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확실히 꿀꿀 확정.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좀 꿀꿀하다. 할 일이 많아서일까 할 일이 많은데 하기 싫어서일까. 많은 할 일을 앞두고 건드릴 엄두를 못 내고 머릴 긁적이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챗지피티가 그린다면 높은 벽 앞에 선 사람 그림이 되려나.
어쨌든 인생은 종종 꿀꿀하고 때때로 울적하니 적당히 바쁨과 혼돈 속의 나를 끄집어 내 줄 필요가 있다.
사람에게 기대고 기대하는 건 효과적이지만 종종 미안함을 남긴다. 미안해하기 싫어서는 아니고, 혼자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꽉 채우고 싶어서. 안 그래도 사람을 좋아하는데 꿀꿀할 때까지 사람을 찾으면 그야말로 너무 외로울 기회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오늘은 집 앞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를 시키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
이것 봐. 여유도 찾으려면 찾아지지.
웃긴 건 생각해 보면 내 삶에서 그 어느 때보다 꽤 여유로운 일정임에도 뭔가가 빡빡하게 나를 가두고 있다는 거다.
어젯밤 잠들기 전엔 잘하지 않는 말도 떠올랐다.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 뱉고 나니 굉장한 말 같았지만, 그냥 어제처럼 여유롭고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아닌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날들이 연이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금은 자꾸 오늘까지, 내일까지, 해야 하는 일들로 빡빡하게 차 있는 기분이었던 거지.
다시 돌아가서, 나의 어른 기를 돌아보면 회사에 꼭 붙어 있어야 하는 시간 5년, 1년 놀고 다시 또 3년 회사, 그리고 과제의 연속이었던 대학원 시기를 지나서 작년부터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그래도 대학원의 방학도 있었고 나를 훅, 풀어서 놀던 시기는 주기적으로 있었구나. 싶다.
막상 작년에도 잘 놀러 다녔던 거 같은데, 무엇이 나를 빡빡하게 할까? 회사생활이나 대학원 생활에서 어쨌든 일정에 맞춰 머물고 퇴근하던 삶에서 내가 자꾸 체크하고 계획하고 일정을 짜야만 하는 삶으로의 변화?
꿀꿀한 나에게 꿀꿀 잘 먹이는 꿀꿀 타임이 조금 나를 돌아보게끔 한다. 우울함이 필요한 이유는 지금 나를, 들여다보라는 메시지라고 한다. 모든 감정은 필요와 기능이 있다.
오늘 내 침잠이 나를 카페로, 꿀꿀 메뉴 앞으로, 걷도록, 글을 쓰도록, 그렇게 이끌었으니 말이다.
오늘 나의 생각이 가닿는 곳은 두 군데이다. 내 삶이 얼마나 여유로운지를 인식해 보는 것.
그리고 여유 속에서도 여유를 찾지 못하는 나를 안쓰러워해 보는 것.
평일 낮에 밖에 나와 길을 걷기를 무척이나 바랐던 나를 기억하는가? 여유가 생기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겠다고 하던 나를 기억하는가?
그걸 이룬 오늘을 나는 알아챘는가?
내가 너무나 바라던 일들이 이뤄지는 순간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꿀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 하나 해보자. 차근차근 서둘지 말고.
내가 해낸 것들을 되새기고, 내가 하고 있는 사소한 성공들에 불을 밝히자.
오늘이 쌓여서 또 오늘의 나를 기특해할 내일의 내가 보인다. 꿀꿀이 또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