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누군갈 완전히 미워할 수 없다 느낀다. 그 사람 나름의 이유와 역사와 특별함이 있기에 누구도 쉽게 미워지지 않는다.
그 일을 반복하다 보니 나의 이 습관 뒤편에 숨어있는 작은 틈을 발견했다. 그건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그만큼 '미워하는'일이 가능해진다 여기는 걸까. 나는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누군갈 미워하지 못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미워하지 못하는 내가 썩 싫지는 않다. 오히려 좋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나는 나로서만 생각하게 되니,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있다고 가정하면 나는 미움받을 일이 없는 것이다.
나는 나만의 이유와 역사와 특별함이 있기에.
내가 만든 이 세계관에서 내가 어떤 착각에 빠져 사는 거라 해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내 안에 솟아나는 미움을 너무 싹둑 자르고 못 본 척하지는 말아야겠다. 그 미움 나름의 자라난 이유가 있을 테니.
미워하지 않는 나와 내게 드는 미움을 인정하는 내가 공존하는 세계라면 조금 더 사실에 가깝지 않은가.
내 안에 존재했던 미움들도 너무 미워하지 말아야지. 자꾸 밖으로 쫓아내지 말아야지.
나의 미움에도 이유와 역사와 특별함이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