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켰다. 아주 오랜만이다. 내가 완전히 혼자이지 않게 된 그 어느 날부터 일까? 글이 손에 붙지 않고, 세상 모든 게으름이 나를 찾아와 내 몸에 늘어 붙었다. 어리광 투정 게으름 그 모든 묘하게 나와 어울리지 않던 것들이 나를 둘러싸고, 시야를 막고, 매일 침대에 누워있도록 또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나를 이끌었다.
변한 건 내가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이 많다는 것. 여기저기 쏘다니고 나다니고 놀러 다니던 시간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있다는 것. 나에게 텅 빈 시간이 주어지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시간을 쥐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어언 두 달. 꽉 채운 두 달의 시간에 내가 다른 각도로 경험한 것도 있었지마는, 나의 오랜 고민거리는 어째서 나는 빈둥거리는가. 였다. 조금 애써서 일어나 보려다가도 다시 또 거꾸러지고 마는. 기운 내서 무언갈 하려다가도 자꾸만 발목을 붙잡는.
그 시간들을 지나서 겨우 겨우 내 옆에 붙어있었던 세 권의 책, 내가 그토록 붙잡고자 했던 다이어리 쓰기라는 습관과 독서. 그리고 집이 아닌 곳에서의 하염없는 기다림이 마법을 만들어내 드디어 아주 오랜만에 건강한 시간을 보내고야 말았다.
미래를 위한 준비보다는 현재의 안락함을 선택할 때 쾌감을 느끼고, 그래서 회피를 하고 있다고 나를 설명해 준 '게으른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과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걸 차분히 알려주는 '아직도 가야 할 길' 그리고 당분간 나를 건강한 시간으로 이끌어 줄 '마일리지 아워'까지 세 권의 책을 끌어안고 오늘의 건강한 시간을 기념하고자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간만에 나만 알아볼만한 글인 것도 같지만, 뭐 어떤가. 다시 시작했음이 중요한 것.
나는 앞으로 심심한 마음이 들면 책을 보기로 했다. 도피할 곳을 책으로 마련하여, 당장 손에 잡히는 책이 없더라도 바로 읽을 수 있도록 안 읽은 이북을 한 권씩 가지고 있기로 했다.
우울한 마음이 들면 움직이기로, 요리를 하기로, 청소를 하기로 했다. 요리도 청소도 할 수 없는 곳이라면 걷기로. 생각은 할 만큼 하고 나면 그 기능을 다 하기에, 잠시 생각을 멈추고 몸을 쓰기로 했다. 요리는 나와 내 사랑을 위한 애정의 양식이 되고, 청소는 복잡한 내 머릿속을 말끔히 정리해 주고 기분을 환기한다. 나는 그것을 분명히 안다.
그리고 무언가 할 일이 떠오르면, 머릿속 목록에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적고 가능한 빠른 시간에 시작하기로 했다. 끝나는 건 바로가 아니더라도, 일단 시작하기. 재밌는 건 아주 짧은 실험 끝에 어쨌든 시작하면 곧 끝난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무료할 때, 시간이 날 때, 심리 상담과 연관된 영상을 보기로 했다. 차곡차곡 내 머릿속 창고에 곡식들을 채워두기로 했다.
정리를 위한 이 글쓰기까지 완벽하게 건강한 시간.