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의 퇴사가 실감 나자 눈물이 났다.
"어떡해. 갑자기 눈물이 나"
2년 동안 같이 일했던 후배의 퇴사날. 집으로 돌아와 울어버렸다.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삼십 대가 넘었으니 이별에는 무덤덤할 수 있을 만큼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오만이고 착각이었다.
후배는 퇴사날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끝내고 가려고 8시까지 연장근무를 했다. 밝은 대낮에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널부렁해도 모자를 판에 해가 진 시간까지 일을 했다. 마지막 날까지 동분서주하는 후배를 어떻게 홀로 두고 집에 갈 수 있을까. 말이 후배지 가장 친한 친구였으니. 같이 퇴근하기 위해 친구 옆에서 내 일을 했다. 그런 후배보다 먼저 퇴근하는 것이 맘에 걸리셨는지, 팀장님께서 법인카드를 주셨고 우리는 계획에 없던 저녁을 함께 했다. 술 한잔 기울이고 편도로 2시간가량 걸려 출퇴근하던 후배를 집에 보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 반대방향인 지하철을 타야 하는 후배가 갑자기 같은 방향으로 타고 간다길래 '이쪽으로 가면 더 빠른가?' 했는데 지하철에서 편지와 선물을 건네줬다. 마지막 인사할 타이밍을 재느라 집도 돌아서 가던 후배였다.
첫 회사를 퇴사하던 날, 동기가 나를 보내고 울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었다. 그때는 친구의 눈물을 '힘든 일이 생겨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이겨내야 하는 회사에서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떠나서 섭섭했구나' 정도로 이해했었다. 그리고 나의 빈자리를 아쉬워주는 친구에게 고마웠다. 전 회사 동기의 마음처럼 후배를 보내는 내 마음도 '아쉬움'으로 가득 차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매일 옆자리에서 같이 일해도 갈등 하나 없었던 친구. 오히려 가족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해도 할 얘기가 넘쳐서 퇴근하며 30분 이상을 길에서 서서 수다 떨던 친구. 한 공간에서 같이 나이 들고 싶었던 친구. 나보다 세 살 어리지만 보고 배우고 싶은 점이 많았던 친구. 이렇게 좋아했던 후배를 매일매일 보다 매일 못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펐다.
맞다. 우리는 분명히 시간이 지나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만나서 수다를 떨 테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의 결혼식에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거고 함께 아는 또 다른 회사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인생을 나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와의 이별이 실감 났을 때, 떨어지는 눈물을 막아내지 못했다. 매일보고 싶던 사람을 매일 못 본다는 것. 그 사실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예쁜 손글씨로 편지지 세장을 꽉꽉 채워 내 손에 쥐어주던 값비싼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후배가 나에게 쓴 편지의 내용과 내가 후배에게 준 편지의 내용이 같아서. 인생에서 몇 만나기 어려운 지음(知音)을 전쟁터 같은 회사에서 만났는데 떠나보내야 해서.
이쯤에서 누군가는 오해할 수 있으니. 후배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웃기게도 둘 다 남자친구 앞에서 서로의 편지를 읽고 울었다는 게 이번 이별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옆에 두고두고 보긴 어려워졌지만 자주 만나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주고 싶다. 후배는 새로운 곳에서 훨훨 날고 나도 남겨진 곳에서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