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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Nov 12. 2024

943. 새로운 식구들이 오고

이번에는 내 취향에 맞는 생두를 구입했다

 어찌하다 보니 처음 구입한 생두가 모두 소진되고 두 번째로 구입한 생두도 로스팅하기 시작했다. 연습용으로 7Kg을 구입하며 시작할 때는 이 정도 실패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로스팅에 실패한 원두는 방안 곳곳에서 값비싼 방향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도 실패하며 깨달은 것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가격이 비싼 생두가 맛있다’는 것이다. 로스팅에 웬만큼 실패한다 해도 비싼 생두는 먹을만한 향과 맛을 갖고 있다. 로스팅이 덜되어 덜 익었을 경우에는 숙성기간을 길게 하면 커피맛이 나기 시작한다. 심하게 태우지만 않으면 버릴 정도의 원두가 나오지는 않는다.


 자칭 ‘쌩 초보’ 단계를 벗어났고 로스팅 수율도 높아졌기에 이번에는 한 등급 높은 생두를 구입했다. 물론 이전에도 사부의 추천으로 2만 원대 생두를 구입해 로스팅했지만, 이번에는 내 취향에 맞는 생두를 구입했다.

 이런 것은 누가 시키고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커피 고수들이 이야기한 경로를 자연스럽게 밟고 있다. 고수들 왈 ‘원두커피를 좋아하다 보면 커피를 내리는 브루잉에 신경 쓰다가 막판에는 홈 로스팅을 하게 된다. 홈 로스팅실력이 늘면 저가에서 고가 생두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어 있다. 생두 구입단가가 올라가며 입맛에 맞을 것 같은 생두가 나오면 구입하게 된다.’


 아직 ‘하수’ 수준이지만 나름의 생두구입 원칙이 있다. 첫 번째는 산미로, 산미가 바디감보다 좋아야 한다. 두 번째가 향으로 코와 입으로 느끼는 향이 좋아야 한다. 이러면 자연적으로 'specialty coffee'를 선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단맛이며 가능하면 수확한 지 1년 이내의 New Crop이어야 한다.

 물론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생두는 가격이 높아지지만 맛과 가격이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니 적당선을 찾아야 한다. 게다가 셀 수 없이 많은 생두들의 맛과 향이 제각각이라 접해보지 않은 생두도 같이 구입해야 한다.  


 주문한 세 번째 식구가 왔다. Ethiopia yirgacheffe를 좋아하니 예가체프 3종과 케냐 AA 2종을 구입했다. 예가체프 아리차 내추럴은 입맛에 잘 맞는 품종이며 예가체프 코케허니, 예가체프 아바야 게이샤는 새 식구들로 3종을 구입했다. 물론 바디감보다 산미가 좋은 생두다. Ethiopia 커피도 yirgacheffe, sidamo, bale, kaffa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산미가 높고 limu, chimbi, guji, benchmagi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바디감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케냐 AA 레드마운틴은 고소한 맛, 산미, 단맛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케냐 키암부 AA는 바디감과 산미가 균형을 이뤘다 하나 전체적으로 맛은 떨어지는 생두다. 싱글 오리진으로 맛을 보기보다 예가체프와 블랜딩을 해볼까 하고 구입했다. 케냐 커피도 지역마다 맛이 달라 이것저것 입맛에 맞는 커피를 물색하는 중이다.


 생두판매사마다 취급하는 생두가 다르니 여러 곳과 거래하게 되어 택배비용이 2중으로 소요된다. New Crop(1년 미만)이 아닌 Past Crop(1년 이상~2년 미만) 3종도 구매했다. 맛보고 싶었던 커피라 New Crop이 출시되기를 기다렸으나 New Crop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 쌀과 마찬가지로 커피도 바로 수확한 New Crop이 좋다. 아무래도 Past Crop은 맛과 향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헐하다.  

 ‘El Salvador Sola SHG(strictry high grown: 해발 1420~2000미터에서 자란 커피) Plus Honey Process’는 Specialty 커피의 기준이 되는 커피라고 한다. 

 Nicaragua Honey Process Special Reserve 크림같이 부드럽고 단맛과 후미의 여운이 좋은 커피로 알려져 있다.

 Costarica Tarrazu Tirra Estate Natural은 Tirra농장의 Micro Lot커피로 파나마 게이샤에 비견될 정도의 품질 좋은 커피라고 한다.


 같은 품종과 같은 이름이라도 농장마다, 원두가공공장마다 맛과 향이 다르니 커피종류만 수만가지다. 물론 대분류 하면 로브스터와 아라비카 계열로 나뉘지만 아라비카 내에도 여러 품종이 있으며 로브스터와 아라비카 교잡종도 있다. 또한 아라비카계열의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마다 맛이 다르고 가공방식에 따라 맛이 다르다.

 물론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맛이 변하며 같은 생두로 산미를 높이거나 바디감을 올릴 수 있다. 사부가 준 드립퍼 2종도 미묘한 맛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실제로 내려보니 같은 커피라 해도 물 온도와 드리퍼가 커피를 내리는 속도에 따라 맛이 다르다. 또한 원두의 분쇄도도 커피맛에 영향을 미치는데 전문 바리스터가 아니며 장비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지 않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변화를 주려한다. 이러한 변수들을 조합해 맛보려면 죽기 전까지 불가능할 것 같다.


 아직 커피추출 방식과 절차를 변경하지 않았기에 제일 변수가 많은 것은 로스팅이다. 같은 맛을 재연하지 못하고 로스팅할 때마다 맛이 달라진다.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로스팅 기술부족으로 정말이지 버라이어티 한 커피맛을 즐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매일매일 변화가 많으니 세상이 무료하지 않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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