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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아의 오후 Feb 19. 2022

경로를 이탈해 재검색합니다.

잘 지내고 싶은 것일까, 잘 보이고 싶은 것일까?

잘 지내고 싶은 것일까,
 잘 보이고 싶은 것일까?

사람만 보면 반갑다고 배를 뒤집고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경계심 없이 다가갔는데,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나 만만한 사람으로 낙인찍힌 것을 깨달은 순간 관계는 물론 자의식과 자존심 무너진다. 자신이 타자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꼭두각시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무리 없는 건강한 관계 맺기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욕구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상대와 '잘 지내고 싶은 것'인지 '잘 보이고 싶은 것'인지 구분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상대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갑을 없는 수평적 관계를 추구하지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수직적인 관계를 만든다.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상대가 원하지 않은 친절을 기꺼이 베풀게 된다. 어쩌면 관계라는 속성 자체가 상대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과 상대에게 달 보이고 싶은 마음의 줄다리기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전자의 입장 내일은 후자의 입장에 처할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의 마음은 늘 그렇게 갈대 같다.


단순하지만 단단하게

갓난아기가 악을 쓰며 우는 이유.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불편하거나 잠이 오기 때문이다. 단순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목에 핏대를 세우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운다. 차라리 이런 본능에 충실한 아이가 어른보다 낫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사를 드러내는 게 서툰 어른이라면 마음의 말, 내면의 말을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다. 내면의 말속에는 개인의 관점, 가치관, 감정, 느낌 등이 담겨있다. 따라서 이 카드를 제대로 사용한다면 욕구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내면이 여린 사람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빈말을 내뱉은 경우가 많다. 빈말은 자신의 욕구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말, 속이 비어 있는 말이다. 자신의 말을 아무 의미 없이 집어먹는 주전부리로 만드는 것이다. 자기 삶에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다들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 말하며 최면을 건다. 문제는 어떤 주인공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푸른 바다에 반사되는 햇살처럼 눈부신 주인공이 될 것인지, 어두운 바닷길을 밝혀주는 든든한 등대 같은 주인공이 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 화려하고 거창한 자리를 원할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단순하지만 단단한 주인공'을 원한다.


 관계를 위한 꼭두각시

주인공 같은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감정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대인 감정은 말 그대로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헤아려야 하기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될 수밖에 없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꼭두각시로 전략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것일 뿐 잘 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면 상관없다. 다만 사람은 반드시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이어야 가질 수 있는 감정이 있다. 존재감, 연대감, 유대감, 소속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감정은 자존감과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아무리 힘들어도 관계를 포기하지는 말라. 대신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버려라.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버거운 상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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