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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셀프 보험 만들기

by 재미스트 Mar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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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납 80세 만기

   소위 1세대 보험에 가입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조금 있으면 보험의 만기가 다가온다. 보장금액은 언제나 그대로지만 나이 든다는 이유로 야금야금 오르는 보험료가 불만이다. 하지만 후유장해와 사망과 관련한 20년 납이 곧 만기가 다가오니 조금 기다려보려고 한다. (누구는 도수치료를 상습적(?)으로 받으며 알차게 빼먹는다는데 나는 도수치료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


   얼마 전 보험 전체를 한번 정리하면서 보장 내용을 다시 확인해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이른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보장 금액 때문이었다. 그때는 충분하다고 느꼈던 보장금액이 과연 이토록 오래 꾸준하게 심지어 곤궁할 때조차 필사적으로 납입할 정도가 맞는지 의심하게 되었다. 상식이라고 느꼈던 80세 만기는 이제 100세 만기가 당연할 정도다. 요즘 80은 점점 청춘이고, 곧 100세 만기에도 물음표가 달릴 것이다.


   얼마 전 아버지께서 간병비 보험에 대해서 알아보라는 연락을 주셨다. 그래서 그 보장 내용을 뜯어보니 병원의 종류와 보장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보장한다는 금액은 대략 1000만 원 내외의 금액일 뿐 크게 의미 있어 보이진 않았다. 매월 납입하는 금액의 합을 빼면 더 적다. 아버지는 여윳돈 1000만 원이 있고, 없다면 내가 내드릴 수준의 금액이다. 차라리 저축하시라고 했다.


   보험이라는 게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것이 낫긴 하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테고, 어딘가 모르는 그 안정감이랄까? 그런 심리적 방어막 같은 느낌이 있다. 실리적으로도 치료기간 치료비와 생활비에 보탬도 된다.


   하지만 가입 당시에 간과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인플레이션 즉, 돈의 가치 하락이다. 지금은 얼마 보장이라는 말을 하지만 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는 가입시점으로부터 꽤나 시간이 흘렀을 무렵이다. 그때 가서 발휘해야 할 보험의 효력은 다 늙어 자빠진 꼴이 아니고 뭘까? 그때 내가 가입한 암 진단비는 200만 원이다!!!


   보장 금액은 죽을 때까지 그대로이며, 납입하는 돈은 점점 불어날 것이다. 결국 보험은 낼 형편이 안될 때(내가 돈이 없을 때) 해지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때가 더 필요한 것인데 돈이 있을 때(돈을 벌 수 있을 때)는 가입되어 있다가, 돈이 없을 때는(경제활동이 어려울 때) 정작 보험이 없다.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요즘 세상에 질병 사망이 5천이 말이 되는가?

   차라리 진짜 그 돈으로 꾸준히 좋은 자산을 매입해 왔다면 어땠을까?


   이른바 셀프 보험이다.

   잘 모으다가 아프면 병원에 요긴하게 쓸 테고, 아프지 않았다면 복리로 불어나는 자산이 되는 2마리 토끼가 되었을 텐데 아쉽다. 보험보다 자산 축적이 더 실체적이고 안정적이며 심지어 성장성마저 갖췄다.


   물론 인생사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와 타인의 순간적 실수에 의해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자동차 보험, 화재 보험 등은 지불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한 빵빵하게 드는 것을 추구한다. 자동차 사고는 피해만 3번 입었지만, 그간 낸 자동차 보험료는 아깝지는 않다. 확률은 낮지만 잠재적 손실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누구는 보험에 가입할 돈이 있다면 쓸만한 러닝화를 사서 매일 뛰라고 한다. 나도 적극 동의한다. 그렇게 술, 담배 안 하고 잘 자고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몸관리를 해도 아픈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 아닐까? 보험에 든다고 안 아픈 건 아니니까.

   

   보험사는 바보가 아니다.

   그들이 보장한다는 금액에도 정해놓은 한계가 있다. 다 주지 않고 줄 때는 노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깨알 같은 약관 내밀며 어지간히 까다롭게 굴 것이다. 그들이 계산하는 건 확률과 손해율이다. 그들이 이용하는 건 사람들의 불안을 느끼는 편도체 반응일 뿐이다.


   아, 보험대신 매달 20만 원씩 금이나 비트코인을 샀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S&P500이라도 모아왔다면 나만을 위한 개인 보험사를 하나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보험사도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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