배추무침에 콩가루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했지만 콩가루 뿌린 것이 신의 한 수다. 매콤함을 잡아주고 감칠맛을 내니 저절로 손이 가게 만든다. 양도 많아 두 명이 먹고도 남을 정도다.

 회나 고기를 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넣고 쌈을 싸서 입에 넣으면 고유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하므로 질 좋은 회나 고기는 소금이나 막장을 조금 찍어먹어야 제 맛이다. 하지만 상추나 깻잎에 야채무침을 올리고 마늘과 고추슬라이스, 회를 올리고 먹으니 나름 맛있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회가 아닌 야채무침인듯하다.


 오픈런 첫 손님치고는 회가 조금 늦었다.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아마도 포장주문이 많았던 모양이다. 회를 기다리며 메뉴판을 봤다. 메뉴는 다양하고 저렴하나 여느 횟집과는 조금 다른 메뉴도 있다. 얼큰 번데기, 오삼불고기, 닭발... 테이블이 포장마차처럼 드럼통 식탁인 이유도 있었다. 횟집이면서 포장마차도 같이 하는 컨셉이다.

 광어회 중짜 1kg가 34000원이다. 천사채가 깔려있어 더욱 양이 많아 보이며 실제로도 양이 푸짐하다. 세 명이 광어회 중짜하나면 소주 각 1병을 충분히 먹을 양이다. 회의 두께도 적당하고 선도도 좋다. 지느러미살도 제대로 나왔다. 광어회 중짜가 제일 작은 사이즈로 두 명이 가면 매운탕이나 다른 음식을 시키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다.


 이 집이 오픈런하는 핫플레이스인 이유를 메뉴판 보고 알았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가격 착하고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니 주머니 가벼운 젊은이들이 퇴근 후 한잔하기 참 좋은 곳이다. 소주 포함 1인당 식사비용이 3만 원 정도 하는 횟집 찾기는 쉽지 않다. 

 각종 회의 가격은 5만 원을 넘지 않는다. 골뱅이무침, 두부김치, 조개탕, 생선구이 등의 안주는 만 원대다. 식사류의 가격은 더욱 기가 막히다. 도시락 2500원이며, 우동, 김치찌개, 잔치국수, 라면이 3500원, 알밥 7000원, 제일 가격이 높은 멍게비빔밥과 회덮밥이 8000원이다. 소주 맥주가 아직도 5000원이며 막걸리가 4500원이다. 술을 끊은 지 4~5년 된 것 같은데 그 시절 가격이다.

 아내와 둘이 광어회 중짜 하나와 야채무침을 주문하고는 모두 해치우지 못했으니 주인에게 의문의 일패를 당했다. 아침은 과일과 오트밀을 먹었고, 점심 무렵 병아리콩 삶은 것을 조금 먹은, 시장한 상태였는데도 모두 먹지 못할 만큼 양이 많았다. 그리고 판교 방아깐의 회는 평범했으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야채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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